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경계

in #kr6 years ago (edited)

Seoul, Jul. 2018, Nexus 5x


내가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의 경계라는 것이, 사실은 내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의 경계와 일치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땅을 디디고 살아가야하는 특성이 결국 공간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성향을 결정지어 버린다면 어떨까. 고개를 아래 위로 드는 것보다 좌우로 돌리는 것이 익숙한 삶이기에, 하늘도 고개를 들어서 높이 보기보다는 아예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내다보는 것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중력의 방향은 대체로 우리가 자유로이 움직인다고 믿는 방향에 수직일 때가 많고, 중력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진다.

프레임에 갖힌 시선은 카메라를 사용할 때만 고려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선의 방향에 대해 우리는, 모든 시선의 방향이 균일하고 동질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조금 더 편하다. 시선이 어떤 제약에 부딪히는 때에 다른 방향의 시선을 고려한다.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유로운 시선의 축복을 모두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정말로 축복일지는 확신이 없지만 말이다.)

어떤 경계는 허물기 무척 힘이 들기도 한다. 경계를 이루는 벽을 뚫어버리기까지, 나다닐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문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노력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벽이 아닌, 천장을 생각해봐야할 때가 있다. 중력에 대항하면서 움직인다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애초에 중력을 자연스럽고 굳이 건드릴 필요없는 고유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머릿 속은 복잡하지 않았을터, 거추장스러움을 느끼게 되면서 이제 세계의 너비는 부피가 되고 시선의 방향에는 차원 하나가 추가된다. 그렇다고 경계를 넘어서는데에 힘이 덜 들게 되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희망이 섞인 고문 같은 상황이 생긴다.

이때쯤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왜 필요한 것인지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확장인가? 확장은 왜 해야하는가? 추가적인 차원을 인식한 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닌가? 경계의 존재함은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가? 그걸 넘어서면 이제 세계는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 여러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우선은 가만히 바라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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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진을 찍으면서 프레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사물을 접근했지만, 일상생활 안에서 시점과 관점을 달리해서 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더군요.
위의 사진 느낌 있는데요^^

비틀어보고 달리보는 것을 습관화하려 노력하다보면, 사물과 사람에 대해서도 결을 파악하는 데에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믿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찍은 사진 중에서 저 스스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좋게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이란 경계를 넘나드는 거 아닐까요?^^

넘나들면서 조금씩 확장되기를 꿈꿉니다. 조금은 아프더라도 말이지요.

달이라고 생각하니 예술작품이 되는군요.

찬찬히 들여다보니 달 같은 느낌이 있네요. 공간과 공간 아닌 것이 전복된 상상입니다. :)

사진은 한참 봤습니다. 보다 보니 2차원으로 보이는데 가운데 원이 하얀 솜사탕같네요..ㅎㅎ

부드럽지만 옅게 퍼지는 실들이 저에게는 추억의 솜사탕 같은 느낌이네요. ㅎ

익숙해져서 인지하기도 어려운 경계를 넘나들려면 조금은 불편하고 낯선 불안함을 기꺼이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너무나 잘 정돈된 시간과 공간과 사회적 프레임안에서 정리에 목을 매며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누구나 경계를 가지고 있고 경계 안에서는 아무래도 닿을 수 있는 영역인 만큼, 편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끔은 경계를 왜 벗어나야하는지, 왜 넓혀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굳이 찾지 못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이는 미래와 보이지 않는 미래가 있을 때, 후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고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정리와 정돈에 관한 보이는 미래를 충실히 잘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는 답일 것 같지만, 가끔은 그 "권태"로움이 다른 시선을 보게끔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시선에 보이는 경계를 넘어서는 것도 때론 힘들지만 관념적으로 보이는 경계를 넘어서는게 정말 힘든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의식하고 노력해야할 문제겠죠

경계는 사실 외부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작용도 합니다. 그러니 그 보호를 벗어나, 무언가 넘어선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일 것입니다. 단련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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