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각박하게 살았을까.

in #kr6 years ago (edited)

어제 1박 2일로 친구 가족과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스무살때 부터, 서로간에 연애설을 다 알 정도로 친했던 친구다. 아르바이트도 같이하고, 같이 여행도 다녔다.

어떻게 하다보니 같은 날짜에 군대도 갔었다. 우리의 20대 후반은 너무나 바빴다. 공무원은 거의 뽑지 않는 분위기였고, 상당히 취업하기가 힘든 시기였다.

다행히 나와 친구는 자리를 잡았다.

다만...

그 사이 나는 참 많이 변해있었다.



20대 중반에 다시 늦은 나이에 들어간 대학.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방학에는 죽자사자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 학기 중엔 전액장학금을 노리고 공부했다.

시험 문제로 O, X 문제를 한 문제 틀린다면 바로 방학에 다시 공장이나 노가다에 가야했다. 그때 우리 집의 형편은 그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

바로 친구 관계를 모두 끊었다. 휴대폰을 없애고 한 2년 넘게 지냈던 것 같다. 성격도 변해갔다. 의기소침해졌고, 때로는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아주 신경을 많이 쓰는 스타일로 변해갔다.

어느 날은... 분명이 내가 작성한 답안이 정답이었음에도, 부도덕한 시간강사의 자존심 하나 때문에... 출제 오류가 난 시험문제를 틀려서... 또 다시 노가다를 하러갔다.

외국인 노동자와 일을 했고, 코를 풀면 휴지가 시커멓게 변했다. 180cm 짜리 커다란 철재 사물함을 땜질하는 아르바이트였다.

한겨울엔 노가다를 했다. 아파트 공사에서 시멘트 등 남은 자재와 쓰레기를 청소를 하는 일이었다. 장갑을 두 개 꼈지만, 손가락이 시려웠고 찬바람에 피부가 쓰라렸다.

나는 점점 예민해져갔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겠지만, 400만원 가까이 하는 등록금과 생활비... 그것을 4년 동안 내 힘으로 극복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러면서 임용 공부를 따로 해야 했다.

졸업하면서 합격하지 못하면, 정말 답이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수석졸업을 하며, 임용을 합격했다. 취업하면, 내 삶이 좀 나아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흙수저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결혼하며.. 부모님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투룸에서 시작했다. 나는 가난이 싫었다. 내가 가난하면, 내 자식이 가난하다. 내가 가난하면 내 자녀의 자녀까지 가난하다.

나는 그 사실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다.

학생들과 자원봉사를 다녔고, 연극을 만들었다. 책을 썼고, 여러 곳에서 특강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하루 하루가 바빴다.

정말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첫째가 태어났고, 우리 두 부부는 외지에서 첫째 아이를 맞벌이하며 키웠다. 또 둘째가 태어났고, 다시 우리는 육아전쟁을 이어갔다.

너무나 행복했지만, 그만큼 힘이 들었다. 가끔 축구, 배구 동호회를 나가보고 싶었지만, 육아와 직장일로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30대 후반. 이제 겨우 여유가 생겨, 친구 가족과 여행을 다녀온 것인다. 간혹 2시간 운전하여 고향으로 가더라도, 타지에 취업한 친구와 역시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친구들 부모님들이 주신 등록금, 생활비, 결혼자금, 아파트, 자동차를 받아왔다.

그러한 사실들에 질투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는 아프고 싶지 않았다. 나는 휴식하고 싶었다.

에너지총량의 법칙이란 것이 정말 있는가 싶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나는 너무 달렸다. 도서관에 살았고, 치열하게 아르바이트를 했다. 취업하고서도 매일 자봉이나 연극을 했으니... 체력이 후달리는 것을 느꼈다.

한 번 성격이 바뀌고 나니... 참... 힘든 것 같다... 여유있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2년 전엔 과로성 스트레스로,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 의심되어 응급실에도 갔었는데...

나는 왜 이리 각박하게 살았을까.

그러지 않았어도... 세상은 다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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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 20대에 그렇게 살았던거같아요 전 30대 중반이 되었지만 아직두 ㅜㅜ 치열하게 사는것같습니다 😪저두 뇌수막이란 병두 걸렸었구요
열심히 사셨기에 잠시 되돌아 보시는 쉼표가 나타난것같네용 😁 고생하셨어요 내일두 화이팅입니당

그러게요! 왜 그리 각박하게 살았는지! 시간이 지나니 왜 그랬나 싶습니다.

저도 30대 정말 치열했죠..
지금 돌아보면 후회돼요. 10년동안 술도 안하고 ....친구도 안 만들었죠 ㅎㅎ
임고 붙었을때 엄청 행복하셨겠네요 그때를 기억하시고...이제 자신을 좀 돌아보고 보듬고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네요...
새로운 출발이 될수 있을겁니다.
선생님이시니 꼭 그러셔야 할것 같아요
너무 치열하게 사신분들만이 풍기는 영향력이란게 있어요
좀 게으른 선생보다 이아들에게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아요 ㅠㅠ

석사를 아직 안하셨다면, 영어보다는 ' 학교상담' 같은 전공
주제넘지만,,,,,,, 추천드립니다. 두고두고 만족하실수도 있어요

다 상대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용도 되지 못해 기간제 강사로 있는 친구는
abc님이 부러울 겁니다

정말 흙수저의 삶은 치열하죠.
@abcteacher님의 삶을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보니 그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겠더라구요. 하나 하나 내 손으로 이룬 것들 이잖아요.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이제 좀 여유를 즐기며 가족과 같이 살아가세요 ㅎㅎ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치열하게 살아오셨기에 지금 좀 여유가 생기신 것 아닐까요. 힘든 날들이 지나가고 이제는 여유로운 날들이 계속되시기를..

그동안 열심히 사셨으니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조금씩 시간을 할애하셨음 좋겠네요
너무 오랜시간 바빠서 시간에 쫒기며
살다보면 어느순간 내가 없어지는것같아
서글프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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