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라이프] 아홉. 갑자기 기차여행 - 아유타야 by 자전거

in #kr6 years ago (edited)

저는 오늘, 그러니까 그제 라이딩을 하다가 @himapan님과 함께 만나서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한 케찹?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지금 아유타야 갈까?" 라는 말을 들었죠.

@himapan님과 몇몇 라이더와 방콕이 아닌 다른 도시에 자전거를 싣고 떠나자고 입버릇 같이 평소 말하던 지라,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받은 제안에 바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망설일 것도 없었죠. 뭐 라이딩을 하던 참이어서 장비는 대충 갖춰졌던 터라 못갈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전후방 라이트 충전기와 양말 속옷 정도를 챙기지 못했지만, 필요하면 현지조달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먹던 점심을 마무리(?) 짓고 그 길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방콕의 기차역, 후알람 퐁(Hua Lam Phong, สถานีหัวลำโพง) 으로 향했습니다.

후알람퐁 역은 방콕 여행을 몇 번 해보신 분이라면 알고계실 법한 지역입니다. 약 1킬로 반경이내 짬쪼리, 센탄월드, 쭐라롱껀 대학교, 자이언트 스윙, 마분콩(MBK), 짐톰슨, 차이나타운(Yawarat, เยาวราช) 등이 있죠. 먹을것도 많고 구경할 것도 많은 지역입니다만, 사실 기차를 안탄다면 또 여행와서 못보고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곳입니다.

돌아올 때 느꼈지만, 라이트 전지와 속옷을 챙기지 못한게 많이 불편하기는 했습니다. 단 여행을 떠날 때 정확히 무엇이 필요하고, 또 무엇이 필요 없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고, 가방 하나로도 여행을 떠나는데 큰 문제는 없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습니다. 타고난 욕심꾸러기 성격에 반해서 미니멀라이프로 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편이라, 어떤 면에선 매우 홀가분 했답니다.



좀 낡긴 했죠. 하지만 3등칸이라는 거. 에어콘이 안나와서 바깥바람과 선풍기로 버텨야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2등칸은 의자가 좀 편하고, 1등칸은 에어콘이 나오더군요. 대신 방콕에서 아유타야까지 단돈 20밧, 약 600원입니다. 소요시간은 1시간 반 정도입니다.


방콕 기차역은 차이나타운 야와랏, ..등과 인접한 곳에 있습니다. 대개 쉽게 떠올릴만 한 것 처럼 낡고 오래된 역사, 기차들도 역시 많이 낡았습니다. 하지만 기차역의 플랫폼은 유럽의 것과 같이 커다란 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유럽여행에서 감성을 자극받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곳에서도 반드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답니다.


왼쪽에 잘 보시면 @himapan님이 반쯤 다리를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계십니다. 역사내에서 자전거 타고 이동하다고 역무원한테 욕먹고 내려서 끌고 갔습니다만


결코 오래된 기차들만 있을거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방콕과 싱가폴을 왕래하는 럭셔리 기차 Eastern & Oriental Express Luxury Train을 만났습니다. 소설,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배경이 되는 바로 그 기차입니다. 7성급 호텔을 떠올리면 된다니, 좋다는건 알겠지만, 정말 비싼 기차입니다. 방콕-싱가폴 간 2일짜리 여행기차입니다. 한 달에 3-4회만 운영한다니 구경한 것 만으로도 운이 좋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현재 가장 싼 표가 350만원, 제일 비싼표는 760만원이군요. 웹페이지 한국판 안내문이 재미있군요. 이래서 돈이 많으면 좋은가 봅니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돈이 너무 많아서 어디써야할지 고민되는 날이 오면 함 타 봐야되는건가 싶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독일가서 그냥 ICE 침대칸 특실 타시는 걸 추천합니다. 1/10값으로 샤워실, 조식 등 비슷한 체험가능하십니다. 고갱님. ㅋㅋㅋ



다시 현자타임입니다. 3등칸과 짐칸을 잇는 연결선입니다. 이부분을 끊어버리면 미스터 선샤인, 최유진의 고애신을 향한 사랑을 위한 희생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복수하러 조선에 와서 사랑 때문에 죽다니 ㅠㅠ 꺼이꺼이. 역시 나라보단, 사랑이죠.(나 뭐래니)



4번 플랫폼에 있는 기차는 Ubon Ratchasima로 가는군요. 거기가 어딘가 하고 찾아보니 태국 최동단 라오스와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군요.


)



기차가 돌아와서 오랫동안 서 있습니다. 역시 기차는 바깥 풍경이죠.



자전거를 기차에 싣는 건 만만치는 않습니다. 대형화물을 화물칸에 실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사람은 20밧내고 타는데 짐칸에 자전거는 100밧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싣고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군요.


아유타야 기차역엔 모던하고 멋진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맥주를 잔뜩 마셨습니다. 어차피 기차타고 이동할거니까요. 음주라이딩을 하려는 건 결코 아닙니다. 척추와 요추가 아픈 기차에서의 두어시간을 견디려면 선택이 아닌 필수죠. 물론 낭만때문에 마시는 겁니다.




가게 이름도 멋지고 음식도 맛있군요. 앞으로 아유타야 기차역에 오면 이곳에 꼭 들러야겠습니다.


아유타야는 방콕에서 오기엔 사실 참 만만한 도시입니다. 특히 거리상으로는 한 60Km 정도니 아주 가까운 편이죠. 방콕이전의 고대도시라 볼 거리도 많긴 하지만, 사실 기차만의 여행이었다면 안올 수도 있었던 일정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도시에 와보는 건 매력있는 일인데, 큰 자전거를 어딘가에 실어서 간다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 자꾸 미루던 참이었죠. 방콕에서 @himapan님은 라이딩계의 대부(?)이신데, 협박반, 강요반에 이끌려 점심먹다 끌려온(?) 이번 1박 2일 여행은 아주 알찼습니다. 방콕에 저녁에 떨어져서 집까지 돌아가는 길이 힘에 좀 부치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행'이란 인생에서 같은 돈과 같은 시간을 소비하여 얻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크고 많은 것들을 준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자전거와 기차와 함께 한다면 1+2입니다.^^



[수수의 태국라이프]

하나 찡쪽에게 배신당하다
라이딩 & 소나기 피하기
대형서점 키노쿠니야에 다녀왔습니다 (뻘글주의)
메가방나 미샵(?)에 다녀왔습니다 (쇼핑어쩌고… 개똥철학 주의)
다섯 태국식 목욕탕
여섯 온눗(On Nut)에 있는 Better Moon x Refill station 카페를 다녀왔어요
일곱 고양이 풀뜯는 소리
여덟 방콕에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Sort:  

두분 다 너무 멋지십니다.
히마판님 모습 잘 보려했지만 멀다는...
엄지척입니다. ㅎㅎ

하핫~ 그러게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dozam님~

수수님 여행기 혹시 트립스팀은 안쓰십니까!
https://kr.tripsteem.com/

오오 이런게 있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와우 멋진여행 하셨네요. 태국에서 자전거 여행이라니. 와우!

괜찮죠? ㅋ

사람보다 자전거의 요금이 더 비싸네요.ㅎㅎ

아이고 그러게욥 예상보다 싸서 놀래고 예상보다 비싸 놀래고... ㅋㅋㅋ

ㅋㅋㅋ 재미난 1박2일 여행기네요!

에빵님 요새 안보이셔서 궁금했습니다. 잘 지내시죠?

히마판님과 자주 만나시나보네요 ㅎㅎ

방콕생활에 절대 도움을 주시는 분이죠.^^

정말 맛있게 보이네요.
매운것 많이 좋아하는데 먹고 싶습니다.

역시 @soosoo님의 글은 생동감과 감칠맛이 있습니다. 참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soosoo님 덕분에 시간의 안배도 여유롭게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구요.
다음엔 피싸놀룩이나 수코타이로 가시지요.
그리고 그 다음엔 기차로 역마다 쉬어가는 일정을 만들어 보지요.

Hi @soosoo!

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3.813 which ranks you at #4371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improved 79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4450).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471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109.

Evaluation of your UA score:
  • You're on the right track, try to gather more followers.
  • The readers like your work!
  • You have already shown user engagement, try to improve it further.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

자전거 여행중이시군요~ㅎ
잼나고 그리고 안전하게 타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11
JST 0.033
BTC 64678.67
ETH 3086.68
USDT 1.00
SBD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