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여름] 좌우로 휘청이는 루마니아 아저씨의 음주운전과 교통 사고 그리고 용암 동굴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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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보다 부유할 수 있으나, 자유로울 수 없다
You may be richer than me, but you will never be free like me



안녕하세요.
Capitalism에서 Humanism을 찾는 프로 노숙자,
@rbaggo 입니다.





2016년 6월 여름
14일 동안의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Iceland)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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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첫째날




2주간의 <북극의 특별한 오지, 그린란드> 여행을 마치고, 아이슬란드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여름의 아이슬란드 여정은 그린란드와 동일하게 2주간 히치하이킹과 캠핑을 이용할 것이기에 공항 내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통신사 Siminn의 심카드를 구매하였다. 아이슬란드에 대한 정보를 여러가지 검색하다보니 여러 통신사들 중 지원하는 통신망 커버리지가 가장 좋다고 했다. 가격은 1달간 데이터 1GB 플랜으로 2,000크로네였는데 한국 돈으로 약 19,000원쯤이었다.




히치하이킹은 케플라비크 공항 외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흐린 날씨에 바람은 불었지만 여름이라서 그런지 춥지 않았다. 시도한 지 10분도 안되어 차가 섰다. 태워주신 아저씨께서는 수도인 레이캬비크까지 가시진 않으시고, 공항 근처 마을까지만 가신다고 하셨다.




아이슬란드는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 중 하나로 유명하다. 때문에 저렴한 마트로 알려진 크로난(Kronan) 아니면 제일 저렴하기로 소문난 보너스(Bonus) 마켓에 가야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도착한 날은 토요일 주말이었고, 이미 마트가 문 닫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당장 마트에 가지 않으면 오늘 저녁은 꼼짝없이 굶어야했다. 운이 좋게도 태워주신 아저씨께서 가시는 마을에 대형마트인 크로난과 보너스 마켓이 있었다.




맞은 편에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보너스 마켓이 보였는데 이미 문을 닫은 듯 했다. 수도인 레이카비크에는 오직 한 지점만이 저녁 9시까지 운영된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저 분홍색 돼지를 기억하자!!




두번째 히치하이킹 차를 잡았다. 운전석과 조수적에 앉아계신 아저씨들의 구수한 영어 발음과 거친 외모로 보아하니 아이슬란드 사람은 아니셨다. 이야기를 해보니 이곳에 살면서 일하고 계신 루마니아 아저씨들이셨다.

차에 오르자마자, 조수석에 있던 아저씨가 캔맥주를 권하셨다. 당시 루마니아에는 가보지는 못했지만, 덴마크에서 루마니아 사람들과 같이 일해보면서 그들은 꽤나 친근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훈제 소세지를 뜯으며 맥주를 마시는데, 차가 왼쪽 오른쪽 좌우로 휘청거리듯 흔들렸다. 처음에는 운전하는 아저씨가 설마 마약했나 싶었다. 아저씨가 원래 목적지가 아닌 내 목적지인 수도 레이카비크로 향하신다고 하셨다. 나를 위해 가신다며 조금 들떠 계셨다. 그런데 2분쯤 지났을까 원형교차로에서 우리의 옆으로 지나가던 차량과 부딪혔다. 그리고 얼마지나지않아 우리와 부딪히면서 긁힌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갓 20살도 안되어 보이는 아이슬란드 청년들이었는데, 다행히 살짝 긁는 수준이었지만 우리차와 부딪혔을 때 그들과 나는 마주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놀란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청년들은 경찰을 불렀고, 조수석에 앉아계시던 아저씨와 나는 취조를 받았다. 알고보니 운전자 아저씨도 한 캔 하셨던 것이었다. 뭐 내가 탔을 때 술을 마신 걸 본 적이 없으니, 술을 마셨는지 알지 못했다고 취조에 응했고, 경찰들은 나의 운전자 아저씨를 데리고 떠났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크게 사고 안 난게 다행이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아이슬란드 여행이 막 시작해서였는지 하나의 에피소드로 넘겼던 것 같다.




운전자 아저씨는 경찰서로, 조수석 아저씨는 내게 맥주 한 캔과 훈제소세지를 남긴채 떠나셨다. 히치하이킹을 다시 해서 레이캬비크로 출발해야할까 고민하던 중,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는데 너무 멋진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이 곳은 바다가 보이는 것을 보니 해안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레이캬비크 근교 같은데 시간이 난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수도인 레이캬비크 근처까지 오기는 했는데,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내 여행은 계획이 없다. 발걸음 가는대로 가고, 히치하이킹 차가 잡혀 운전자가 가는대로 맡기기도 하는 여행이다. 그래서 일단 무작정 걸었다.

레이캬비크에 가서 무엇을 할지 고민해봤는데, 어차피 돌아오는 날에 들릴 예정이었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근처에 용암동굴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나는 바로 방향을 틀었다. '하프나르피외르두르' 방향으로 걸어가다 히치하이킹을 했다. 운전자는 아이슬란드 누나였는데, 그 날 폴란드에서 아이슬란드로 돌아왔다고 했다. 너무나 저렴한 폴란드에 있다가 돌아오니 물가에 대한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참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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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자신의 행선지에서 좀 더 멀리 나를 내려다 주고, 나는 용암동굴으로 향하는 도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도로 주변에는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6월의 더운 여름이지만 비교적 고위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여행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알맞은 기온을 가지고 있었다.

이 구역은 차가 얼마 다니지 않는 외진 지역이었는데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일단 해가 지지 않아서 밤에도 밝은 여름(이는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너무나 잘 태워주는 친절한 사람들, 비상시를 대비한 비상식량과 물(크로난 마트에 갔을 때, 화장실에서 채워왔다. 아이슬란드는 물이 가장 깨끗한 나라 중 하나로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 그리고 어디서든 자도 걱정 없는 여행 마인드와 이를 위한 텐트와 침낭!




불과 얼음의 땅이라는 타이트틀 걸맞게 용암이 굳고 화산재로 덮인 지형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평소에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이질적인 거칠은 느낌이다.




열심히 용암동굴을 향해 걷고 있었는데 조금씩 어두워질 무렵, 차가 내 옆으로 한 대 서더니 나를 태워줬다. 차 안에는 어린 동생과 남매로 보이는 남녀가 타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들 또한 마침 용암 동굴에 가고 있다고 했다. 사실정확한 용암동굴의 위치를 알지 못하던 나로써는 행운이 넘쳐났던 것 같다. 구글 지도에서 대충 위치를 표시해두긴 했지만, 실제로 정확한 위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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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상했던 용암동굴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좌우 양옆으로 이어진 줄들이 입구를 가리키고, 도착한 입구에는 꽤나 큰 구덩이에 파여진 틈이 보였는데,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남매가 어떻게 헤드랜턴도 안 들고 올 생각을 했냐면서 나에게 씌워줬다. 나는 당연히 핸드폰 플래시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휴대폰에서 나오는 빛이 약한 편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매우 컴컴한 동굴을 밝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게 동굴 내부 안내 표지판인데, 처음 온 사람은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일행 중에서도 한 명이 이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 날 길을 조금 헤매었는데 동굴에 갇히는 기분은 정말 무서웠다... 그리고 동굴이 생각보다 높이가 낮은 곳이 있어서 거의 기어다니기도 했었는데 굉장히 여행하기에 힘든 코스였다.




왼쪽의 큰 건 용암이 분출되어 굳은 형상의 모형품이고 오른쪽에 실제 굳은 용암이 있었다. 당연히 만지지는 못하도록 줄이 쳐져있었다. 일행을 따라 온 개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자꾸 근처로 들어가서 걱정이 들었다.




동굴 여행에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벽면에 낙서를 해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신기한 고대 문자가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낙서였다.




와 드디어 출구에 도착했다!!! 동굴 안에 한 30분 있었던가...? 어휴 정말 빨리 나오고 싶었다.




그들은 떠나고 근처 평평한 초록풀들이 살짝 쿠션감을 주는 곳에 텐트를 치고, 오늘 여정 마무리!


용암동굴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면 동굴 내부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동굴 관광지처럼 조명이 설치되어 있거나 안내원이 있는게 아닌 천연동굴이었다. 이미 이전에 이 동굴에 와봤던 사람이 끼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길을 잃어서 혼란스러웠던 것을 생각해보면, 절대로 혼자 들어가지 말아야하며, 여분의 강한 조명은 필수인 것 같다.





아이슬란드 여름 여행기를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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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아이슬란드 하프나르피외르뒤르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여름] 좌우로 휘청이는 루마니아 아저씨의 음주운전과 교통 사고 그리고 용암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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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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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멋진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ㅎ

대단하십니다. 역시 히치하이킹의 대가 ^^

아이슬란드는 히치하이킹이 워낙 잘 돼서 처음 하시는 분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ㅎㅎ

배낭메고 세계여행!! 자유로워 보이시네요!!

자유를 갈망하는 세계여행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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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항상 멋진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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