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왜 찾아왔을까

in #kr5 years ago (edited)

불행 혹은 우울,
또는 침체 또는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던 과거의 내가 왜 바뀌었을까.

우선 첫번째는, 상황이 바뀌었다.

마음만 바꾸면 행복해진다는 말은 참 잔인하다.
마음이라도 바꾸어야 그나마 행복해진다는 말이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어느 정도, 아니 우리가 원하는 그 곳, 아니 그 비슷하게라도 도달해야 비로소 불행의 마음에서 벗어나 행복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황을 바꾸는 데에는 개인의 노력도 있을 것이나 운도 많이 작용할 것이고, 운은 타고난 건지는 알 수 없겠으나 그것 또한 어느 정도는 운도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언제나 울상인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이 사람을 끌어들인다. 떡 하나라도 더 주고 싶다.

그러니 보기만 해도 기운 빠지는 표정을 하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마음이야 둘째치고 얼굴의 근육을 자유자재로 입꼬리를 올리고 다니는 사람이 운도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억지로라도 웃고 다녀서 그런건지, 아니면 운이 좋은건지 혹은 내가 불행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에 늘 만족하는지라 내 인생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상황이 좋아졌기에 인생에 대한 만족도, 즉, 행복감이 높아졌다.

행복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만족하여 흐뭇한 상태’ 라고 나오는데 나의 지금 상태가 그렇다.

‘만족하여 흐뭇한 상태’

두번째로 내가 행복해진(과거에 비해 행복을 자주 느끼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내가 행복에 대한 환상을 ‘포기’ 했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확실히 정의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가 보통 말하는(원하는) 행복은 일종의 하나의 감정이다.
기분 좋은 상태(감정) 또는 만족하여 흐뭇한 상태(감정)가 우리가 보통 원하는 행복이다.

행복이란 것을 어릴 적에는 아마도 고통에서 잠시 벗어난 상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내 긴장했던 시험이 끝났을 때의 그 잠시동안의 후련함과 여유, 그리고 항상 불안했던 집에서 탈출해 모녀끼리 즐겼던 목욕탕 같은 것들. 고통에서 벗어난 잠시의 안도감, 해방감 같은 감정을 행복이라 여겼다.

머리가 좀 더 크고 방황의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낸 후에는 행복이 그저 이런 잠시의 안도감은 아니라고(아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행복이란 무엇일까 좀 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슬퍼졌다.

나의 몇십 년의 인생 경험으로 통틀어볼 때, 여러 심리 또는 철학 책들을 뒤적거린 결과, 나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미 행복수준이 낮게 정해져버린 사람인 것이다.

어릴 적에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으로 우리 개개인은 행복의 수준(행복을 느끼는 일정한 수준)이 정해졌는데 그 행복수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불행했던 사람들은 나중에 크게 행복한 일이 생겨도 행복수준이 그다지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썼던 글을 보면 그러한 나의 불행한 감정에서(상황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꾸 과거의 감정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한마디로 ‘절망’의 감정을 느꼈다.

나는 행복해질 수 없을거라는 느낌.. 정확히 말하면, 상황이 모두 좋아져도 나는 행복을 그다지 느낄 수 없을거라는 그 느낌.. 그것은 나에게 절망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절망으로, 나중에는 절망이 체념으로 되었고, 체념은 수용으로, 수용은 어느새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

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나란 사람은 언제나, 이러한 외로움과 약간의 슬픔을 늘 간직한 채 살아가리라는 것을.
나는 영원히 순수하게 행복을 누리지 못할 것임을.

나는, 나는 내가 가진 이 행복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나의 인생경험을 미루어보아 이제는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절망이고 슬픔이었는데, 체념이 되고 체념이 수용으로 바뀌다보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다.

‘행복을 포기하니 행복이 찾아왔다..’ 라고 해야 할려나.

그냥, 예전엔 행복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행복해질거야’
‘이 목표에 도달하면 행복해지겠지’
‘이 사람하고 잘 지내면 난 행복해지겠지’

‘이렇게, 이렇게 되면 행복해지겠지...’ 라는 기대. 믿음. 희망.

그런데 어느 정도 내가 생각했던 것이 많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그냥 어느 순간 내가 어떻게 되면 행복해질거라는 기대를 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절대 내가 원해서가 아니고)행복을 포기했는데, 그러니까 마음에 평정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기대하지 않는 마음.
그저 ‘지금 이대로’ 를 바라보는 마음.
그것이 바로 평온한 마음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많이 바뀌었다.
눈에 띄게 노력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운이 억세게 좋은 것도 아니지만, 남들이 보기에 행복할만한 조건을 다 갖춘 것도 아니지만, 그런데 나는 어느새 행복해졌다.

왜일까.

나는 두번째 이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싶다.

내가 행복을 포기했기에 도리어 행복이 나를 찾아왔다고.

너무 안달복달 하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불안해하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지금 이대로, 여기’를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모습의 나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곳에, 행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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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순삭당하고 있어 급하게 축하 이미지만 늘어놓고 가요.ㅠㅠ

멋지게 편집해서 드리려고 했는데... 요즘 정신이 없네요.^^;

오늘 생일 맞죠?
(제가 M님 글을 처음 본 게 '닉 부이치치'에 관한 글이어서..ㅎ)

오늘 하루 멋지고, 행복하고, 미소 가~~~~~득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축하.gif

와.........

엄청나게 감동 받는 중...

미역국 먹고 이렇게 칼님께 생일 축하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네요...

와.........

저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관심 받고 사랑 받는 존재였군요... 칼님께 너무 감동 받았습니다...ㅜㅡㅜ

칼님이 일하시느라 바쁘셔서 스팀잇 활동을 안 하시길래 종종 칼님댁을 들락날락 거리곤 했는데.. 이렇게 서프라이즈를...

정말...역시 빛칼입니다!!!

<점심에 슬쩍.. ㅋㅋ..아 악필 ㅋㅋ>

그냥 손을 뻗어 잡으면 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행복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들은 ^^

(앞으론 행복해서 더 빛날 별님~ 화이팅!)

그냥 손을 뻗어 잡는다...(또 곱씹을수록 감칠 맛이...)

행복하고 싶으니까 회장님 말씀처럼 그냥 손을 뻗어 잡겠습니다!!!

역시 스팀잇 대표 사랑꾼답게 생각 풍선 안에 하트도 들어있군요..ㅎㅎ 오랜만에 보는 그림체 역시 귀엽고 정감갑니다..!! (글씨체는 패스...)

스팀잇 대표 사랑꾼은 우리 아니었던가요....

우리는 <지독한> 사랑꾼..

나의 뮤즈....^^ (쓸쓸한 미소..)

아직 일본에 계시나요?

어딜 계시든 당신은 잘 적응하고 잘 사색하고 잘 먹고 잘 사랑하고 계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난 언제든 여기에 있을테니 오게 되면 꼭 왔었다는 표시라도 남겨줘요...

내 맘속의 소울메이트 당신을 만났던(오프라인으로..) 그 일년은 내게 내 남편(옛사랑..)을 처음 만났던 때만큼이나 설레고(저의 고백을 잊지 않으셨겠죠.. 우리 다음 세상에..)행복하고 마음 따뜻하고 연결감을 깊이 느꼈던 때로 저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예요...

언젠가 문득 외로워지거나 옛추억이 떠오르면 꼭 왔다는 표시 남겨줘요...

나는 당신을 좋아하고 따라다닙니다...

From. T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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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니 더 아름다운 이 마음...^_^

이런 그림을 세번이나 받을 수 있었던 (아기띠 그림, 메가스포어 단독 그림, 라이언님이 행복에 대해 사색하는 그림)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 이 그림을 다시 보고선 느끼고 감사해봅니다..^^

스팀잇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은 것 같네요. 많이 사랑을 받았고 그 덕분에 저도 더 밝게 더 힘차게 지금을 살게 되었어요. 책 올해 나오면 스팀잇에 알릴게요~^^

어젠 오랜만에 추억에 잠깐 몸을 담그셨나봐요~
건강은 괜찮으시죠? 코로나로 인해서 아시아가 들썩이네요.

추억이 있는 장소기에 떠난 사람들도 언젠간 돌아올 것 같습니다.
좋은 날이 오겠죠 ^^

책 나오시면 꼭 포스팅 해주세용~ :-)

행복감을 느낄수 있도록 도와주는 외부요건들도
오래도록 지속되길 빕니다.

혹시라도 힘든일이 생기면
행복한시절에 대한 기억을 뜯어먹으며 살면되지요.

행복한 기억도
많~이 저축하시길 빕니다^^

네! 네오쥬님~~^^ 많이 저축 중입니다! ㅎㅎㅎ

마음이라도 바꾸어야 그나마 행복해진다

저도 여기에 한표..

그리고..

’포기하면 편하다’란 말.. 참 아이러니하게도.. 설득력 있는 말이더군요..

네... 그런 의미에서 아주 편하게(정신승리..)인생 살아가고 있습니다... ㅎㅎ 행복도 조금은 포기했고 (나의 행복 수준에선 이정도도 괜찮은거라고 생각하며..)좋은 엄마도 어느정도 포기하니... 마음이 편해져서 역설적으로 조금 더 좋은 엄마..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ㅎㅎ (아마 아이들과 남편의 생각은 저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ㅎㅎ)

유열의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바로 지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주오~~" 순수하게 행복을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다들 조금의 차이인거죠.
""처음에는 절망으로, 나중에는 절망이 체념으로 되었고, 체념은 수용으로, 수용은 어느새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
라고 하셨는데,이게 인생아닐까요? 마음에서 내려놓음!! 이것만이 삶에 행복을 좀더 내것으로 가져오는 지름길라는 말이시죠?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행복하시죠? 행복하세요. 행복합시다, 우리모두,,,

운이든 태도 때문이든 지금 여기 행복에 도달한 megaspore님이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행복하지 않은 날도 행복하시길:D

사람 감정의 기본값이란 0이라기보다는 조금 우울한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걸지도 모르니 겸허하고 겸손한 megaspore님 스스로 많이 아껴주고 불안함 없이 완전히 행복할 때 행복하시길. 저도 그럴게요.

내가 행복을 포기했기에 도리어 행복이 나를 찾아왔다고.

마음을 내려놓아서 더 행복해졌다는 것은 뭐랄까..흠
강박관념에서 벗어났거나 아니면 주변의 소소한 것에도 감사할 수 있게 되었거나 ㅎㅎ 자신을 많이 들여다봐서 그런 행복이 찾아온 것은 아닐까요 ㅎㅎ

네! 르바님! 소소한 행복에 감사할줄 아는 행복이 찾아온거 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실천하는 말중에 하나가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였나...그 비슷한걸거예요.
힘들어도 입꼬리 쳐지는게 싫어서 올리려고 애쓰는 편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니 땅보고 쳐져있을 때보다는 운이 좋은거 같기도 해요.
행복은 그냥 매일 매일 내 곁에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니까 감사하고 행복하고 뭐...별다른게 아니니까 라 생각해요^^

저도 그냥 오늘을 살려구요.

작은 행복부터 시작합니다..
불금을 즐겁게...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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