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길 여행기, Pamplona에서 Puente la Reina까지 25km --2편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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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언덕(Alto del Perdón)이 8.4km 남았다고 써진 이정표, 그때는 자세히 보지 않고 지나쳤는데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이제야 보인다.
드디어 용서의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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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모습을 표현한 유명한 조각품이 보인다.
우리도 조각품처럼 인증샷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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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음료수와 간식을 파는 노점도 있고 사람들은 한참을 여기서 쉬다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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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진에서 왼편에 서울까지 9700km라는 이정표도 있었는데 저 때는 몰랐다. 이번에 글을 쓰며 그런 이정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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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국인 가족과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북한 때문에 무섭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때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때문에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은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우리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고 말했지만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지금은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어떤 미국인 여자애는 온몸에 베드버그가 물린 상처가 가득했다. 모기 물려서 부어 오른 것처럼 팔이며 다리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있었는데 정작 여자애는 모기에 물린 것이라며 별일 아닌듯 웃어 넘긴다. 아내는 그 상처를 보며 기겁을 했고 베드버그에 대해 공포심을 갖게 됐다.
외국인들과 한동안 수다를 떨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제는 내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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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이 길을 완주하기를 기원하며 우리도 미니 돌탑을 쌓았다. 아내가 손으로 가리키는 것이 우리가 쌓은 탑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염원을 담아 돌탑을 쌓았다. 지금도 남아있을까?
내리막길이 온통 자갈밭이라 발이 앞쪽으로 쏠리며 발바락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런식이면 며칠 안가 물집이 잡히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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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보습만 찍으면 재미없으니 앞모습도 찍어보고, 이 날은 첫날이라고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 사진은 별로 없다. 이것이 사진사의 비애다. 셀카를 찍어봐야 얼굴만 크게 나올테니 재미없는 사진이 된다.
내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그림자 사진, 누렇게 익은 보리밭 너머로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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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도착, 마을 이름은 우떼르가(Uterga).
조그만 시골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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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트렉터도 보이고(나도 예전에 트랙터 몰아본 농사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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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어본 경험 때문인지 농작물이나 농기계를 보면 관심이 간다.
그래서 보리밭, 밀밭이 단지 풍경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 언제 심었고 언제 수확하고 씨앗은 어떻게 뿌렸고, 수확은 어떻게 하고, 이렇게 농업인의 눈으로 보게 된다.
쉬다 가자고, 이제 의자만 보이면 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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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광장에서 무슨 행사인지는 모르지만 공연이 펼쳐진다.
무슨 춤인지 몰라 '막대기춤'이라고 이름붙였다.

여유있게 공연 관람을 마치고 다시 걷자고.
자전거족도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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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브롬톤 타고 산티아고길을 다시 올까 생각해보지만 오르막에서는 자전거가 짐이고 그래서 죽음이다. 반면 내리막은 신나게 간다. 내리막에서만 자전거가 부럽다.
심심하니 그림자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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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르는 시골 성당에서도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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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뿌엔떼 라 레이나'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해야 도착한 것이다.
알베르게 로비에 배낭을 내려놓자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계산해 보니 우리는 시속 3km의 속도로 쉬는 시간 포함해서 9시간을 걸어왔다. 남들은 시속 4km의 속도로 낮 12시 전후로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우리는 보통 빠르면 오후 2시, 3시 늦으면 5시, 6시에 도착했다. 느리게 걷기도 하고 또 오래 쉬기도 해서 그렇다. 출발시간은 비슷한데 도착시간이 넘 늦다. 늦게 도착하면 숙소 잡기도 힘들고 쉬는 시간도 부족하다. 빨래도 해야하고 밥도 먹어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직하게도 걸었다. 그냥 12시까지만 걷고 중간마을에서 쉬어도 되는데 왜 그랬는지 그날 정해진 목적지까지 어떻게든 걸어갔다. 발에 물집이 생겨 죽을만큼 힘들어도 그날의 목적지까지 걸었다. 이상한 집념이었다.

이렇게 힘든데 도대체 왜 걷는거지?

마지막 사진은 예쁜 보리밭 사진, 저 보리를 수확해서 맥주가 만들어진다. 땀흘려 걸은 뒤에 마시는 맥주는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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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맥주, 레몬이 첨가된 것이 더 맛있다.
2017.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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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우와 힘들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여정과 사진인듯 해요 걸으면서 하는 여행의 또다른맛이죠

걷기여행은 정말 색다른 여행이죠

두 분이 함께여서 그 힘든 길을 완주하실수 있었던 거네요...
지지님 순례기를 보고 또 라거님 순례기를 다시보니 두 분이 이 여행에서 얼마나 큰 사랑과 믿음을 서로에게 선물했는지 느껴집니다.

둘이라서 서로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사의 비애^^
공감이 되요.
그나저나 부부가 함께 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늘 함께 다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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