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기록하고 싶어지는 때

in #kr5 years ago (edited)

My Beloved Ella.

바로 다른 사람의 소소한 기록을 보고 마음이 따듯해질때이다. 다른 사람들도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구나를 담장 넘어 슬쩍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그러면 다같이 사는 세상이구나, 나 혼자가 아니구나를 깨닫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친구의 전화도, 문자도 아닌 인터넷 창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매개체로 쓰일때가 있는것이다.

6월 한달은 내 일, 즉 편곡하고 무대를 올리는 데에 전심을 다해 집중해야 하는 달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중요한 시기이기에 (언제는 그렇지 않겠냐만은) 그 어느때보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있다. 글을 쓸 생각도, 욕구도 생기지 않지만 그래도 매일 조금씩 써왔던 관성때문인지 틈틈히 여는 메모창에 기록하고는 있다. 습관이란 이렇게 중요하고 무서운 일. 지금 내 메모장엔 짧고 부족한 글 언저리만이 남아있다. 지금도 수업 도중 잠깐 쉬는 시간에 틈틈히 기록하고 있다.

여름은, 그 어느때보다도 한국이 생각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모두가 떠나고 오는, 길이 교차하는 뜨거운 여름날. 내가 가면 너가 오고 그녀가 오면 그가 가는, 심심하고도 외롭고 그렇기에 꽉 차기도 행복한 시간이 온다. 매년 그러했기에 이번 여름은 다를거라 감히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훨씬 차분하고 고요한 태도로 시간을 대하는, 전과는 달라진 내 모습이 도드라질 것이라는데엔 의심이 없다. 감사하게도 wake up call,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일들의 연속으로 마음을 부여잡고 앞으로 전진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현재 집필하는 두번째 책과 함께 6월말이면 마무리 될 프로젝트가 몇개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을 불태우고 나면 짧고도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 2주정도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어떤것들로 채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이처럼 들뜨고 즐거운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하루정도는 핸드폰도 꺼놓고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산처럼 쌓아두고 영화를 보는 상상, 친구들과 하루종일 좋아하는 레스토랑 투어를 하며 먹기만 하는 상상, 노르망디로 훌쩍 떠나는 상상 등... 상상엔 돈이 들지 않으니 마음껏 하련다. 발이 묶여있는 지금은 이런 상상으로라도 버텨야 한다. 아, 길거리에서 먹는 떡볶이,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구기, 뭐 이런것들은 질리도록 떠오르는 행복한 상상이지만.

요새는 빠르고 신명나는 스윙보다는 잔잔한 발라드가 귀에 들어온다. 발표해야할 곡들은 모두 스윙이라 지금은 느린 템포의 곡을 최소한으로 들어야 하는데도, 자꾸만 발라드 재생목록에 손이간다. 현생은 복잡하고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으며 눈 깜박하니 벌써 6월이라 그런지 느린 가사와 멜로디가 날 자꾸만 현혹시킨다. 마음 깊은 어두운 곳으로 끌어져내리는 그 느낌이 지독히 아팠던 5월의 이틀을 버티게 해준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아파서 누워있던 내내 제인 모넷의 Bill 을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 전엔 듣지도 쳐다보지도 않던 가사와 내용에 지금은 온 마음이 흠뻑 적셔지고 있다. 마음에 여유가 필요한걸까.

나처럼 게으른 사람도 늦게 꽃핀 대가들의 명언을 가보처럼 받들어 살면, 조금이라도 끄적이고 매일 잠깐이라도 노래하며 예술로 삶을 보고 사랑한다면,(광대하고 게으르게-문소영님) 언젠가는 대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스무살에 꿨던 꿈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로서, ‘치열하게’ 라는 단어가 내게 아깝지 않도록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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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ly posted on Layla. Steem blog powered by EN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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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독한, 빼곡한 그 삶의 시간들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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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건배를 마실 감량은 안되지만, 쑥쓰럽게 내밀어 봅니다!

저에게도 6월 한 달이 상당히 '내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요. 여유를 갈구하면서 그 마음을 이렇게 기록하는 레일라님이 대단해 보여요. 제인모넷의 음악도 들어보고 싶구요.

기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사라진다, 라는 말이 그 어느때보다도 강하게 저를 붙잡고 있네요. 지하철을 타다가도, 커피를 마시다가도 핸드폰을 꺼내 짬짬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 위로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온라인에서 hyeongjoongyoon 님과 같은 분들과 나눌 수 있어 글이 감사하세고 생기를 띄는 것 같아요. Jane Monheit 의 Bill 은 꼭 들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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