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그후) 마드리드에서 우리는 오래된 숙제를 해야 했다.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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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집으로 가는 길, 다시 마드리드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우린 집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마드리드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상하이로, 상하이에서 제주로 가는 긴 여정이다.

우선 다시 마드리드로 가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포루토에 갔다가 스페인으로 돌아오니 꼭 집에 온 느낌이다.
포루투갈 사람들은 관광객이 많아 그러나 조그만 슈퍼 아저씨도 영어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스페인에 왔더니 맥도날드같은 대형 매장 점원도 영어 한마디 안하고 스페인말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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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이런 것이 스페인스럽고 참 좋았다.
오히려 난 한달간의 산티아고 여정으로 그런 스페인 말을 더 잘 알아듣는 듯하다. 정말 스페인말 하나도 모르는데, 느낌으로 디테일한 것까지 알아듣는 기분이다.

마드리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온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가 내 모자를 보고 "너 산티아고에 다녀왔니?"라고 물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오신 문태형씨는 "그 모자 쓰고 여기 산티아고를 벗어나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그냥 쟨 왜 맨날 좌회전이야?할 거다."고 했는데, 이렇게 대번에 알아보고 말 걸어 주는 미국 할머니도 있다.

어제 마드리드에 밤 늦게 도착해 우선 호텔에서 쉬고 다음날 밍기적거리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린 마드리드에서 할 숙제가 있다.
삼년 전인가 마드리드에 왔다가 프라도미술관, 티쎈미술관 다 돌아보았는데, 레이나 소피아미술관만 관람을 못했었다.
거기에는 피카소가 그린 대작 "게르니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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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피아미술관을 찾아가 입장권을 구매하고, 앞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피자를 먹었다.
오늘 여기를 떠나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페인 음식을 못 먹게 된다고 생각하니 주문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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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피자가 아니라 베지터블 피자이다. 스페인에서 먹는 베지터블 피자는 한국에서는 못 먹어볼 맛이 난다. 그런데 여긴 관광지라 우리 꺼랑 비슷한 맛이 났다. 맛있었지만 아쉬웠다.
그리고 한국 가면 안 먹을 콜라도 마셨다.
남편은 어제 호텔 근처에서 산 포르토 와인을 들고 다니며 마신다. 겨우 12유로하는 와인이다. 한국가면 8, 9만원대라고 광주 아저씨가 말해줬는데, 그 가격이면 우리같은 술꾼은 절대 자주 못 사먹는다. 아마도 와인 먹다 거덜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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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미술관의 상징처럼 알려진 투명 엘리베이터도 구경하고 우리는 우선 입구에서 여기에 왔다는 인증샷부터 찍었다.
그리고 고대하던 게르니카를 보았다. 관람을 하다가 게르니카가 있는 방에 들어가면 그 거대한 스케일에 우선 깜짝 놀란다고 했는데, 기대가 컸는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금지라 눈으로만 감상해야 했다.
비행기 시간도 있고 해서 차분히 그림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게르니카만 감상하고 다른 그림은 대충 보고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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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돌아간다고 마지막 SNS을 올리기 위해 공항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비행기에서도 인터넷을 못하지만 중간에 하루 묵을 상하이는 인스타그람과 페이스북을 막아놔 할 수가 없다.
산티아고 올 때 상하이 들려 그걸 알았기 때문에 미리 인증샷 찍어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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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 내에 있는 푸드코트마다 들려 음식을 한접시씩 시켜 먹었다. 우리가 애정하는 스페인 음식들, 그리워질테니 마음껏 먹자는 생각이었다.
깔라마레스가 오징어랬는데, 요리법이 우리 생각과 달랐다. 우린 볶음을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튀김이 나왔다. 그리고 다음 코너에서 시킨 닭봉 튀김은 아주 맛있었다. 또다른 하나는 오징어 링 튀김인 줄 알고 시켰는데, 어니언링 튀김이었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한달을 살고도 아직도 주문은 버버거린다. 하지만 이것도 낯선 곳에서의 여행이 주는 쏠쏠한 재미이다.
그리고 이런 재미도 비행기를 타면 이제 끝이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그후) 마드리드에서 우리는 오래된 숙제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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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나긴 여정을 마치시는 얘기에
왜 제가 한숨이 나가는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보통 긴 여행을 마치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드는데, 산티아고 여행 후에는 발이 안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이 그리우신 거죠?^^

시간과 장소를 잊고 살았던 시기라서 그리운 거 같아요.
사는 게 자유롭다고 느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요.ㅋ

스페인 음식이 너무 짜다고 들었는데 잘 적응하셨나 보네요.

아마도 걷는 내내 땀을 많이 흘리니까 오히려 짠 음식이 땡기더라구요.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가끔 너무 짜서 다 못 먹었던 적도 있는데, 그것도 그립네요.ㅋ

어서 트립스팀 TMT 보팅과 지갑이 열렸으면 ㅎㅎㅎ
그럼 여행 글에 좀 더 유의미한 보팅을 해드릴 수 있을텐데요 'ㅡ' ㅎㅎㅎ

트립스팀도 이제 보팅하면 tmt 토큰도 보팅되고 그렇게 되나봐요?
저도 tmt토큰 꽤 있는데, 유의미한 보팅이 가능할 지 모르겠네요.ㅋㅋ

산티아고 순례에대한 많은 이야기 보따리 참 재미있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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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티아고 여행을 다녀온 후, 스토리가 있는 인생을 가진 느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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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사합니다.
오늘 드디어 1000jjm이 넘었네요.ㅋㅋ

돌아오는 길이 너무 아쉬웠을것 같아요.
말로 못할거 같은..

한참은 산티아고 앓이를 했지요...ㅜㅜ

그래도 피자엔 콜라죠.
저도 이번에 인니 갔을때 피자헛을 갔답니다. 콜라도 먹고...
나가면 이상하게 땡기는 음식이 생기더군요.^^

맞아요.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평생 열번도 안 먹은 콜라를 산티아고에서는 거의 하루에 한번은 마셨던 거 같아요.ㅋㅋ
인도네시아 여행 사진이 아주 좋더라구요.
카메라를 따로 가지고 가신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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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터블 피자란게 다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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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범벅 같은 걸 수북히 얹어주는 진짜 베지터블 피자는 처음엔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여기는 관광지라 그 정도는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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