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그대와 영원히

in #kr6 years ago (edited)

U5drcAWuvgpuUrTyB6eTpV8dBYG6KsG_1680x8400.jpg


예수 믿으세요


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신앙을 권유하는 그 심정을 나는 이해한다. 그들은 아마 진정으로 성령의 은혜로움을 체험하였을 것이며, 그 기쁨을 자기가 아끼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바벨 스쾃을, 바벨 데드리프트를, 바벨 벤치프레스를 하기를 마음 속으로 바란다. 내가 바벨의 은혜로움을 체험하여 알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결혼 초 아내에게 운동을 권했다. 이 좋은 것을 내 사람만큼은 하기를 바라서였다. 처음부터 바벨은 조금 무리일 수 있겠다 싶었다. 케틀벨을 사줬다. 8㎏짜리 2개를 사줬다. 케틀벨 손잡이 테두리 주변에 핑크색으로 도색 돼 있었다. 손에 굳은살 생기지 말라고 나이키에서 장갑도 사줬다.

케틀벨 스윙, 케틀벨 스쾃, 케틀벨 데드리프트가 익숙해지면 바벨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그것은 나의 계획이었으며, 나만의 계획이었다. 지금 케틀벨은 서재 한구석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나이키 장갑과 함께.

두어달 전 아내가 집 근처 수영장에 등록했다. 아내는 처녀 시절부터 수영을 했다. 수영을 꽤 잘한다. 둘째를 임신하고 낳느라 한동안 수영을 못 했다. 수영을 시작하고 아내의 얼굴이 밝아졌다.

지난주 아내가 헬스장도 등록했다고 말했다. 매니저를 잘 구워삶아서 공짜로 한다던가. 나는 신이 났다. 언젠가 가서 운동법을 알려주고, 자세를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피님의 ‘헬스의 정석’을 참조해서 아내용 루틴을 만들었다. 이 루틴을 바탕으로 2달 동안 차차 중량을 올릴 생각이었다.

38738029_2138973326174167_274451635734839296_n.jpg수정이 불가피한 아내용 루틴

오늘(2018.8.10.) 나는 비번이었다. 아내가 다니는 헬스장 일일권을 끊었다. 헬스장에 앉아서 아내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내는 먼저 가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나타났다. 스쾃을 시작했다. 아내는 맨몸으로 하는 스쾃조차 힘들어했다. 맨몸 스쾃을 3세트하고 20㎏ 빈봉을 짊어지게 해봤다. 아내는 봉을 랙에서 뽑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앉을 엄두를 못 냈다. 빈봉 스쾃을 중단했다. 맨몸 스쾃만 했다.

벤치프레스, 랫풀다운, 밀리터리프레스, 데드리프트도 마찬가지였다. 기준을 낮게 잡았지만, 아내의 근력은 그보다 약했다. 그간 나는 아내를 내팽겨치고 내 중량을 올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었구나. 미안하고 속상했다. 애초에 짠 루틴은 중량 재설정이 불가피해 보였다.

그래도 괜찮다. 시작이 반이니까. 아내가 너무 대견하다. 땀으로 범벅이 된 아내의 맨얼굴이 더 예뻐 보였다. 나의 꿈은 아내가 제 몸무게만큼의 스쾃과 데드리프트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계중량 300㎏짜리 랙을 갖춘 홈짐을 차리는 것이다. 거기에서 아내, 아들들과 리프팅을 하는 것이다. 아내가 자세를 봐주고 아들들이 원판을 갈아 끼워주며, 내가 그들의 서포터가 되는 것이다.


일지


간만에 복근운동을 했다. 데드리프트를 한 뒤였다. 아랫배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너무 아팠다. 몸 어디가 잘못된 것 아닌지 겁날만큼 아팠다. 가수 김종국이 운동하다가 탈장해서 수술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갑자기 그 얘기가 생각났다. 덜컥 겁이 났다. 나는 탈장 경험이 없다. 운동을 중단하고 몸을 풀어줬다. 약간 통증이 남았지만 괜찮았다. 탈장은 아닌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보조운동, 유산소 등 할 게 더 있었지만, 안 하고 철수했다.

  • 2018년 8월 6일
    스쾃 106㎏ 5회
    스쾃 120㎏ 5회
    스쾃 136㎏ 2셋 10회
    스쾃 136㎏ 15회
    벤치프레스 60㎏ 5회
    벤치프레스 70㎏ 5회
    벤치프레스 75㎏ 3셋 10회

  • 2018년 8월 8일
    데드리프트 110㎏ 5회
    데드리프트 125㎏ 5회
    데드리프트 136㎏ 3셋 10회

  • 2018년 8월 9일
    밀리터리 프레스 45㎏ 5회
    밀리터리 프레스 50㎏ 5회
    밀리터리 프레스 58㎏ 3셋 10회

Sort:  

숫자를 보는것만으로도 만족감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차차 더 높은 숫자로 찾아뵙겠습니다!

upvote nd leave the comment nd fallow me @ksrinu445

소드님의 파워리프팅은 볼 때 마다 감탄이네요.
아내와 좋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참 좋다고 생각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내가 리프팅의 맛을 알기를 바랍니다.
매트콘 한 켤레 사주려고요 ㅋㅋ

역시 소드님과는 통하는데가!!
저도 아내와 메트콘 신고 운동합니다 ㅎㅎ

오오 메트콘이 그렇게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말입니다! 얼른 주문해야겠습니다

칼님 1RM 얼마 뽑으실지 궁금하네요 흐미

계획대로라면 11월쯤에 측정할 거 같아요. 두근두근

우와.. 홈짐 생각만 하면 게을러져서 드물게 맨몸 운동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두근두근하네요.
열심히 쐬질할 때 에너지가 넘쳤던 것이 그립다가도, 혈압이 올라 그런가 곤두서 있던 신경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부상 조심하시길!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왔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역설적으로 요즘은 몸을 갉아먹는 기분이 들어요. 설정한 목표까지만 들면 운동 방식을 바꿀 생각인데, 그 목표가 달성은 가능한 것인지 확신이 안 드네요 ㅎㅎ

종교에 비교하니 확 와닿네요! 맨 처음 교회에서 교가 빠졌어욥ㅋ

으악 감사합니다 수정할게요

요새 5~7시 사이에 일어나지만 말도 안되게 10시면 잠들어서 남편이랑 저녁에 운동 시작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체력이 훅 갈 줄이야 ㅡ.,ㅡ

이동무님 체력은 국력 아니겠습니까마는... 저도 요즘에 넘 피곤하네요. 가까스로 하고 있습니다. 세월에 장사 없... 흑흑

와우.....상상속에서만 가능한 운동을 하시네요. ^^
숨쉬기 운동도 벅차네요.ㅋㅋ

숨쉬기 운동이야말로 생존에 필수적인 운동 아니겠습니꽈!
그렇지만 다른 운동도 병행해주시면 더 좋아요^^

저도.. 몇년째 헬스장 다니는 중이에요~
머릿속에서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수니님 이제 현실 헬스장에 가실 때가 됐습니다. Just do it!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는게 여러모로 참 좋긴한테 혼자 집에서 매트 위에서 하려니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어떤 목적을 설정하면 꾸준히 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화이팅입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5
TRX 0.12
JST 0.040
BTC 70351.33
ETH 3563.43
USDT 1.00
SBD 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