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심폐소생술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 것 같습니다.

in #kr6 years ago (edited)

steemitdoor.jpg

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아까 오전에 있었던 일을 포스팅 해 보고자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데 기여한 저의 이야기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올리고 쓰담쓰담 태그를 달아 놓은 것을 안 좋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 제가 이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해 두었으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오전에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다가 러닝 머신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께서 "119! 119! 빨리 빨리!! 사람 사람" 이런 소리를 지르시길래 그 순간 재빨리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Screenshot_20171213-121630.png

그리고 나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 가 보니 어떤 아저씨께서 바닥에 쓰러져 있으셨습니다. 바닥에는 뭔지 모를 액체가 흥건했고요. 그때도 119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쓰러진 아저씨가 아직 숨을 쉬시길래 "숨을 쉬고 있는데도 심폐소생술을 해야 됩니까?" 물었습니다. 그러니 숨을 쉬고 있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Screenshot_20171213-121655.png

그럼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저씨가 때마침 숨을 안 쉬십니다. 놀라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심폐소생술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는데 그때 실습에 열심히 참여했던 것이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한 열 번쯤 가슴을 압박하니 아저씨가 기침을 하면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시길래 괜찮구나 싶었더니 또 조금 있다가 숨을 안 쉬십니다. 저는 또 놀라서 가슴을 압박합니다. 이번에는 입에서 진한 거품 같은 침을 그렁그렁 대시면서 몸을 이리저리 꼬시는게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숨을 쉬었다 안 쉬었다 반복하는 중에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이때,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정말 부끄럽지만 "이러다 아저씨가 잘못되면 나한테 피해가 오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원망(?)스럽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야속(?)하다고 해야 할까요? 암튼 행동으로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드는 게 그리 좋게는 안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119가 빨리 안 오는 것 같아서 짜증도 났습니다. 119안전센터가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근처에 있는 이 헬스장에 오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기도 했고요. 이 부분은 제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고 아저씨가 잘못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근데 누구라도 제 상황이었다면 느긋한 마음은 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119가 도착할 때도 저는 가슴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구조대가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비켜드렸습니다. 전문가가 왔는데 제가 거기에 있으면 오히려 방해만 될테니까요.

그렇게 좀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AED라고 하죠? 심장에 전기로 충격을 주는 기계까지 들고 와서 쓰고 링거 같은 것을 꽂기도 하고 입에 큰 풍선 같은 것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주고 하면서 계속 심폐소생술을 이어 나가고 있으시더라고요.

AED가 등장했을 때는 정말 아찔하더군요. 정말 심각한 상황이구나 잘못하다가는 저 아저씨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본인이 방금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한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 봐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실 것 같으신지요? 상상만 해도 아찔하시겠지요?ㅠㅠ

다행히 맥박이 돌아오고 들것에 실려 근처 대학 병원으로 이송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구급 대원 한 분이 다시 오셔서 이송 중에 의식을 되찾으셨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아저씨가 잘못되셨다면 글을 올리지 못했겠죠.

그렇게 일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람이 느껴지면서도 뭔가 허무하더군요. 분명 큰 일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잘했다고 큰 일 했다고 말씀해주신 것을 빼고는 다들 자기 운동을 하기에 바쁘시더라고요. 큰 칭찬을 바란 것도 아니지만 제가 짧은 시간 동안 감당해야 했던 부담에 비해서 뭔가 허무하다고 해야할까요? 뭐라고 설명하긴 힘든데 어쨌든 그랬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 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경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과정을 겪에 되는지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배울 기회가 있다면 꼭 배워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배워 놓으면 한 번은 쓸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것이 자신의 가족이든 다른 사람이든 나의 작은 용기가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고, 만약에 주변에서 용기있게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한 사람이 있다면 큰 칭찬과 박수를 보내주시는 것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글을 쓰고 나니 떨리는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가신 아저씨께서 큰 후유증이 없이 무사히 건강하게 퇴원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년 12월 14일 내용 추가
: 오늘 헬스장에 갔더니 아저씨께서 이제 거의 괜찮아지셨다는군요. 어제 저녁에 헬스장에 아저씨 형님께서 왔다 가셨다고 합니다. 건강해진 모습을 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지셨다니 안심이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칭찬과 격려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Sort:  

준비된 자세가 있으셨기에 심폐소생술이 통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심근경색으로 떠나신 장모님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보려 했었던 제 무지함이 생각납니다.
제 지난 기분은 털어버리고..

한 생명을 살리신 이런 행동이 쓰담쓰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행동이 쓰담쓰담의 대상이 되겠습니까!

당연히 금번 쓰담쓰담 이벤트 대상자로 선정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ㅠㅠ 오늘 헬스장에 갔더니 아저씨께서 완전히 평상시 상태로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네요.
저도 심폐소생술 강의를 들으면서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어떻게 하게 되더라고요.
장모님의 일에 위로를 전하면서 다시 한 번 쓰담쓰담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쓰담쓰담 받으실 행동이었습니다.
실상 방법을 알고있다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것 또한 절대 쉬운일이 아니기에 더욱 꽈악 안아드리고 잘 하셨다고 해드리고 싶네요 ^^

많은 분들께서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셔서 부끄럽기도 하면서도 힘을 받게 되네요.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없어야겠지만, 그 외에도 타인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고 도우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사내교육이나 민방위에서 여러차례 배웠지만 다행히 아직 쓸 일은 없었네요.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제 가족에게도 전파교육 해줘야겠어요.
정말 잘하셨어요! 칭찬 백만표 드리고 싶습니다!

백만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칭찬해 주시니 뿌듯하고 힘이 납니다. 심폐소생술을 쓸 일이 되도록 없어야겠지만 말씀처럼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배워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팔로우했습니다.

의식이 없는 환자숨을 쉬지 않을때 지체없이 119 연락 및 적절한 가슴압박을 시행했고 AED 사용도 119도착 직후 이뤄졌으니 대단히 잘 한 응급처치로 판단됩니다. 단 몇분이라도 타인의 시선이나 해를 끼칠 걱정에 망설이셨다면 그분의 생존확률은 크게 감소하였을것입니다.

이야기를 자세히 보면 환자가 입에 거품을 문것(급성폐부종의 징후)과 AED사용후 의식회복이 빠르게 된것(부정맥의심)으로 보아 심실세동과 같은 심장성원인의 급성심정지가 있었을 가능성 높습니다.

이런 설명충...은 아니고 제가 몸담는 분야인데. 감히 격하게 칭찬드리고 싶기도 하여..고생하셨습니다^^ 리스팀 하여 심폐소생술의 좋은 사례로 담아두겠습니다! (저의 심폐소생술 연재도 계속됩니다ㅎ)

정말 전문가이시네요. (블로그에 가 보니 의사이시네요.)오늘 헬스장에 갔더니 아저씨께서 이제 괜찮아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아저씨 형님께서 헬스장에 와서 말씀해주시고 가셨다네요. 평소에 원래 심장 쪽이 안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lylm님의 심폐소생술 연재를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팔로우했습니다.

당황하셨을텐데 침착하게 잘대응하신거같아요 가장 용기있으세요!!저도 이 글 보면서 응급상황이 생기면 나라면 어떻게 대처하지 생각했는데 제대로 배워놓아야겠어요. 글 너무 잘보고가요!!영웅이십니다

영웅ㅠㅠ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심폐소생술을 배울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예비군 훈련 때도 빠지지 않고 가르쳐 주고요. 한 번 배워 두시고 머릿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두신다면 실제 상황에 처했을 때 잘 대처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멋진 @hangeul님 안녕하세요! 겨울이 입니다. 흥분되는 @sjchoi님 소개로 왔어요. 칭찬이 아주 자자 하시더라구요!! 훈훈한 글 올려주신것 너무 감사해요. 작은 선물로 0.3 SBD를 보내드립니다 ^^

관심과 용기에 칭찬을 안 할수가 없네요.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고 싶어 하는 요즘에 정말 좋은 일 하셨네요~

krguidedog님/소중한 스팀 달러를 주시다니 받아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많은 분들이 과분한 칭찬을 해주져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오늘 헬스장에 갔더니 다행히 아저씨께서 이제 괜찮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팔로우했습니다.

yuki님/막상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wuki님께서도 저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오늘 헬스장에 가니 다행히 아저씨께서 거의 안정을 되찾으셨다고 말씀해 주시네요.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팔로우했습니다.

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Cheer Up! 힘을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칭찬해 주셔서 힘이 생기네요. 팔로우했습니다.

역시 위기의 순간에 무의식으로 나올 수 있게 훈련이 중요한 거군요. 저도 앞으로 관심가지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하시네요. 소중한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비군에서 3-4회 정도, 전문 강사님의 강의 1번 정도 합쳐서 4-5번 정도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설명을 들은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경험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팔로우했습니다.

사실 잘못되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는 일이었을텐데..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설 수 있다니 정말 멋지시네요!

감사합니다.ㅠㅠ 일단 행동하기 전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심폐소생술을 하며 제가 압박하는 상대방의 가슴이 생각보다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겁도 나고 무섭더라고요. 하지만 설마 응급 조치를 하는데 무슨 일이 있겠냐 하면서 불안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했습니다.

100번 보팅하고 싶은 글입니다. 경험 나눠주셔서 비슷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심폐소생술을 배울 기회가 있으시다면 한 번 배워 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팔로우했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3
JST 0.032
BTC 62795.05
ETH 2941.10
USDT 1.00
SBD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