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고구마떡케이크 with 조수경 선생님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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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생일은 잘 챙기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어릴 땐 요즘 아이들처럼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 잔치를 하거나 하던 문화도 없었어서 딱히 생일 케이크를 받아 본 적이 많지 않다.

내가 어릴 때는 그저 엄마가 아침에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먹는 정도가 생일을 치르는 모습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미역국조차도 엄마가 챙겨주시지 않았다면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에는 마음의 상처도 받았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엄마는 최소한 생일날 미역국 끓여주는 것은 절대로 잊지 않으셨다.

그래도 어린 시절 손가락에 꼽을 만큼이기는 하지만 생일날 생일 케이크를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형제들의 생일에 항상 그렇게 생일 케이크를 챙겨준 것도 아니었고, 내 생일에 매번 챙겨준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가끔 운 좋은 해에 생일날 생일 케이크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면 보통 친구들이 생일을 챙겨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친구들도 고만고만하고 이제 머리도 좀 컸다고 요란스럽게 생일잔치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서로 선물이나 주고받고 호프집 같은 곳에 아는 친구들이 모여서 맥주잔으로 건배를 하며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게 전부이다.

이런 세대를 살았던 나에게는 생일이란 것은 그저 번거롭고 쑥스러운 행사에 불과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니 그나마 별로 쑥스러운 생각없이 남편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 걸 당연하단 듯이 생각하게 되었다.
생일이 있는 주가 되면 뭘 먹고 싶다느니 어딜 가자느니 뭐가 가지고 싶다느니 이번 생일에는 케이크를 꼭 먹어야겠다느니 하면서 스스로 당당하게 내 생일을 챙기게 되었다.ㅋ

올초부터 제과 제빵을 배웠으니 가을에 올 남편 생일이나 겨울에 있는 내 생일에는 집에서 비슷하게 나마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도 같다.
크림빵 종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는 생크림 듬뿍 데코한 쉬폰 케이크를 만들고, 떡 종류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는 고구마 케이크를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이번에 제주음식스토리텔링에서 떡 수업을 해주시던 강사님이 제주도에서 많이 나는 고구마로 고구마 케이크 만드는 것을 알려 주셨으니 '세상에서 제일 만들기 쉬운 떡'으로 고구마 케이크를 만들어 먹어도 좋을 듯하다.

고구마 케이크 하나 만들겠다고 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진 느낌이다.ㅋ

떡 만드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있으니 갑분하게 고구마 떡 케이크도 만들어 보자.

고구마떡케이크

재료 : 멥쌀가루 6컵, 고구마(중) 1개, 설탕 6큰술, 자색고구마가루 2큰술, 치자우린물 1큰술, 설탕물(물 1/2컵과 설탕 2큰술)

일. 고구마떡케이크를 위해 고구마로 준비해야 하는 과정.

고구마 하나로 여러 등분을 하여 여러 가지로 이용을 해야 한다.
먼저 고구마는 껍질을 벗긴 후 1/2개는 푹 쪄서 으깬 다음 체에 내려준다.
각조가 고구마 반개를 각자 가스렌지에 찌는 것이 번거롭다며 강사님이 한꺼번에 고구마를 씻고 껍질을 벗기시고 반씩 잘라서 큰 찜통에 쪄주셨다.

강사님은 언제나 보면 떡 만드는 일을 너무 좋아하시고, 그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시고, 혹시나 너무 어렵다고 떡만드는 것을 수강생들이 번거로워할까봐 노심초사하신다.
떡 정도는 각자 집에서 만들어 먹어서 떡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셔서 그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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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님이 혼자서 씻고 깎고 쪄야 하는 고구마의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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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 고구마는 크게 반토막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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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찜기에서 한꺼번에 쪄지고 있는 고구마들이다.

각조에 배당된 반토막짜리 쪄진 고구마로 퓌레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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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고구마를 채망에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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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갑 위에 위생 장갑을 낀 손으로 으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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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을 고구마 퓌레라고 한다.

나머지 반의 삶지 않은 고구마를 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 치자우린 물을 준비해야 한다.
물에다가 말린 치자를 넣으면 노랗게 물이 우러나온다.
치자는 옛날에 민간 요법에서 뼈를 붙이는데 썼다고 한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듣고 옛날에는 뼈가 부러지면 치자 우린 물을 바르는 줄 알았다.ㅋㅋ
그건 아니고 뼈가 잘 붙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치자 우린 물을 장복해 마셨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니니 그냥 민간 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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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말린 치자 열매를 넣어놓으면 이렇게 금방 아주 예쁜 노란색 물이 생긴다.

난 이걸 보고 스페인 요리인 빠에야를 만들 때 비싼 샤프란은 못 넣으니까 이걸 넣어도 꽤 비슷한 색을 연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맛은? 모르겠고.ㅋ

아무튼 나머지 삶지 않은 고구마는 0.5cm 정도의 두께로 편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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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꽃모양 커터 같은 것을 준비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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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썰기한 고구마를 꽃모양 커터로 찍어서 꽃모양 고구마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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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필요한 꽃모양 고구마를 다 만들고 남은 고구마들은 깎둑썰기로 썰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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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을 낸 고구마를 냄비에 담고, 노란색으로 예쁘게 우러나온 치자물을 1큰술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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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기에 설탕 2큰술을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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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졸여주는데, 국물이 1큰술 남을 때까지 졸여준다.
다 졸린 후에는 채망에 두어 물기를 빼주며 준비한다.

이. 고구마떡케이크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쌀가루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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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루 6컵은 먼저 손바닥으로 비벼서 포슬포슬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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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쌀가루 전부를 어래미(채망의 구멍이 큰 것)로 먼저 내려준다.

이렇게 내린 쌀가루를 2컵과 4컵을 나누어 따로 손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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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쌀가루 2컵에 자색 고구마가루를 2큰술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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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되는 천연 자색 고구마 가루가 있으니 이걸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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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주기를 위해서 물 2큰술을 넣고 잘 섞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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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만들 때 이 과정이 제일 중요하고 전문적이라고 한다.
물이 적당히 주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꼭 쥐어 본다.
뭉쳐진 쌀가루를 손바닥에서 툭툭 던져 봐서 세번만에 부서지면 물주기가 아주 잘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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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주기가 잘 된 쌀가루를 고운 체로 다시 내려준다.

다음에는 쌀가루 4컵에 고구마 1/2개를 삶아서 으깬 것 즉 고구마 퓌레 5큰술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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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루 4컵에 고구마 퓌레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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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퓌레가 질기 때문에 쌀가루와 잘 섞이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손으로 잘 으깨면서 섞어주어야 한다.
이것에는 따로 물을 줄 필요는 없다. 고구마에 수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주기의 적당함을 알아보기 위해서 손바닥에 꼭 쥐어보고 뭉친 것을 툭툭 던져보아 세번에 완전히 부서지는 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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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구마 퓌레를 넣은 쌀가루도 고운 채에 걸러준다.
고구마의 점성 때문에 채에 거르기가 팔뚝이 아플 만큼 어렵지만 그래도 잘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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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체에 내리고 나면 삶은 고구마가 뭉친 거 없이 고운 쌀가루가 된다.

이렇게 만든 쌀가루 두종류는 따로 둔다.

삼. 각각의 쌀가루에 쌀가루 1컵당 설탕 1큰술을 기준으로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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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자색고구마가루를 넣은 쌀가루에는 설탕 2큰술을, 고구마 퓌레를 넣은 쌀가루에는 설탕 4큰술을 넣어주면 된다.

사. 떡 만들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해 놓는 것은 언제나 물솥에 2/3의 물을 넣고 끓여놓는 것이다.
이렇게 쌀가루를 준비하는 동안 물솥의 물을 끓어서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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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찜기에 시루밑을 깔고 떡틀을 얹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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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퓌레를 넣은 쌀가루 중 반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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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이 주걱으로 평평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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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둑썰기해 치자물에 졸인 고구마를 올린다.

다시 고구마퓌레 쌀가루를 얹고, 평평하게 하고 깍둑썰기한 고구마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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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자색 고구마 가루를 넣은 쌀가루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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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퍼로 평평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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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자색고구마 가루가 들어간 쌀가루를 채망을 이용해 위에 솔솔 뿌려준다.
마치 케이크 위에 슈가 파우더를 뿌리듯이...ㅋ

육. 떡 찌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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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된 찜기를 김이 오르고 있는 물솥에 얹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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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닫고 25분간 찌고 불을 끈 다음 5분간 뜸을 들인다.

칠. 떡케이크 세팅하기.

떡이 다 되면 물솥에서 찜기를 내리고, 찜기 뚜껑을 열고, 찜기 위에 접시를 올린 다음에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신감 있게 휙~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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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찜기를 빼고 떡틀 위에 다시 접시를 올리고 다시 한번 휙~ 돌려준다.

그러면 보라색이 위에 올라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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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꽃모양으로 모양을 낸 고구마를 얹어서 예쁘게 장식을 해준다.

마지막 장식은 고구마를 이용해 다양하게 원하는 대로 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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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어제 포스팅한 모듬백이영양찰떡과 함께 세팅을 해 보았다.

이걸 같이 세팅한 것은 어제의 그 복잡한 떡과 오늘의 이 복잡한 떡을 한 강의 시간에 다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포스팅도 나눠서해야 하고, 한 포스팅이 엄청나게 길게 되긴 했지만,
진짜로 떡을 만드는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강사님이 처음에 하신 말처럼

"세상에서 떡이 제일 만들기 쉬웠어요."

라는 말을 곧 시인해야 하는 지경에 와버렸다.
처음에 강사님이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코웃음을 짓던 우리 모두는 왠지 다음 번에는 누구보다도 먼저 이 말을 해버릴 것 같다.
신기하게도 정말 떡 만들기는 너무 쉬워지고 있었다.

그러니 생일에 이 쉬운 떡케이크를 만들어 먹어야겠어 말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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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너무 예쁜데요 ㅎㅎ 우리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 그리고 케잌 ㅎㅎㅎ

예쁘지요?
이 정도면 생일 케이크로도 손색이 없을 거 같아요.^^
한번 만들어 보세요~
두분이 만족할 수 있는 고구마떡케이크이겠네요.^^

꽃모양 고구마가 열일하는 것 같아요. ^^::
꽃모양 고구마가 들어가니 확실히 화사한 느낌이 있네요 :)

저렇게 데코하는게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게 한몫하니 시간을 들일 만하죠?^^

배고파요. ㅎㅎㅎ

떡은 식사 대용으로도 돼죠.ㅋ
공부 너무 열심히 하시나봐요. 식사하는 것도 잊으시고..

어릴적 생일케잌을 먹는다는건 꿈이였던거 같아요.
한번은 같이 살았던 막내고모가 회사 끝나고 케잉ㄹ 사온다고 해서 밤늦도록 기다렸는데 빈손으로 오셔서 엄청 실망하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공방가는길인데 포스팅보니 떡을 먹고 싶어졌어요. 가는길에 재래시장이 있으니 사서 오늘 저녁은 떡으로 해결해야 겠습니다^^

막내 고모랑 사신 적이 있으시네요.
전 막내 이모랑 살았던 적이 있는데..ㅋ
아무튼 고모님 무심하셨네요...
날이 더운데도 공방에 가시네요.^^

고구마 진짜 좋아해요 ㅠㅠ 피자도 고구마 피자만 찾아 먹을 정도에요 ㅎㅎ 떡이 진짜 맛있어보이네요~

또 오랫만이시네요.^^
요즘 더운데 일하기 힘드시죠?

하이트님...못하시는 요리가 없는 듯 합니다......

그렇진 않아요.
저도 올 들어 이것 저것 배우기 시작한 거에요.^^

👍입니다. 저도 제빵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요 ㅋ

저도 제주도 이사오고 백수로 지내고 있어서 이것저것 배울 기회가 생긴 거에요.
백수 신분을 잘 이용해 보려구요.ㅋ

이제 생일은 내가 챙겨야해요.ㅎㅎ

맞아요.
내껀 내가 챙겨야지요.ㅋㅋ

이건 따라할래야 따라할 수 없겠는데요..ㅎㄷㄷ
그래도 내가 만튼 케익으로 가족 생을 축하를 한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네요.

저도 수업 세번 듣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구요.
떡 만드는 건 세상에서 제일 쉬워요.ㅋㅋ

우리집도 시끌벅적 생일 잘 안챙겼어요. 그덧에 우리애들도 대충대충 ㅎㅎ 고구마 케잌은 부산의 한 호텔 베이커리가ㅜ너무 맛있어서 서울 살때 그 비슷한 맛 찾으러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어려서 생일 안 챙겨 버릇해서 생일 챙기는 게 쑥스러운가 봐요.
그리고 나이들수록 생일도 너무 자주 오는 거 같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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