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맛', 읽는 '맛'이 나는 잡지 'B', 'New philosopher'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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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맛', 읽는 '맛'이 나는 잡지



최근에 읽을 '맛' 좀 났던 잡지 두 권을 소개합니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디자인도 뛰어나서 읽는내내 눈과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그 두권의 잡지는 'B' 와 '뉴필로소퍼' 입니다. B는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한 가지 브랜드에 관해 심층 취재하여 소개하는 잡지입니다. 뉴 필로소퍼는 호주에서 창간된 인문, 철학 베이스의 잡지인데, 윤님의 포스팅에서 보고 알게되었습니다. 제 소개가 부족할 듯하여, 책 소개를 가져왔습니다.


매거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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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Magazine B website

매거진 《B》는 제이오에이치의 관점으로 찾아낸 전 세계의 균형 잡힌 브랜드를 매월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브랜드 관계자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어 하는 이들까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모두를 위해 만드는 진지하지만 읽기 쉬운 잡지입니다.


뉴필로소퍼 (New Philoso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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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Google search

매일매일의 삶을 성찰하는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한국판.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on ways to live a more fulfilling life”의 원형을 찾고자 2013년 호주에서 처음 창간된 계간지다. 『뉴필로소퍼』가 천착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의 삶이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지지하는 정체성은 물론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문적 관점을 선보인다.






럭셔리 아날로그, 모노클



브랜드를 다루는 잡지 B의 ‘모노클’편을 정독했습니다. 디지털로 환승하는 매체들이 무수히 많은 데, 몇 안되는 아날로그 기반의 잡지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중에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영국에서 시작된, 모노클입니다. 월 단위 잡지, 주 단위 신문, 24시간 운영하는 온라인 라디오 방송국까지 '토탈 미디어 브랜드'를 구축했지만, 디지털의 비중이 타 미디어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그런데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디지털매체의 점유율, 클릭수를 분석하는 대신 인쇄잡지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모노클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

  • 월간잡지, 주간 신문 등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
  • 제품을 통한 파트너십 (모노클과 전략적 관계를 가진 브랜드들과의 모노클 상품 개발)
  • 각 도시의 여행 가이드북
  • 24시간 운영되는 인터넷 라디오 채널들
  • 오프라인샵 (모노클이 만들고 고른 상품들)



아래는 인상 깊었던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앤더슨 브라소, 퍼블리셔(Anders Brado, Publisher, Monocle)

지금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세요. 과거 LP플레이어를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LP를 구매하고, 잘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오랜 시간을 흔쾌히 기다립니다.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 모두가 항상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한 가지, <모노클> 독자를 정의하는 것은 나이가 아닙니다. 물론 독자의 성별과 주거지, 연봉 등을 통해 독자층을 정의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소비자의 행동양식이나 가치관, 삶의 태도를 더 주목하죠. <모노클> 독자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 CEO일 수도 있고, 멜버른에서 직원 3명이 전부인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일 수도 있으며, 하버드에 재학 중인 18세의 정치학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이란 글로벌로 향한 시선과 호기심이죠.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위기,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열의를 가진 직원들, 그리고 적절한 위치에 잡지나 신문을 만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조성하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쓰고 물건을 살 것입니다. 저희는 여러 면에서 럭셔리 브랜드처럼 움직이고 있고, 이런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죠.


조 피카드, 에디터(Joe Pickard, Books editor)

트래블 가이드 한 권을 작업하는 데 약 3개월이 소요됩니다. 우선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상업적 가치'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말인즉슨,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었고, 사람들이 잘 알고 많이 찾느냐를 고려한다는 얘기입니다. 그저 며칠 동안 둘러보기에 좋은 도시가 아니라 기능적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주민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살아 움직이는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도시여야합니다. 도시를 결정한 후 그 지역에 있는 통신원 혹은 저희가 신뢰하는 지인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추천 장소를 수집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호텔이나 칵테일 바,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물 같은 곳 말이죠. 그렇게 긴 목록을 만든 후엔 일종의 '검증'과정을 거치는데, 목록과 구글맵으로 무장한 후 약 2주 정도 그 도시에 머무릅니다. 여러 동네를 돌아나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가이드에 실을 장소를 찾아보고, 사업주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정보를 잔뜩 모아 런던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단행본 팀원들과 다 같이 둘러앉아 협의를 하며 목록을 줄여가고, 줄인 목록을 현지 포토그래퍼에게 전달해 약 3주에 걸쳐 촬영을 진행하죠. 그 3주 동안 단행본팀은 기사를 작성합니다. 때로는 그 지역의 프리랜서들에게 기사를 의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모노클팀이 이야기를 채우고 내부 디자이너가 레이아웃을 담당합니다. 제게는 이 부분이 가장 보람 있는 작업인데, 마치 페이지 위에서 퍼즐을 맞추듯 도시의 이곳저곳이 모여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거든요.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트래블 가이드 시리즈의 제작과 인쇄를 담당하는 베를린의 게슈탈텐 출판사로 보냅니다.


타일러 브륄레(Tyler Brule,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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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모노클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아까 이야기한 효율성이라는 테마로 다시 들어가면, 많은 회사가 쉽게 일하는 방법만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베고, 종이를 사고, 잡지를 만드는 것이 너무 복잡하니 디지털로 모두 보내자는 식이죠. 사람들은 모든 것을 능률을 앞세워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모두가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게 되죠. 예를 들면 비디오를 보는 유일한 방법은 넷플릭스,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페이스북, 쇼핑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마존...이런 식으로요. 세상은 그보다 다차원적입니다. 투자자와 오너의 열망은 비즈니스를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지만, 우리는 인생이 그렇게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리 간단하지 않죠. 하지만 집단적 기억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고, 만약 하나의 솔루션에 길들여진 세대로 교체된다면,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꽤나 슬픈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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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즐거운 일상 철학 잡지, 뉴 필로소퍼



철학은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고, 저와 관련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뉴 필로소퍼가 말하기를 아니라고 하네요. 소비, 생활, 삶의 방향, 우리가 늘상 얘기하고 행동하는 것에 기저에는 철학이 있다고요. 이번 호는 한국에서 번역된 두 번째 잡지로, '상품화된 세계 속의 인간'이 주제였습니다. 한국작가가 쓴 에세이와 번역된 에세이가 섞여 있어 다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번역팀에서 엄청 고생해주셨겠지만! 다소 어려운 내용의 칼럼은 마치 외국 논문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철학을 그렇게 쉽게 배울 순 없겠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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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도 많지만, 편집이나 에디토리얼 일러스트가 끝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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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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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인상 깊었던 칼럼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세속인을 위한 무소유 - 박사, 북칼럼니스트

결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만이 답일까? 결심은 꽤 단단하다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도 크고 작은 물건들을 사고, 썼다. 그저 결제할 때 좀 더 신중해졌을 뿐이다. 복잡하고 강렬한 도시에서 스님처럼 살 수는 없었다. 그렇다. 나는 스님이 아니었다. 재가자였다. 재가자에게는 재가자의 삶의 방식이 있는 법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붓다는 이미 그때도 말씀하셨다. 그 가르침을 정리한 책이 바스나고다 라훌라 스님의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이다.

놀랍게도 붓다는 중생들에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다. "모을 수 있는 한 많은 재물을 모으라"고 가르쳤다. 물론 조건이 있었다. 계율을 지켜 모을 것, 그리고 축적한 재화를 올바르게 사용할 것. "꿀벌들이 꽃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꿀을 모으듯이, 남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단계적으로 부를 늘려가야 한다"며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붓다는 집안의 하인을 대할 때도 도리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괴로움이 탐욕에서 비롯된다며 욕심을 버리라 했던 붓다는 어째서 재물을 모으는데는 그토록 너그러웠던 것일까? 붓다가 용인했던 것은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또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생겨나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P.s


두 잡지를 읽고 행복했습니다!
좋아했던 구문들을 따라 타이핑을 치는 것이 치유의 효과가 있군요 :-)
리뷰할 책들이 쌓이고 있지만, 진심으로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많은 친구보단 진실된 친구 몇 명이 더 소중하듯, 그렇게 책을 읽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그 과정이 항상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8월에 회사, 개인 스케쥴이 죽음입니다.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더운데 다들 건강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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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지는 한 번 사서 읽어보고싶은 맘이드네요.
bbc였던가..? 정확히 기억나지않지만 서양어디방송국에서 기획한 '남한'을 주제로한 다큐멘터리 중 모노클 편집장의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급속발전의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는데- 서울은 인구 밀집으로 다들 못생긴집에서 살고있다고 진지하게 비판하더라구요, 맞는말이죠 친구랑 같이 못생긴 집안에서 무릎을 탁 쳤네요 ㅋㅋ

아 그런 다큐가 있었군요?ㅎ 조상덕 누리고 있는 서양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다니. 우리도 이렇게 지을려고 지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네요ㅋㅋ 기회가 되면 찾아볼께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아님 바쁘신 와중에 책도 읽으시고..포스팅까지!!
식사도 잘 챙기고 계시지요?!
뉴 필로소퍼는 끌리네요
예전에 구독해서 읽던 인문학 잡지 '안티쿠스'가 생각나요
이 잡지 기억하는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애독했었는데 폐간돼서 진짜 눈물났었거든요

디디엘엘님 저에 비하면 인문학에서 윗길이시네요!ㅋㅋ!!
점점 책 리뷰가 버겁네요ㅋ 보기만 하고 생각은 안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ㅋ
안티쿠스가 요런 잡지군요?ㅎ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ㅎㅎ

(저는 밥 굶으면 일 못해요ㅋ 밥은 잘 챙겨먹습니당!ㅎㅎ)

아! 맞아요 추억돋는 표지!!
모아뒀던 게 어디로 갔나 너무 아쉬워요
저도 요즘 책에 몰입하는 자체가 모험이랍니다^-^;;
매 페이지마다 뭔가 헤쳐나가는 기분으로 읽게 돼요ㅎㅎ

바쁜 스케줄 가운데 즐거움을 줄 만한 잡지를 발견하셨군요.
죽음의 스케줄에서 돌아오시길...

호돌박님은 일과 삶에 충실하신것 같아서 시간을 허투로 안 쓰실 것 같아요ㅎㅎ
(저는 허투로 참 많이도 씁니다..그래서 몸이 고단해요 흑흑ㅠㅜ)

아니에요. 하루하루가 허투루입니다. ㅠㅠ
반성하지만 다음날 또 반복되는 ㅠ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주말은 푹쉬고 담주엔 또 도전하려구요ㅎ

모노클

저잡지 하나만으로 저렇게 대문이 힙할 수 있다니🤠👍🏻

카페가 배경을 잘 맡아주었네요 😁 크리스님 주말 잘 보내시구요!

경아님도 무더위 조심하시구요~🤠

경아님 포스팅 보고 있으면 항상 새로운 걸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어요.ㅋㅋ 오랜만에 왔지만 경아님 글에서 요즘 부쩍 바쁨이 느껴지네요.

시엔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있었죠??ㅎㅎ

오, 뉴 필로소퍼는 모르던 잡지예요 ! 경아님이 추천해주시니 당연히 좋겠지만, 발췌해주신 글과 얼핏 보이는 일러스트를 보니 취향저격....! 저는 최근 들어서 아트북에 빠져서 assouline 이나 taschen 을 하나 둘 모으고 있는데, '보는 맛' 이 참 좋더라구요 ㅎㅎ

뉴필로소퍼 좋아하실 것 같아요ㅎ Assouline은 처음 들어보네요.. 셀레님이 추천해주신것이니 찾아봐야징..!!

저도 포스팅보고 뉴필로소퍼 사봐야겠다 생각만했었는데, 경아님 리뷰보니 더 맘에 드네요. 꼭 사서 읽어봐야겠어용. 바쁘실텐데 건강잘챙기시구요 :)

P님이라면 저보다 더 즐기실 수 있을듯요ㅋㅋ 어려운 칼럼도 있었어요. 다시 한 번 봐야 할 것 같아요..기억에 남은게 없네요ㅋㅋ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셔서 글을 읽으셨네요. 역시 시간은 나는게 아니라, 내는건가 봅니다.

더워서 그런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다 읽는데 정말 오래 걸렸어요ㅎ 김리님께 뉴필로소퍼 보내드리고 싶네요 :-)

음 근데 경아님 퇴사하셨던 거 아니었나요?ㅋㅋㅋㅋ 아니라면 죄송 ㅎㅎ
by효밥

죄송하지 않으셔도 되요ㅎㅎ 내년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 주말 잘 보내시구요!!

모노클 한국편을 사서 보았는데, 내용은 그럭저럭이었지만 디자인이 뛰어나서 독자에게 만족이라는 느낌을 확실히 주더군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고 여기에 디자인 요소를 극대화하여 일반 콘텐츠와 차별될수 있으니 훌륭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독자를 컨텐츠보다는 다른 브랜드 관심인을 매호에서 끌어들이니, 그 수완도 놀랍고..

부럽더라구요. 저희도 한발 띄어야 하는데. ㅋ

네, 럭셔리 브랜드들의 마케팅 방식을 출판으로 풀어내서 확장하고 있더라구요. 북이오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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