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군에 입대하기 전, 내가 다닌 대학교 학과는 꽤나 마이너한 소수인원 과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학을 고를 때 수능 성적에 맞추어 고르듯, 우리 과의 대부분도 그러한 모양이었다.

나는 조금 달랐다. 나는 내가 선택한 진로를 이미 중학생 때부터 가고 싶어 했다.
다만 학교 선택에 있어서는 성적에 잘 맞춰 갈 수밖에 없었지만.

진로를 고른 계기는 그 당시에는 굉장히 재밌어 보여서 수준이었지만 나름대로 진지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틈틈이 관련 정보를 찾아보곤 했다. 심지어는 대학 수준의 물리를 조금이나마 본 적도 있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다.

이 과를 고를 때 성적에 맞추어 오셨나요? 아니면 이 과가 오고 싶어서 오셨나요?

대다수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가 질문했던 모두는 성적에 맞추어서. 라는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조금 실망이었다. 전국적으로 몇 개 없는 학과였기 때문에 이 전공을 하고 싶어 이 과를 선택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란 건 내 헛된 기대였다.

그 당시에는 그 사람들이 조금은, 바보로 보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욕이 없어 보였다.

어느 대학교 1학년생이 학구열이 불타겠냐만은, 나는 모두가 같은 과목을 배우는 고등학교에서 해방되어 내가 원하는 진로를 골라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꽤나 학구열이 불타오르던 시기였던 것 같다.

1학년 두 학기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전공과목이 시작되는 2학년이 되었다.

2학년 1학기까지도 그럭저럭 할 만 했던 것 같다.
조금씩 위기감을 갖는 사람들은 보였지만, 그 정도 수준이었다.

다만 전공이라는 것이 내가 기대하던 것돠는 조금 다르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내가 어릴 때 기대했던 것은 그저 어린 마음에 꾼 꿈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학년 2학기가 되자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던 많은 학우들은 군대로 향했고, 나와 경쟁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친구들 혹은 복학생들이었다.

2학년 2학기의 성적은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앞의 학기들에 비해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다만 두 가지가 크게 뒤떨어졌다.

한 가지는 학과 내 등수이다. 그만큼 모두가 열심히 수업에 응했다는 뜻일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내 의욕이다.
1학년 때에는 학-석사 연계과정이나 석-박사 연계과정까지도 알아보곤 했다.
어떤 수업이던지 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다른 대학생들이 본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공과목을 공부하면서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정말로 이 진로를 선택해서 나아간다면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더 복잡한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모든 과목이 재미없었던 건 아니고, 전공과목 중에도 재미있었던 과목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해서는 이 진로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결국, 중학생 때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계속되었던 내 꿈은 점차 옅어졌다.

1학년 때는 군대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고, 전공을 계속 공부하고자 했다.
하지만 2학년이 끝나자마자 나는 남들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다.


내가 입대한 이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지금의 전공에 흥미를 좀 잃어서 다른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대학교 진학 이후에 새로운 길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돌아온 답변은 모두가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가능한 학과 중에 학벌과 미래를 생각하여 그 과를 따라 직업을 가진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정하고 골라 원하는 공부를 하며 원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이다.

스스로 원해서 선택했다고 생각한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헤메는 동안 내가 바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착실하게 전공을 익히고 관련 활동을 하며 나아가고 있다.

누구는 어떤 대외 활동을 하고, 누구는 어떤 자격증을 따고, 누구는 새로운 공부를 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해외에서 실무자들과 인턴쉽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국내 기업에 취업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깨닫고 헤메고 있고,
내가 바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어엿한 하나의 성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나에게 지금 남아있는 것은 무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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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진로.. 어려운 문제에요. 취업할 때, 전공과 직업이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좋아보여요.
대학교 2학년이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시간있을 때마다 어떤 일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곰곰히 생각해보는게 어떠세요?

지금도 틈틈이 생각중이긴 합니다ㅎㅎ
영 답이 안나는 어려운 문제네요ㅜㅜ

전 아직도 답을 못 찾은 문제네요.
현실에 순응하면서 사는데 일로 얻는 재미는 극히 드물죠;;

다르다는걸 아셨다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얻은거 같습니다!

하지만 뭔가가 해결되지는 않네요..
좀 더 고민해봐야할 듯 싶습니다

자신을 돌아 볼 줄 아는 것도 중요한 덕목인거 같아요.
팔로우 하고 가요. 서로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ㅎㅎ 자신을 돌아보는 게 생각보다 얻어지는 게 많더라구요

성찬쓰에게 남아있는건 엄청난 스팀파워와 간지인맥

간지인맥ㅎㅎ 간지를 안것만으로 걱정 반쯤 덜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가능한 학과 중에 학벌과 미래를 생각하여 그 과를 따라 직업을 가진다는 이야기였다.

성적에 맞추어서 자신의 미래가 정해지는 사회... 조금 슬퍼지네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찾아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지않을까요? 저도 대학진학을 포기한 입장에서 막막할 때가 많은데, 열심히 찾다보면 길은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아직 저희 youth 입니다~ 시간은 많아요 ㅎㅎ

그쵸 시간은 많으니까요ㅎㅎ
전 좀 더 찾아봐야 할 듯 싶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골라 원하는 공부를 하며 원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이다라는 말 정말 공감이 가네요.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고등학교에서도 마이너한 전공을 원했습니다. 다들 그걸 해도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 아니냐며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도 걱정이 됩니다. 어쩌면 제가 유학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조금 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일 지도 모르겠네요.

멋지시네요ㅎㅎ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쩌면 리스크가 좀 있는 유학을 선택하신다니..
저도 선택의 순간의 왔을 때 잘 고르고 싶습니다

앞으로일을 고민하고 있다는점에서 벌써 반은 성공하신거 같습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시 마시고 천천히 고민해보세요

언제나 생각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6개월 남았으니 차근차근 고민해봐야지요!

그러게요...어릴때는 꿈으로 가득찼지만
세상이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죠...

맞아요ㅎㅎ 현실이 생각보다 더 어렵단 걸 너무 늦게 알아서 혼란스럽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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