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빛고을 @jjy

1980년 5월 빛고을

광주에서 국가전복을 모의한 불순세력에 의해 폭동을 일으켜 군부대를
투입하여 폭동을 진압하고 있다는 뉴스는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계엄령은 너무나 당연했다. 폭도들에 의해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피를
흘리는 장면에 마음 아파했다.

어떻게 저럴 수 가 있을까
저 사람들은 누구이고 왜 저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상상조차 끔찍했다.

폭동이 전국으로 번질 위험이 있어 국가의 안녕과 국민들의 생명과
질서를 위해 부득이 무력진압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그대로 믿으며
마음을 졸였다.

탱크 위로 머리를 내놓고 가는 군인들이 수호신처럼 보였고
학군단 복장이나 교련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무언가를 던지거나
손에 몽둥이 같은 것을 들고 달리는 사람들이 정말 폭도처럼 보였다.

조작된 보도를 그대로 믿었고 더 이상 폭동이 번지지 않기만을
제발 우리 동네까지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공산화 된
베트남 사태를 보여주며 공포를 조성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사태에 불안해하면서도 우리 동네가 아니고
우리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했다.

권력에 의해 진실이 굴절되고 변색되고 있다는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다. 몇 사람이 모이면 광주를 얘기했다. 뉴스와는 전혀 다른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다행이 사태는 진압 되었고 위장된 평화에 안도하며 광주를 잊었다.
망월동 묘역이 보도 되면서 슬픈 가족사에 애도했다.
그때까지도 5.18은 광주사태였다.

우리 민족사에 다시없을 불행한 역사의 현장
조작과 은폐로 일그러진 진실에도 많은 사람이 죽고 행방불명이 된
비극적 사건, 그 크나큰 불행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새로운 조명을 통해 광주민주항쟁으로 새 이름을 얻었다.

30년 세월을 거슬러 민주화의 불을 밝힌 빛고을을 다시 본다.
역사는 바른 기록일 때 그 가치를 지닌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