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새>, 우연 속에 깃든 그 어떤 필연-순간을 영원으로(#166)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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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예상한 것보다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주는 느낌이 더 크다. 이런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원주 농업 기술센터 연구사님과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
“차 한 잔 하고 갈까요?”

연구사님이 이끄는 곳으로 갔다. 겉보기는 허름한 <나무와 새>. 이 곳이 찻집이란 말인가?

근데 들어서니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북카페다. 카페보다 서점이나 도서관분위기에 더 가깝다. 벽면 곳곳이 책이다. 자그마치 5000여 권이란다.

나야 책이라면 워낙 좋아하니까 둘러본다. 들머리에 책이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다. 반갑다. 자연과 생태를 소중하게 여기니까. 권정생 책과 신영복 액자도 보인다. 이쯤이면 주인장 성향을 웬만큼 알 거 같다. 그리고 보니 이 가게 이름인 ‘나무와 새’가 새삼 친근하게 다가온다. 나무는 책을, 새는 음악을 뜻하는 은유이기도 하겠다.

차를 주문받는다. 나는 커피 대신 대추차.

다음 코너로 가니 내게 더 익숙한 책들. 바로 귀농 관련 책이다. 우리 부부도 관련 책을 여러 권 냈는데...하, 바로 눈앞에 아내가 낸 책이 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이 책을 꺼내들고 아내 손을 잡고 계산대로 갔다. 보시라고. 책 표지 사진이 아내 전면 모습이다. 주인장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아내는 이 책을 연구사님한테 선물했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6단계 분리’라는 말이 있다. 다섯 사람만 거치면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알 수 있단다. 그렇다면 지금 경우는 두 명만 거쳐도 쉽게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인연이라 하겠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바라만 봐도 되니까.

정신의 끈이 물질로도 연결된다고 할까. 생명과 생태라는 정신세계가 차와 책과 인연으로 다시 만난다.

대추차를 내 왔는데 양이 엄청 많다. 보통 찻잔의 두 배 정도. 다 마시니 배가 부를 정도다.

찻집에서 토종과일 나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돌고 도는 인연. 두 세 다리만 건너면 웬만큼 다 알게 되는 사이. 우연 속에는 그 어떤 필연이 깃들어 있다고 하겠다. 만남과 헤어짐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준 북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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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새>, 우연 속에 깃든 그 어떤 필연-순간을 영원으로(#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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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외분이 여러권의 책을 내셨다고요 재미있는생활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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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땅에서 좌충우돌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ㅎ

'여행을 하다보면 예상한 것보다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주는 느낌이 더 크다.'라는 말씀에 백배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

북카페군요. 요즘 이런 곳이 인기가 좋더라구요.

스마트폰 대신 책^^

나중에 시간나면 저도 북카페로 가보고 싶네요. 일반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요.

뭔가 좀 지적인 느낌^^

애들 떼어놓고 아내님이랑 가보고 싶네요~

부부가 함께 지은 동화책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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