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수: 생각보다 크다

in #tooz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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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내수 시장 규모는 작은 편이고, 내수 규모도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이야기가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제가 드리려는 이야기는 창업자와 투자자분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내수가 작아서 뭔가 시작을 못하겠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이나 투자를 하기에 우리나라 내수 시장이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간략하게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단 작은 세그먼트의 시장에서라도 1등을 하고, 나아가 내수 시장에서 1등을 하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더 큰 기회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을 하는게 중요하지, 시장 규모 걱정하는 건 농사 지을 기술도 없는 원시인들이 우주로 나아갈 걱정부터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1. 계절성


최근 몇년새 봄과 가을이 거의 없어지는 분위기이기는 합니다. 맹추위는 잠깐의 봄을 거치고 곧장 무더위로 넘어갑니다. 기후에 대해 모두가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더위도 아주 잠깐의 가을을 지나 곧장 겨울을 불러옵니다. 그래도 어쨌든 여전히 우리나라는 4계절 국가입니다.

옷을 봅시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5,000만 명이지만 모든 국민이 여름 옷 한벌, 겨울 옷 한벌만 입는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1억장의 옷이 팔립니다. 여름에는 여름옷이 필요하고, 겨울에는 겨울옷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봄이나 가을에는 또 봄과 가을용 옷이 필요합니다. 이렇다보니 의류 시장도 단일 인구 5,000만으로만 보면 안되고 시즌 별로 다양한 상품이 팔릴 수 있는 시장으로 몇배는 커집니다.

우리나라의 집을 보면 겨울에는 덜 춥게, 여름에는 덜 덥게 만들어야 합니다. 동남아처럼 아예 늘 시원하도록 만들거나 북유럽이나 캐나다처럼 난방에 중점을 두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에는 영상 40도까지 올라가는 극과 극의 기후를 견뎌내는 집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운 나라라면 5,000만 인구가 에어컨 한대씩 산다고 가정하면 에어컨 5,000만대를 팔면 그 관련 시장은 땡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겨울에 보일러 5,000만 대도 팔 수 있으니 이쪽 시장이 또 두배로 커집니다.

2. 높은 인구밀도, 발달된 통신, 온오프생활, 동호회와 취미


비슷비슷한 스마트폰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됩니다. '저런게 돈이 될까?' 싶은 것도 출시하면 순식간에 몇백억 원의 돈을 쓸어 담습니다.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살아가지만 온라인 세계에서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십개의 비슷한 게임이 끊임없이 출시되는데도 매번 막대한 매출이 발생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연결돼 있음을 느낍니다.

적자중이기는 하지만 쿠팡의 매출액은 2013년에 478억 원으로 시작해서 2016년에는 2조 원 문턱까지 찍었습니다. '더 팔아먹을 매출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미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고 생각했던 오뚜기와 LG생활건강 같은 기업은 정말 끝도 없이 매출이 성장중입니다.

통신의 발달로 사람들간의 관계는 더 복잡하고 빈번해졌습니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라면 서로가 생존하는지 조차 몰랐을 사람들이 이제는 너무나 쉽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접촉합니다. 덕분에 소비 시장도 더욱 커집니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기름을 써야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돈을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자존감 확대와 자아 발견 기회의 확대,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정보들로 사람들은 의식주와 같은 소비 이외에도 다양한 여가 생활이나 취미 활동에 돈을 쓰고 있습니다. 법정근무 시간은 긴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짧아져 왔고, 지금도 근로 시간 단축은 진행중입니다. 끝이 없는 온갖 동호회, 모임, 카페에서는 지금도 수 천억대 규모의 공동구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특히 1인 다역을 충실히 잘 해냅니다. 본업에 대해 전문가이면서 취미나 다른 분야에 대해 두~세개 이상의 분야에도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닭 장사를 하면서 자동차도 팔고, 웹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금융 상품을 파는 사람도 이제는 적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두개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고 있으면 실제로 5,000만 인구가 1억 개의 전문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고, 한 사람이 두개의 돈벌이를 하고 있으면 5,000만 인구가 1억 개의 일을 하고 있는 셈이죠.(물론, 어린이, 노인, 백수와 같은 숫자는 귀찮아서 안 뺐습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으로 이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노약자나 주부들도 온라인으로 돈을 벌거나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구요.)

온갖 스포츠 시장, 키덜트용 장난감 시장,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제품 시장은 세계에서 손 꼽을 정도로 거대하며, 자동차 내수 시장도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또, 매해 새로 지어지는 수억원짜리 아파트도 수십만채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소비 시장은 어디를 보더라도 거대합니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배달의민족, 직방, 야놀자 같은 앱을 만들어도 백만장자가 되는 그 정도 규모의 내수는 됩니다. 물론, 영어권에서 시작했다면 억만장자가 될 사이즈였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국어를 사용하는 시장도 작지 않습니다.

3. 개인화와 1인 가구 증가


1인 가구의 증가는 소비시장의 규모적 성장과 카테고리별 세분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HMR 시장은 이미 몇년전부터 새롭게 고속 성장을 하고 있고, 편의점에 가보니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된장국도 나오고 있더군요.

예전처럼 4명, 5명, 심지어 9명이 한집에 산다고 해도 전자레인지를 9대를 구매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집에 전자레인지가 한대씩 필요하다고 단순히 가정을 해보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제품들은 내수 규모가 갈수록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4. 복잡하고 독특한 국민성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독특하고 복잡합니다. 말 한마디로 단정하기가 힘듭니다. 예를들면, 일상 생활에서 많은 국민들이 이기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의 차량은 애지중지 닦아대면서 담배 꽁초는 도로에 투기를 한다거나, 수영장이나 헬스장에서는 사용이 끝난 공용 수건이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도 봅니다.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넣으려면 끼워주지 않으려고 엑셀을 밟는 차들도 많고, 신호등이 바뀌고 1초만 지나도 1초를 참지 못하고 크락션을 눌러대는 차량도 많지요. 인터넷으로는 매일 '중국인의 미개함'을 욕하면서, 정작 휴양지에 가보면 쓰레기 더미가 넘쳐는나는 미개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평소에 한국인들은 '내가 제일 잘났고, 남들은 거진 다 잘못 살아가고 있다'라는 마인드로 서로 욕하고, 비난하고 헐뜯기 바쁩니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힘을 합해야 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똘똘 뭉쳐서 위기를 헤쳐나갑니다. 극한 상황에서는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는데, 개인주의와 공동체 주의에 있어서도 이렇게 복잡한 형태를 보이는 국민성이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분석하기가 정말 힘든 국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독특한 국민성은 소비시장에서도 드러납니다.

'나는 남들과는 달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남들과 다른 독특한 취미나 소비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구에 비해서 더 다양하고 큰 소비 시장이 존재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가 좋다고 하면 순식간에 그쪽으로 몰려드는 형태도 공존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히트 상품이 순식간에 나타나고,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히트 상품의 인기가 꾸준히 가는 경우는 드물고 금방 인기는 다른 제품으로 쏠립니다. 이렇다보니 히트 상품도 자주 탄생하고 그걸 다 합하면 또 별도의 큰 시장이 생깁니다.

수입차와 같은 경우에는 꾸준히 좋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히트브랜드라고 해서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아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생각나는 몇가지 요소들만을 간략하게 써 보았습니다. 실제로 더 자세하게 써 볼 기회가 있다면 국내 내수 시장과 관련해서 더 자세하게 써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오늘 글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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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을 잘 이용하면 좋은 방향으로 갈수 있을거 같습니다~

네, 마케터든 투자자든 사업가든 이런 특성을 잘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당연히 좋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확하게 잘짚으셨네요.

감사합니다. 전국 곳곳에 도로며 공항이며 백화점이며 사람들로 터져나가네요~

@jongsiksong 님 안녕하세요 ㅎㅎ
스팀잇 계정만 있으면 에어드랍 해주는 바이트볼 받으셨나요 ^^?
https://steemit.com/kr/@ganzi/3upsb7
위 링크에 쉽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바이트볼 > 스팀달러 로 환전도 해드립니다 ㅎㅎ

ㅎ 소비에 최적화된 민족성이네요 ㅎㅎ 현기차가 이런시장에서 조금만더 잘하면 곧 북한이 열리면 대박날 텐데 아쉽네요 ㅎ

현대차는 고급차도 아니고 저렴한 차도 아니고 포지셔닝이 애매한 것 같아요. 되려 현대차 로고를 떼면 차도 더 이뻐 보일 지경이니 아직은 브랜드 전략상의 문제로 브랜드가 붙었을때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차는 나름대로 질 만드는 것 같은데 안타깝죠. (재벌 걱정하는 제가 더 안타깝지만 ㅠㅠ)

풀보 앤 리스팀!!!
좋은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리스팀해두고 다시 한 번 더 봐야겠습니다

와와. 풀봇 & 리스팀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정보 올리셨군요.
창업자와 투자자에게 참고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수가 적은건 아닌데
왜 내수가 작다고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수가 작다고 느끼는건
아무래도
한국이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이다 보니..

수출 대비 내수 시장을 보면 작게 보이긴 하겠어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수출대비 내수로 보면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저~~~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는게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왜곡된 지표인데, 그걸로 우리나라 내수가 작다고 오해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많은 부분 수긍되는 글입니다.
다들 멀티인데 저는 한가지만....좀 뒤떨어지네요.ㅋ

한가지에 집중을 잘하는 것도 아주 좋은 재능이더라구요. 저는 잘하는게 하나도 없어서 그저 부럽습니다.

역시 생각하기 나름인거 같습니다.

네, 무엇이든 그렇죠~^^ 양면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계절성에 의해 의류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말씀에 특히 공감합니다. 일년 내내 비슷한 기후의 나라에 오니까 옷을 별로 안 사게 됩니다. 소비에는 관성이 있는 거 같은게, 한 번 안 사기 시작하니까 정말 필요해지기 전엔 쳐다도 안보게 되네요. 참 신기합니다.

소비도 저축도 투자도 관성이 붙느면 그쪽으로만 쭉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베트남에서 장기 체류할때 느낀점은 말씀하신대로 옷차림이 가볍고, 옷에 돈을 많이 안 써도 돼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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