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기다리는 마음

in #kr5 years ago (edited)

기다리는 마음@jjy

아직은 문살이 보이지 않는다.
동이 트고 멀리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하면 미닫이문이 먼저
밝는다. 잠시 지나 부연 창호지 위로 까만 골격을 드러내는
문살이 나를 일으키며 아침이 시작된다.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스포츠센터로 간다.
운동을 건너뛰고 샤워만 하고 나오니 모두들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오늘 스케줄이 나를 서둘게 한다며 손을 흔들고 나온다.

부지런히 화장을 하고 머리 손질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시간에 겨우 맞춰 버스를 타는데 성공했다.

언제나 나 때문에 일행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 모처럼 부지런을
떨고 자신 있게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문이 꼼짝을 않는다.
전화를 드리니 조금 있다 나오신다고 어디 따뜻한 곳에 있으라고
하시니 계단 출입문에서 기다린다.

긴 시간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문틈으로 내다보며 비슷한 차가
지나가면 혹시 하고 문을 열어보지만 아직은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우리말에 기다림을 표현하는 말이 참 다양하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이 있다. 한 시간이
삼년 가을이 가듯 한다는 말이니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 짐작이
간다. 그 다음이 학수고대를 들 수 있는데 학처럼 목을 길게 늘이고
기다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다림은 나름
희망이 있는 기다림이었다.

함흥차사라는 말이 있다. 모두 알고 있듯이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차지한 이방원이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를 다시 모셔오려고 아무리
애를 쓰고 많은 사람을 보냈지만 결국 아버지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던 절망적인 기다림이었다.

또 원래 우리말은 아니지만 삼년하청이라는 말도 있다. 황하는 원래
황톳물이 흐르는 강이라 물이 맑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삼년을
기다려도 맑은 물 구경을 하기는 틀렸다는 뜻이다.

이렇게 희망을 품지 못한 기다림은 기다림으로 의미가 없다. 더 이상
기다림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전화벨이 울린다. 사무실 앞에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나를 찾는 전화를 하신 것이다.

잠시 춥기는 했지만 내 기다림은 희망적이었다.
이제 두 달만 있으면 꽃이 필거라는 희망도 내 마음에 깃들인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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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되셔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지내세요.

기다림을 표현하는 말을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새롭습니다. 희망, 절망, 쓸쓸함, 외로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다림에 느끼는 많은 감정들 속에서 저도 희망을 잡고 있어야 겠어요. :)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지내세요.

희망적인 기다림 만큼 좋은게 없죠~~ @jjy 님,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잘 지내시죠? 아주 오랜만에 한국과는 시차가 한참이나 나고 있는 곳에서, 스티밋 포스팅 몇편을 읽고 있습니다. 제게 기다림은 정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충분히 기다렸다면 이제 후회는 없을 듯 합니다. 비록 희망이 없는 기다림이지만, 희망이 없다고 의미 없는 기다림은 아닐거라 믿습니다. 행복하세요~~

멀리 계셨군요.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주말 지내세요.

꽃봉오리 기다림이네요

꽃은 사랑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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