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돌아 보는 시간

in #steem17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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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님 덕분에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 을 다시 듣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 핍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 일지도 모른다.
아니 나의 얼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 후반부에서 먼저번에 들었을 때보다 울림이 더 오는 이유가 있지 싶다.

거친 누나 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고아 소년이 시린 가슴을 안고 살던 그에게 찾아온 횡재인 거액의 유산은 인생을 바꿀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다.
핍은 그 돈으로 화려한 런던의 신사가 되려 했고 사치스러운 생활에 흠뻑 취했다.
그렇지만 고생 없이 손에 쥔 풍요의 끝은 허망했다.
헛된 일로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었고 결국 그는 처참한 파산에 이르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핍의 모습이다.
뜻밖의 횡재로 인생이 역전될 것이라 믿는 현대의 많은 사람들의 환상과 닮아 있어 보인다.
횡재 같은 손쉬운 방법으로 얻는 부는 안락함을 줄 것 같지만 대개는 절제 없는 소비와 파멸을 부를 뿐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살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하튼 정당한 노동과 땀방울이 담기지 않은 돈은 그저 바람에 날아갈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흘린 땀 속에만 돈의 진정한 가치와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행복이 깃든다.
인간의 내면이 가진 간사함은 핍이 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도 나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왠지 뒤가 켕기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간사함이 잘 들어 나는 이 부분, 거액의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익명의 후원자에게 온갖 감사를 바치던 핍, 그러나 그 후원자가 과거 자신이 도와주었던 탈옥 죄수라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 핍의 감사함은 차가운 혐오감으로 돌변한다.
여기서 정의는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도 한다.
요즘 사람들도 핌처럼 그럴까 싶기는 하다, 아마 도움을 주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거 같다.

핍은 허황된 꿈에 부풀어 있던 자신의 처지가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여기서 돈으로 맺어진 인간관계가 얼마나 허약한 유리 성벽인지 보게 된다.
오직 돈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얽힌 관계는 그 조건이 흔들리는 순간 소리 없이 깨져버린다.

조건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차가운 외면뿐이다.
하지만 소설은 핍의 파멸로 끝을 맺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가 하고 싶은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유산이 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헛된 꿈으로 파산하여 빚쟁이로 전락한 핍의 곁을 묵묵히 지켜준 사람 이야기가 이 소설 중심에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은 멋진 신사가 되겠다며 못나 보인다며 무시하며 멀리했던 고향의 매형 대장장이 조였다.
조는 핍이 부자일 때나 파산하여 형편없는 사람으로 전락하였을 때나 변함없는 사랑으로 위로하고 돌보아 주었다.

주인공 핍은 인생의 가장 바닥에서야 비로소 눈을 떴다.
눈을 멀게 했던 황금의 신기루가 걷히자 늘 그 자리에 있던 믿음의 존재가 보인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핍의 파멸에서 이 소설의 이야기 기를 끝내고 독자의 상상에 핍의 운명을 맡기지 안 안다는데 이 소설의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위대한 유산이란 시련 속에서도 깨지지 않는 신뢰 믿음 사랑 이런 것이며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여, 독자들의 마음도 평온할 수 있게 끝까지 작가의 배려가 들어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또각님 덕분에 다시 위대한 유산을 들으며 내 삶을 돌아보게도 되었다.
나는 결코 횡재를 바라며 살아온 삶이 아니다.
그러나 열심히라는 것에 매몰된 나의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다분히 그런 면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 뭘 하면서 살던 열심히 보다 우선해야 하는 게, 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잘한다는 게 말로는 쉬우나 삶 속에서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열심히보다 어려운 게 잘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잘해야 하는데 잘 살아야 하는데 마음에 다짐을 하면서 나도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거 같다.

감사합니다.


2026/06/06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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