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대흥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까닭

in #oldstone6 years ago (edited)

대흥사는 참 이상한 절이다. 여러 절을 다녔지만 어떤 연유로 대흥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해남에 있는 매우 큰 절이니 등재될만 하다고 해서 그랬을까 ? 대흥사를 이리 저리 다니면서 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는지를 나름대로 생각해보려고 애를 썼다. 대흥사가 매우 큰 절인 것을 사실이지만 건축물은 다른 절에 비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규모는 컸지만 훌륭한 전각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통의 절집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

대흥사는 전각들이 좋게 말하면 자유롭게 그렇지 않으면 마음대로 서 있는 형태다. 대웅전이 있는 북원과 천불전이 있는 남원으로 나뉘어있다. 실제 뭔가 감상할 만한 곳은 대웅전이 있는 북원이다. 남원은 초의선사가 팠다는 연못인 무염지가 있고 천불전과 같은 전각들이 있다. 다들 돌아보아도 불국사나 법주사 혹은 통도사 같은 전각은 보이지 않는다.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우리네 절중에서 그정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 어디 대흥사만 있겠는가. 나의 부족한 소견으로는 대흥사가 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흥사의 내적인 아름다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은 대부분 역사성 때문이지 그 아름다움 때문을 아닐 것이다. 대흥사는 대흥사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난 대웅전이 있던 북원에서 그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점은 다음 기회에 다시 쓰기로 하겠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한국의 불교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인류유산이라는 점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머리에 떠오는 것이 대흥사와 역사적 현실과의 연관성이었다.

처음 들어 오는 길부터 절이 현실문제와 많은 관계를 맺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초입의 여관에서 광주민주화 운동에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밥을 해 말랐다는 것이 생각의 단초였다. 임진왜란때 승병을 일으킨 본거지가 대흥사였다. 대흥사는 예부터 현실문제에 무관하게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절집중에서 유일하게 조정에서 내린 사당이 자리잡고 있다. 서산대사를 기리는 표충사다. 비록 요즘은 별로 사람들이 찾지 않아 땅바닥이 푸석푸석하게 되었지만 서산대사는 당시의 시대적 현실과 승려의 본분에서 시대적 현실을 택했던 사람이다. 불살생을 제1의 계율로 지키는 승려가 왜군과 맞서서 칼과 창을 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저 그것을 자랑스런 전통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생각해보라. 지금 북한이 처들어 온다고 천주교 신부님과 개신교 목사님들이 총을 들고 전투에 나간다는 것을.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들은 그냥 그자리에서 맞아 죽어도 절대로 총을 들고 그들과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총을 들어 북한군에게 쏘는 순간 더 이상 신부거나 목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6.25 전쟁 당시 신부님과 목사님이 총들고 북한군과 싸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는 듯 하다.

임진왜란 때 승려들이라고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스님들이 노역에 동원되어 성을 쌓는 것 하고 전쟁에 나가서 죽이고 죽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것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아마도 그것은 조선의 불교가 중생구제의 염을 세운 대승불교이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소승불교에서는 절대로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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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동국선원이라고 쓰여진 건물앞에 까지 다다랐다. 스님들이 선공부 하는 곳이란다. 스님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발걸음을 돌리라는 팻말이 씌여 있었다. 마침 연못에서 청소하시던 스님을 보았다. 스님께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시험 공부하던 곳이 있다고 구경하라고 하신다. 들어갈 수 없는 곳 아니냐고 하니 지금은 안거 기간이 아니라 들어가도 된다며 직접 데리고 들어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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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이다. 이 조그만 방에서 청년 문재인은 몇년을 앉아서 시험공부를 했다. 벽면에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었다. 청년 문재인이 정치인이 되어 대통령까지 된 것도 대흥사의 현실문제에 대한 역사기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산대사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인연이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을 걷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그렇다면 대승의 견지에서 대흥사는 유네스코에 등재될 자격과 가치를 지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하면서 천천히 대웅전이 있는 북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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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지정 절이라고하니 가보고싶네요 ㅎ

구경하시면 좋지요

so beautiful.

사실 천주교나 개신교도 십자군 전쟁때 성직자 부대로 참여하고 전공도 세운걸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아직 천주교나 개신교와는 함께 한 역사가 짧은 탓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혹 먼 미래에 함께 무기를 들고 싸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ㅎㅎ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ㅎㅎ

7곳의 한국의 절들이 유네스코로 지정됬는데 그 중에 한 곳이군요.

대박사건!!

한문 다음으로 영어...

영어 다음으로 역사...

다시 생각해도 너무 어럽습니다. ㅜㅠ

현재 까지 연이 이어온 대흥사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초입에 있는 유선관은 저에게도 추억이 있는 곳이에요^^

그렇군요. 추억이 궁금합니다.

2007년 유선관에서 하루 머문적이 있었는데요.
지난 6월에 다시 한번 들렸었습니다^^
그때 그대로 사진도 찍고
포스팅도 했었지요^^
https://steemit.com/kr/@hodolbak/2007-6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기준이 있지 않을까요 ㅎ
문화적 가치로 ㅎ
물론 저도 모르겠습니다 ㅎ

세상에 가치없는 것을 없겠지요. 당연히 가치는 있을 것입니다.

인연이란 참 묘합니다.

그게 인연이니까요

유네스코에 등록된 절이요?...
해인사도 아니고....
언제 시간되심 사찰단 한번 꾸리시지요.
꼭 가보고싶어요~^^

나중에 스팀잇 답사단 한번 만들어도 좋을 듯 합니다.

ㅎㅎ 좋아요~

덕분에 몰랐던 많은걸 알게되네요~
역시 겉모양이나 크기보다 가치를 보는군요:]

그런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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