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누구나 한번쯤은 먹어봤을 제주 오메기떡을 만들다.-with 조수경 선생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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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관광을 와서 오메기떡을 안 먹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오메기떡은 인터넷 쇼핑에서도 판매를 하기 때문에 제주에 오지 않고도 언제든 택배로 받아서 먹을 수 있다.

나도 제주에 살기 전, 제주에 여행을 오면 항상 이 오메기떡을 사 먹었었다.
한번은 수요미식회에 나와서 엄청난 인기를 얻는 '진아떡집'에 가서 줄을 서서 오메기떡을 사 먹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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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떡집 치고는 꽤 넓은 떡방앗간인데, 다른 떡은 안 만들고 모든 직원이 오직 오메기떡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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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줄은 쉽게 줄지 않는다. 떡집 안에서 수작업으로 팥앙금 넣고 팥고물 묻히는데 만들기 바쁘게 포장해도 그리 속도는 나지 않는다.

처음 제주에 이사왔을 때 우리집이 그 진아떡집이 있는 동문시장에서 매우 가까워 더 자주 사먹을 수 있는 떡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에 발에 치이는 것이 스타벅스인 것처럼 제주에는 발에 치이는 것이 오메기떡집이다.ㅋ

오메기떡이 이렇게 제주의 대표 떡처럼 자리를 잡은 데에는 사연이 있다.
이승만 정권시절 제주를 알리는 차원에서 제주의 시장을 홍보했었다고 한다.
그때 다룬 시장이 동문시장이었는데, 동문시장은 제주 토박이들이 이룬 시장이라기 보다는 제주로 이민온 전라도 상인들이 모여서 이룬 시장이다보니 제주의 전통적 특성이 강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때 영부인이 동문시장을 방문하고 떡집에서 떡을 하나 먹는 장면이 대한뉴스쯤에 실렸는데, 그때 먹은 떡이 오메기떡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얼떨결에 제주의 대표떡이 된 오메기떡이다.

탁구공보다 조금 큰 오메기떡 하나에 1000원에서 1500까지 받으니, 이제는 쉽게 사먹는 떡이 아니다.ㅜㅜ

제주음식스토리텔링 수업에서 떡 수업은 여러 번 있다.
그 첫 수업에 오메기떡을 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인기가 반영된 것이리라.
아무튼 나는 너무 쒼난다.^^

<오메기떡 만들기>

재료 : 팥 1과 1/2컵, 설탕 3~5큰술, 찹쌀가루 3컵, 쑥가루 2작은술, 소금 약간, 팥앙금 100g

오늘은 팥고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찍부터 팥도 쪄야 한다.
보통은 이 과정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떡을 만들기 전에 일찍 해둔다.

나도 그렇지만 요즘 사람들은 이런 곡물을 다루는데 참 많이 미숙하다. 잘 기억해 두어야 떡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초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다.

팥고물 만들기

일. 팥은 삶기 전에 불릴 필요가 없다. 아무리 오래 담가놔도 불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냥 씻어 팥과 물의 비율을 1:1로 넣고 삶는데, 한번 바르르 끓으면 물을 버린다.
한번 찬물로 샤워를 해주고, 다시 새물을 팥 위에 2cm되게 넣고 팥 위로 물이 1cm줄 때까지 끓인다.
다시 물을 팥 위로 2cm되게 보충하고 팥 위로 물이 1cm줄 때까지 끓이면 거의 삶아진다.
삶는 동안은 반드시 뚜껑을 열고 삶아야 팥에 있는 사포닌이 날라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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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 삶아지면 솥에서 살살 저어주며 김을 날려준다.(이걸 덕는다고 한다.) 한김 나가면 체에 받쳐서 식힌다.
삼. 물기가 빠지면 절구에 넣고 반정도가 으깨어 질 정도로 빻고 설탕과 약간의 소금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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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팥고물은 준비가 된 것이다.

반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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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만들 때 필요한 도구들이다.
대나무로 된 '시루'와 시루 밑에 까는 '시루밑'이라는 실리콘 페이퍼와 커다란 솥은 '물솥'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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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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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에 깔아두고.

시작하자마자 무조건 물솥에 2/3 가량의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일. 방앗간에서 빻아온 찹쌀가루를 손으로 비벼서 상태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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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같은 초보는 아무리 만져봐도 알 수는 없다.
아무튼 보통은 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을 때 소금 간은 어느 정도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빻자마자 떡을 만드는 경우는 물량을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데, 냉동실에 보관해둔 쌀가루를 쓸 때는 물을 조금 더 넣어야 한다.
보통 마트에서도 쌀가루를 파는데, 그걸로는 왠만한 장인이 아니고는 떡을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방앗간에서 빻아온 쌀가루를 써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쓰고 남기도 하는데, 남은 쌀가루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물만 조절해서 다시 쓸 수 있다고 한다.
정확히는 몰라도 기억은 해두는 것이 좋겠다.
특히 수업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우리가 집에서 떡을 해먹겠어? 떡은 그냥 사먹지 뭐."라고 하는데, 난 해먹어 볼 거거든..ㅋㅋ

이. 손으로 비벼서 잘 풀어준 찹쌀가루에 쑥가루를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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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쑥가루를 넣어주면 찹쌀가루가 오메기가루로 변신한다. 정말로 신기하게 오메기가루의 맛이 정확하게 난다고 한다.ㅋ

삼. 물 3큰술을 넣어 고루 섞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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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물의 적당한 양을 넣었는지 테스트 하는 방법은 쌀가루를 손으로 움켜쥐고 손바닥에 편 후 툭툭 던져봐서 완전히 흩어지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전문가의 포스가 나오는 부분.ㅋ)

물이 잘 섞이면 설탕을 넣어준다. 언제나 설탕은 찜기에 넣기 전에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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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김이 오른 찜기에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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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에 반죽을 넣을 때는 힘껏 움켜쥐었다가 넣어주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찌면서 너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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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솥'에 얹어준다.
이렇게 해서 15분간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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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쪄지면 이런 상태가 된다.

팥앙금 만들어 놓기

팥앙금을 9~10g 정도를 둥글려 놓는다.
팥앙금은 그냥 시중에서 파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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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만들기

일. 반죽이 다 익으면 바닥에 비닐을 움직이지 않게 뒤에 물을 묻혀 깔고, 위에는 식용유를 발라준다.
손에는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비닐장갑을 낀 후, 마찬가지로 식용유를 발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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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찜기에서 다 쪄진 반죽을 비닐에 엎고 시루밑을 살살 떼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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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을 손으로 빨래하듯이 치대준다. 피융피융 바람 바지는 소리가 나면서 치댈 수록 점점더 찰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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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크기로 분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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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앙금을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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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다 팥소를 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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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맛있어 보이는 오메기떡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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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플레이팅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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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집에서 차근차근 따라하면 제주도의 유명한 오메기떡을 제주도에 안 와도, 택배로 신청을 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떡 만드는 걸 배우니 기분이 아주 많이 좋다.
흔히 집에서 빵을 만들거나 케이크를 만들거나 쿠키를 만드는 사람은 보았어도, 두어시간 들여서 유명한 떡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흔치 않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부분 수업을 받는 사람들은 이렇게 수업이 끝나고 "떡은 사먹는 걸로~"라는 결론을 내리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달랐다.
이런 능력뿐 아니라, 이런 걸 배울 기회를 갖는 것조차 흔치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겨우 오메기떡 하나 만들고 '떡 장인'이 된 것 같은 생각에 어깨가 으쓱으쓱해지는 건, 내가 오바쟁이라서일까?ㅋㅋ

아무튼 아무나 집에서 떡을 해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 제주도의 유명한 오메기떡집을 소개하자면,

제주시 동문시장에 있는 진아떡집, 수요미식회에 나와 유명해짐 : 제주시 동물로 4길 7-1

까망고띠, 오메기떡 만들기 체험도 가능 : 제주시 조천읍 와선로 254(선흘리 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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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그 유명한 오메기떡 만드는 걸 볼 수 있다니....ㅎㅎㅎ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떡집도 가고 체험도 해보고 싶네요 ㅎㅎㅎ

그쵸, 쉽게 볼 수 없는 정보이죠?ㅋ
제가 어마어마한 수업을 듣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우리도 팥빙수 만들 때 팥을 삶아서 써요.. 삶는 방법은 좀 다르지만 반갑네요..

팥을 삶아 보신 분이시군요^^
가게에서 팥빙수도 파나봐요.~
@sadmt 님만 두고(?) 다녀온 가족 여행은 재미있었다고 하나요?^^

여행은 아주 재밌었다고 하네요.. 연락도 없더라니..
팥은 제가 삶는 것은 아니구요. 같이 계신 실장님이 삶아요.. 고수죠..ㅎㅎ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수고하십니다.^^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직접 해먹으려면 엄청 힘들겠죠...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는걸로다가 ㅎㅎ

다른 요리에는 의욕을 보이시더니, 떡은 많이 낯설죠?
우리에게 떡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께서는 "떡이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 장담을 하시더라구요.
우리 모두는 고개를 절레절레 했지만요.ㅋㅋ

한국에 갈 때 가끔 제주여행을 해요. 이효리는 못 만나도 gghite님은 꼭 만나보고싶네요ㅎㅎ

@bookkeeper님에게는 이효리 보다 전가요?
너무 기분 좋은 말인데요.ㅋㅋ
그럼 저도 필리핀에 가게 되면 @bookkeeper님을.ㅋㅋ

저 오메기떡 너무 좋아해요:) 메모해놨다가 꼭 가볼게요. 먼저 택배로 주문해야겠어요!

제주도 사시면서 택배로??^^

아무튼 수요미식회에서 나오긴 '진아떡집'이 특별한 것처럼 나오긴 했어요.
오메기떡을 좋아하시면서 여러군데서 드셔보셨으면, 그 차이를 더 잘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제주도 분들 말대로 '제주도는 엄청 크니까.', 택배 주문하셔도, 뭐.^^

지금은 부산에 살아요:) 제주도는 엄청 큰데 전 동쪽 세화바다랑 서귀포쪽만 다녔던 것 같아요. 친구가 종달리에 가게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자주 가게되는 것 같아요^^

아, 부산으로 가셨군요... 저는 아직 제주 계신 줄 알았어요.
종달리 저도 가봤는데, 올레길 코스로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잘 되어 있더라구요.^^
그럼 오메기떡은 택배로 주문하는 걸로~~^^

제주 살이에 대한 동경도 있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gghite님의 글은 너무 부러워지는 글이 되네요. 하하... 예전에 제주 둘레길을 걷다가 가판에서 처음 오메기떡을 접했던 기억이 나네요. 걷기를 하며 약간 출출해지던 상황이라 정말 맛있게 먹었었죠. 근데 돌아올 때 사서 온 오메기떡엔 그 느낌이 안 나더라고요. ^^;;; 여튼 단지 먹는 것을 넘어 그 음식에 담긴 역사와 삶 그리고 만드는 과정까지 알게 되어서 좋습니다. ^^

오메기떡이 팥앙금이 들어있어서 힘들게 걷고 먹기에는 당분 섭취도 되고 해서 더 맛있었을 거에요.
제가 제주음식스토리텔링 수업 듣는 동안 계속 제주 얘기, 음식 얘기만 할텐데... 각오좀 하셔야겠네요.^^
그래도 다른 곳에서 듣지 못할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될테니, 계속 관심가져주세요~ 선생님~~~^^

떡 만드는 과정을 본다한들 떡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떡을 만들고 있는 듯한 대리 경험을 주네요ㅎ 과정을 읽으면서 아 떡이 어떻게 완성되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럴 듯하게 완성돼서 제가 만든 것처럼 뿌듯ㅋ

요리에 관심있는 분이면 제 포스팅 보고 떡 만드실 수 있을 만큼 자세히 정리하느라 노력했습니다.
대리 경험이라도 가능하셨다니 좋네요.
오늘은 수업이 많아, 저녁때쯤 꼭 답방하겠습니다~~^^

흠.. 저는 팥을 좋아하지 않는 초딩입맛이라 시루떡도 팥을 털어내고 먹고 팥죽에서도 새알만 건져 먹어요;;(먹을 줄 모르는 거죠ㅋㅋ)
오메기떡도 안에 쫠깃한 반죽만 먹고 싶습니다... ㅋㅋㅋㅋ

저도 팥은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나이들면서 그나마 팥앙금은 달달한 맛에 좀 먹게 되더라구요.

옛날 가난했던 제주분들은 저렇게 팥을 먹지도 못했데요. 그냥 반죽만 물에 삶아서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songvely님은 옛날 제주 오메기떡을 더 좋아하시겠네요^^

맛있겠어요. 맛을 알기에~더 먹고싶네욧😍
팥 왕창 뭍은 오메기떡을 gghite님은 집에서 해드시겠네요~^^

네,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팥을 묻혀서 오메기떡을 해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ㅋ
'집에서 떡해 먹는 여자'! 너무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아주 매력적이예욧~^^
마이리틀포레스트 보고 건강한 음식 직접 만드는 것도 행복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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