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스팀) 제주 환상 자전거길 234km를 드디어 완주하다.(17.9.10)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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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리는 용두암에서 함덕까지, 다시 함덕에서 용두암까지 왕복을 하기로 했다.
용두암에서 함덕까지 25킬로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왕복해야 50킬로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50킬로 정도는 쉽게 덤빌 수 있는 킬로수가 되었다.

처음엔 함덕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버스 배차 시간이 너무 길어 버스 시간표대로 움직이려니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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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나에게 시련이 닥쳤다.
가파른 오르막을 찻길로 갈 것인가, 저기 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것인가.
남편은 찻길은 오르막도 심하고 곡선이라 위험하다고 계단으로 가자며 먼저 가본다.
저러고 올라가야 한다.
자전거는 옆에 자전거 바퀴를 올리는 곳에 바퀴를 올리고 굴리면서, 사람은 옆에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된단다.
그냥 걸어올라가도 가파른 계단을 자전거까지 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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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따라서 자전거를 끌고 계단을 오르는데 우와~~ 너무 힘들다.
내가 자전거를 끌고 가는 건지, 자전거에 내가 끌려가는 건지 모르게 겨우겨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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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높은 데 올라오니 시야가 확 트인게 너무 좋다.
저 멀리 등대도 보이고, 제주항 주차장도 보인다.
큰 배들이 하루 종일 이 제주항으로 들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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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계속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니 우리가 수요일마다 가는 우당 도서관도 나온다.
제주도에서 우리가 자주 가는 도서관은 한라도서관이다.
생긴지 얼마 안되었는지 건물도 새거고, 크고, 약간 외곽에 있어서 공기도 좋아 우리는 주로 한라 도서관을 이용한다.
한라산 가는 길에 있는 도서관이라 겨울에 눈이 조금만 와도 길이 미끄러워서 도서관에 갈 수가 없다.
아무튼 한라 도서관이 수요일이 휴관일이어서, 수요일마다 우당 도서관을 간다.
우당 도서관은 오래된 도서관이어서 책은 더 많다고 하는데, 조금 후졌다.ㅋ
그래도 우당 도서관 바로 옆에 사라봉 공원이 있어서 공부하다가 산책하기도 좋고 그렇다.
자전거길이 이 사라봉 공원을 돌면서 우당 도서관을 지나는 코스로 되어 있다.

우당 도서관을 지나 제주 시내를 지나고 나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제주도에 여행와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이쪽 바다가 에메랄드 빛으로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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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는 언제 만나도 반갑다.
그러니 또 사진을 찍어야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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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또 내팽개치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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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코스도 길지 않아서 사진 찍는 것도 신난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수월하지 않은 라이딩이지만, 파도 치는 바다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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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을 때 예쁜 빨간 등대가 너무 조그맣게 보인다고 등대만 단독샷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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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전거 어쩔??

사실 저 방파제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간 내 의도는 멋지게 방파제를 자전거 타고 달리는 걸 찍어보고 싶어서였다.
허나 이날 바람이 너무 불었는데, 바닷가에 가니 더 바람이 세게 불었다.
저기서 사진 찍겠다고 자전거 타고 폼잡다가 바람 때문에 그대로 자전거랑 같이 바다에 빠지게 생겼다.
머릿 속에 있는 멋진 사진은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찍는 걸로 하고, 함덕 인증센터를 향해 고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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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드디어 함덕 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인증센터 앞에서 찍는 인증샷은 이제 마지막이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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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증 도장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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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증 도장을 찍고 기념으로 수첩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제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완성이다.

점심은 우리가 바람 쐬러 함덕 해변에 나오면 자주 가는 '준반점'에서 먹기로 했다.
이집이 그래도 이 해변에서 짜장면 팔아 돈을 많이 벌었는지, 얼마전에 가보니 삼층 짜리 새 건물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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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나는 짜장면, 남편은 짬뽕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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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언제나처럼 하트뿅뿅하면서 짜장면을 비빈다.^^

맛있게 짜장면을 먹고 돌아오는 길은 바람도 뒤에서 불고 내리막도 많아서 아주 수월하게 왔다.
삼일 연속 자전거를 탔더니 안장통이 점점 더 심해서 용두암으로 안 가고 중간에 그냥 집으로 왔다.
사실 도장 다 찍었고, 굳이 왕복을 다 할 필요는 없으니 집으로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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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총거리 48.95킬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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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제주 환상 자전거길의 모든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꾹꾹 다 찍었는데, 완주 인증 스티커를 받는 일이 남았다.
이때까지는 완주 인증 스티커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몰랐다.

다음날 차로 용두암에 있는 유인 인증센터에 가 보았다.
그리고 이런 걸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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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반짝반짝하는 인증 스티커를 수첩에 붙여주고, 작은 스티커를 하나 준다.
이 작은 스티커는 헬멧이나 자전거에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17, 969번째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완주했다는 인증 번호도 적어준다.

뭔가 번쩍번쩍하는 걸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런 재미로 자전거길 종주를 하는 것 같다.^^

제주에 이주해 와서 제주를 자전거 타고 돌아보니 얻은 게 많았다.
우선 자전거를 이제 잘 타게 되었다.
안장 높이도 처음 자전거 살 때, 내 키에 맞춰준 것이 너무 높아 3센치 정도 낮춰 타서 왠지 어설퍼 보였는데, 이젠 안장을 다 높여서 멋진 폼으로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차도 옆에서 타는 거 엄청 겁내했었는데, 이젠 인도 보다 차도가 달리기 더 쉬운 것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자전거 타는 것이 무서웠는데, 이젠 오르막만 무섭다.

그리고 산티아고 이후 정해진 코스를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도장을 찍으며 완주하는 것이 재미있어졌는데, 자전거 여행으로도 그것을 실컷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산티아고에서처럼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서 좋았다.

제주도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서 장단점도 직접 경험해보니 조금씩 제주 사는 것이 실감나고, 제주도 해안가로 한바퀴를 다 돌며 곳곳을 구경한 것도 제주살이에 도움이 될 듯하다.

마직막으로 우리 자전거가 눈에 띠니 이것저것 말을 걸어준 사람들도 기억에 남는다.
택시기사 아저씨, 버스기사 아저씨, 떠돌이 스님, 여행객, 라이딩하는 사람들, 정자에서 쉬며 만난 해녀아주머니, 동네분들, 지나가다 말을 걸어주신 제주분들 등 많은 사람과 접해볼 수 있는 좋은 자전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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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데 7일이 걸렸다.

그리고 우리는 자전거 의류점에 가서 똥꼬바지도 샀다.
남편은 그냥 겉바지로, 나는 약간 쑥스러워서 속바지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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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자마자 간 우리에게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이것저것 챙겨 주셨다.
자전거 타면서 너무 타지 말라고 팔 토시도 주고, 미세먼지 너무 마시지 말라고 마스크도 주고, 자전거 탈 때 좋다는 양말도 주시고.ㅋ

자, 이제 긴 여행을 할 준비는 끝났으니,

다음은 육지다!!!

이 글은 2017년 브롬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여행기입니다.




(트립스팀) 제주 환상 자전거길 234km를 드디어 완주하다.(17.9.10)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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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내팽겨쳐진 자전거....

저 자전거가 옆으로 세우는 거치대가 없는 자전거라서..ㅋㅋ

대단하세요! 제 체력으로는 꿈도 못꾸겠는데요ㅎㅎ 바다도 너무 이쁘고 제주도 가고싶네요ㅜ

자전거를 타면 허벅지가 튼튼해집니다.
허벅지 둘레가 건강의 척도라니, 체력이 약하시면 틈틈히 자전거를 타보세요.^^

자전거 여행 하시는 열정이 부럽네요.
자전거 타시면서 주로 무슨 음악 들으시는지..?

자전거 탈 때 차도로 가는 경우도 있어서 이어폰은 안 쓰고요, 작은 스피커를 달로 음악을 듣는데, 바람 소리에 음악소리가 막 날려요... 표현이 이상하지만 정말 바람에 음악소리가 날라가더라구요.
그래서 몇번 듣다가 잘 안듣었답니다.^^

와 정말 대단하네요. 힘든 표정이 보이는데 역시 음식이 들어가니 함박 웃음이....

힘든 만큼 먹는 것이 행복해지더라구요.^^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육지여행기도기대할게요

육지 자전거 여행은 한달 동안 해서 조만간 시작하면 긴~~~ 여행기가 될 듯합니다.^^

예전에 우리 아이 친구들이
3박 4일인가
제주도 한바퀴 자전거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부럽습니다.

아이들끼리도 자전거 타고 제주도 한바퀴 돌면 정말 많은 추억이 생겼을 거에요
광화님 아이들은 안가고 친구들만요??ㅋ

한바퀴를 다 도셨군요. 축하드려요!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

네, 팟캐스트에서 조목조목 알려주신 브롬톤을 타고 우리가 해냈답니다.^^

와우. 제주도 바다를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제주도 바다 정말 멋지죠?
언제나 보면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ㅋ

200키로 . 후덜덜하네요;; 자전거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에 했었는데 실천이 잘 안됩니다.ㅠㅠ

저희가 제주도를 다 돌고, 육지로도 갔답니다.
곧 육지 자전거 여행기도 올릴께요.
대리만족이라도..ㅋ

드디어 완주군요~! 제주 종주 여행기 잘보았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은 국토종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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