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앞에 장사없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cjsdns

오랜만에 젊은시절 야학하던 친구들을 만났다.
10대 후반에 야학을 함께하던 친구들 이젠 모두 머리가 허연 중년이다. 아직은 노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이제 10여년이 더 흘러간다면 영락없이 늙은 노인이 될판이다.

문상 끝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도 꽤 흘러 가겠다 일어서니 조금만 더있다 가라며 붙든다. 화양리 사는 친구가 출발했으니 한시간만 더있다 보고 가잔다.

마지못해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이고 앉는다. 나보다 좀 멀리있는 천안에서 올라온 친구도 내려가려던 발길을 되돌린다. 사실 오랜만에 만났으니 회포라도 푸는게 좋기는 한데 이제는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

한때는 자주 만났고 만나면 밤을 새는것도 예사였는데 이제는 만남도 대소사나 있어야 만나고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도 없어지고 담배연기 자욱한 방에서 고스톱으로 목소리 높이던 일들도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어려운 시절 암사동에서 야학을 했던 친구들인 우리들의 우정은 주변에 부러움을 살만큼 대단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언제부터인가 만남도 뜸해지기 시작했고 만나도 헤어지기 바쁜 그런 나이가 되어 버렸다.

줄담배를 피우던 친구들도 담배를 끊고 술독에 빠져야 직성이 풀리던 친구들도 이제는 대부분 한두잔에서 마무리 한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더니 이제는 그런 말들이 남에 말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화두는 건강이고 노후대책이다. 몇년전만 해도 만나면 자식들 출가 문제가 중여한 화두였는데 지금은 대부분 자식들은 출가를 시켰고 아직 결혼을 못시킨 친구들 자제 이야기도 이제는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식을 아직 여의지 못한 친구들은 사실 보통 걱정을 하는것이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그일도 부모 마음대로 되는것도 아니다. 우리가 자라고 성장해서 혼인을 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려서 부모도 자식에게 혼인 문제를 어느시기가 넘으면 말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참 어려운 시대를 함께해온 친구들 말그대로 주경야독을 한 친구들 그런친구들이기에 내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친구들임에 틀림이 없는데 이제는 많이 늙었다. 인정하고 싶지않은 현실이 우리들의 세월이 되어있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던 어른들의 말씀이 이제는 남에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세월 그나마 다행인것은 대부분 나름 성공적으로 삶을 꾸려온지라 서로 바라보면 뿌듯한 모습에 위안을 삼을수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온다던 친구도 도착을 했다
친구를 기다리면서 한쪽에 자리잡고 스마트폰으로 써본 이야기 두서없고 재미 없으나 중년을 넘어서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담담하게 썼으니 담담하게 읽어주셨으면 감사드립니다

곤지암 농협 장례문화원에서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