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바꾸다

in #kr6 years ago (edited)


지난 주 휴대폰을 새로 장만했다. 


1.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거나 그닥 활용할 일이 없어 휴대폰도 이상이 생겨야만 바꾼다. 그러다 보니 지난번 바꿀땐 어느 날 갑자기 쓰던 휴대폰이 아예 망가져 안에 있던 데이터를 아무것도 살릴 수가 없었다. 전화번호, 사진, 음악 등등... 새로 개통은 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빈 것을 보며 엄청난 것을 잃어버린냥 당황스럽고 기분이 안좋았다. 뭔가 치명적으로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빈 전화에 주소록만 간신히 살려놓고 사용을 하는데 우려하던 일은 없었다. 가끔 지우려고 봐도 버릴 것 하나 없다고 느껴지던 모든게 사라졌는데 나는 불편하지 않았다. 메모든 사진이든 뭐 하나를 찾으려고 한참을 봐야하던 수고가 사라지고 빠릿빠릿 작동하는게 화면도 단촐하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여지껏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서 붙잡고 있던 것들이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다른 물건도 마찬가지다. 집에서도 실제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몇개 되지 않는것 같다. 분명 이사를 올 때는 여유 공간이 있었는데 이사를 나갈 때 쯤엔 발 디딜 틈이 없다. 정말로 나는 저것들을 필요해서 쌓아두고 사는 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필요한걸 찾는데 방해만 되는건 아닐까. 언젠가 정리해야지 하지만 휴대폰이 고장나야 정리된것 처럼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있어야만 내 집안도 정리가 될 듯 싶다. 전혀 생각지도 않게 휴대폰이 바뀐거처럼...


2. 이전의 일을 계기로 이번엔 뭔가 이상의 기미가 보이면 휴대폰을 바꾸기로 한다. 나는 붕어가 아니므로 핸드폰이 나름의 병세를 드러낼 때 재빨리 캐치하고 실행을 한다. 요즘엔 세상도 좋아져서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도 모든 데이터가 쑥쑥 옮겨진단다. 

그럼 어떤 걸로 바꿔야하나? 휴대폰으로밖에 사진을 안찍는데 저번에 보니 광각렌즈가 따로 달린게 있던데 그럼 그걸로 결정...주문을 하니 상담원에게 전화가 왔다. "고객님 기종은 이거 맞으시구요? 색상은 어떤걸로 하시겠어요?" "그레이 있나요?" "아뇨 고객님, 이 제품은 그레이가 안나왔어요." 아 그래요? 그럼 블랙이요."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대화를 마치고 다음날 바로 배송. 아하...이것이 신형 휴대폰이구나. 

꽤 비싼 물건이고 앞으로도 2년은 수족처럼 부릴 물건인데 감흥은 채 5분도  가지 않았다. 기존 아이폰 백업 비번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을 헤매고 이거저거 설정하고 나니 벌써 지치고 후회다. 단순한 인터넷 북마크 설정하고 화면 여닫는것 조차 익숙하지가 않아 진짜 그냥 던져버리고 싶었다. (아직도 음악이 어디에 저장되어있는지 찾지 못했다.ㅡㅡ) 그리고 어라...분명히 뒤에 렌즈가 두개였는데...알고보니 내가 주문한것은 사려고 했던것이 아닌 다른 기종. 아하하하..나는 붕어는 아니고 닭쯤 되는것 같다. 아님 그 중간 어디던가.

귀찮았다. 일때문에라도 내가 하루 중 가장 손에서 놓지않고 있는 물건이라면 적어도 내가 살 것이 무엇인지는 실제로 보고 스펙도 찾아봤어야 했다. 닭보다는 확실히 똑똑했던 시절엔 어떤걸 살지 한달은 넘게 고민하고 그게 끝나면 색상을 또 고민하고 그게 끝나면 어디서 살지를 고민했다. 그게 싫거나 귀찮지 않았다. 사고 나서도 몇달은 애지중지하고 사용법도 찾아봐가며 익혔다. 

원래 부지런하지는 않았어도 이런 일들에 관심 없어지고 귀찮아지는 정도가 너무 급격하게 심해졌다. 나에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그냥 나이만 몇 살 더 먹었는데...원래 게으른데 나이 버프를 받아 증상이 심해졌나보다. 이런 식이라면 나이 60즈음엔? 하아...곤란하다. 매우 곤란하다. 

이게 끝? 으응..이게 끝! 휴대폰 구입기라 해놓고 휴대폰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는 구입기 끝!!

TIP 하나. 아이폰 지문인식에 개 발도 가능하다는걸 아시는지. 아이폰 지문인식에 개 발을 등록. 직접 사용해보았는데 잘 작동했다는... 다른 기종이나 동물은 모르겠습니다만 제 개는 되더라구요.

새로 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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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 발도 인식이 될줄이야.. 신기하네요.
저도 한번 시도를..ㅋㅋㅋ

해보세요! 저는 아이가 굉장히 배부르고 움직이기 싫어할때 했더니 가만있더라구요. 인식하는 과정도 재밌답니다.ㅋㅋ

헐. 아니 그게
정말 됩니까?
신기하네요 ㅋㅋㅋ

ㅋㅋㅋ가끔 아이발을 잡고 잠금해제를 했으니 되는건 확실합니다!!ㅋㅋ 참고로 제 이전폰은 아이폰6였습니다.

강아지 발 인식 ㅎㅎ.. 저도 폰 바꾼지 얼마 안되는데 적응 중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게 적응하는 시간이 꽤나 오래 필요하네요. 자꾸 쓰다보면 나아지겠죠. 방문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오치님 감사합니다!

저는 하루종일 폰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저랑 많이 다르시네요.ㅎㅎ
전 폰이나 컴이 없으면 공황 상태에 빠지거든요.ㅋㅋ
넘 쿨한 성격이신 것 같습니다.^^

저도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엔 아무생각 없이 기종도 확인 안하고 덜컥 사버렸더라구요. 쿨하고 싶은데 덜렁이에 가까운지라...ㅋㅋ @scv 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익후..넘나 감사합니다. ^^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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