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점심 대접, 그리고 고마운 인연
뜻밖의 점심 대접, 그리고 고마운 인연
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서둘렀던 탓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주머니가 푱 비어 있었다.
연락을 취할 휴대전화도, 비상용 카드 한 장도 모두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이왕 도착한 것, 어쩔 수 없이 그냥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문제가 생겼다.
억세게 자란 풀들을 베어내다 보니 예초기 줄이 버티지 못하고 자꾸만 끊어지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작업을 이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협 농자재 센터에 가서 관절 예초기 날을 새로 사야 했지만,
앞서 말했듯 내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다 근처에 사는 지인을 찾아가기로 했다.
염치 불구하고 급한 대로 돈을 빌려 돌아서려는데, 뒤에서 따뜻한 목소리가 붙잡았다.
"날도 뜨거운데 고생이 많아요. 점심은 와서 같이 드세요."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땀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사정을 알고 챙겨주는 그 말 한마디가 어찌나 따뜻하게 다가오던지.
결과적으로 나는 돈도 빌리고, 맛있는 점심까지 대접받는 큰 신세를 지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의 순간,
지인의 넉넉한 정과 배려 덕분에 내 지친 몸과 마음이 금세 채워졌다.
가벼운 주머니로 시작했던 하루가 이토록 풍성한 고마움으로 가득 찰 줄이야.
도움 받을 수 있는 인연이 곁에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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