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의 석불, 삼릉, 천년 소나무

in #trip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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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들른 김에 아이와 함께 남산에 가서 소나무 냄새도 좀 맡으려 삼릉에 들렀습니다.

이런 벚나무 가로수 길을 달리서

공영 주차장으로, 선불 2천원입니다.

탐방로 입구를 거쳐 소나무 향이 가득한 길을 쭉 오릅니다.

산 초입에는 신라왕의 무덤 3종세트인 삼릉이 있습니다. 무덤의 주인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무덤이라 전해지지만 아니라는 말도 있습니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씨가 "소나무의 호위를 받아 무덤이 천년간 그 자리를 지켜왔고, 왕릉의 옆에 있다는 이유로 천년간 소나무를 베어내지 않았으니 서로가 서로를 지킨셈이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는데 직접 보면서 과연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산을 오르다보면 군데군데 보이는 이름없는 석불들. 예전에는 산 곳곳에 흩어져있었는데 이젠 정리하고 정비를 좀 해두었네요. 오래 전에는 방치에 가까운 상태의, 돌과 함께 길 여기저기에 이끼낀 채 흩어진 불상 조각들과 함께 걷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끼긴 돌, 갈라진 돌. 남산은 전체가 화강암으로 되어있습니다. 늙은 돌이 갈라지고 이끼가 내려앉은 모습에서 '신라'의 이미지가 슬몃 보입니다.

석공이 떼어가려다 남겨둔 바위. 저 틈에 딱 맞는 나무조각을 박아넣고 물을 먹여놓으면 나무조각의 부피가 커지면서 바위를 쪼갤 수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천년 전의 석공이 떼어 가려다가 그만 잊어버린 것인지, 오십년 전의 석공이 훔쳐가려다 단속에 걸려서 포기한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돌에 흔적을 남겨놓은 이는 누굴까 가만히 보면서 상상해 볼 뿐입니다.

누군가의 소원탑. 그 소원은 이루어졌을까요.

얼음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물에 손도 좀 씻고.

평소에 물이 많이 흐르는 산은 아닌데 최근에 내린 비로 물이 좀 많아졌습니다.

경주 남산은 오랜 역사 탓에 무속인들이 초를 켜놓고 기도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는데 촛농이나 말린 생선 때문에 눈쌀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무속행위를 금지한다는 표지판도 생겼네요.

삼릉에서 상선암까지 편도로 1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는 절반쯤 오르다가 아이가 힘들어해서 그냥 하산했는데 숲길과 계곡길을 슬슬 걷다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등산로에 자주 보이는 이끼들과 벌레 몇 마리, 새소리, 계곡의 물에 손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준 아이에게 고맙네요.



경주 남산의 석불, 삼릉, 천년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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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는 여러 번 가봤지만 여유롭게 이런 숲길을 가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호젓하게 숲 길을 걷는 기분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몸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해발고도가 낮고 출입지점이 많아서 체력대로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가 많아서 등산로가 대부분 그늘이고요. 골짜기마다 불상이 보이는 것도 아마 새로운 느낌일겁니다.

무속인들이 생활한답시고;;
밥 해먹고
파이프 연결해서 물 끌어다 오고
화장실까지 만들어서 생활하는데다;;

자연과 전혀 융합이 되지 않는
누더기 천막까지 콤비네이션을 이루니..

좋게 봐줄 수 없긴하죠!!

맞습니다. 움막까지는 본 적이 없지만 모서리 잘라낸 과일이나 명태탓에 들짐승들도 어슬렁대거나 맑은 계곡에 촛농이 쌓여있는 걸 보면 불쾌한 느낌이 먼저 들죠.

조용한 산에서 절로 힐링이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무속행위를 하는걸 한번도 본 적 없는데 무속행위 금지라는 표지판도 있나 보군요

이렇게 기도하시는 분들이 음식찌꺼기나 촛농을 계곡 곳곳에 흘려놓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주 남산, 대구 팔공산은 경북권에서는 효험이 있는 산으로 알려졌는지 유난히 많았다고 하네요.

편안해지는듯한 여행기입니다ㅎㅎ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와 함께, 휴일에 갔던 분위기가 잘 전해졌다니 멋진 칭찬입니다.

수학여행 이후 경주를 못가봐서 요즘들어 경주가 가고 싶더라구요
방송에도 자주나오고 포스팅에서도 자주 나오서 더그런거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출신지역마다 수학여행의 추억이 좀 다르겠네요. 경북에서 자란 사람은 설악산과 서울 에버랜드가 주요 코스였습니다. 추억삼아 한 번 들러보셔도 좋겠네요.

구불구불 소나무 무사네요.
나무는 다 멋져요.^^

나무는 다 멋지고, 특히 숲에 있는 나무들은 더 멋진 것 같습니다.

아~~ 경주에도 가봐야 할 텐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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