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이탈리아 여행기 - 12. 찰스 디킨스와 성 베드로 성당

in #webtoon6 years ago

쏠의 이탈리아 여행기 12
[찰스 디킨스와 성 베드로 성당]


1506년 짓기 시작해 1626년 완성된 성 베드로 성당은 그 엄청난 크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6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 하는 성 베드로 성당은 1990년 교황의 축도를 받으며 코티드부아르에 20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야무수크로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지구상 가장 큰 성당이었다. 한때 이보다 더 큰 성당을 짓는 것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no.1의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유럽에서는 가장 큰 성당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온 찰스 디킨스에게는 이 성당이 대단치 않게 보였던 것 같다. "다음날 밖으로 나서자마자 우리는 서둘러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갔다. 성당은 멀리서 봤을 때는 거대해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건축설계도를 보면 알겠지만 성당의 정면은 그렇게 크지 않다. 들어가서 놀라는 것은 그 깊이다. 입구에서 끝까지의 길이가 220m에 달한다.

"정교한 기둥들과 용솟음치는 분수들(너무나 새롭고, 크고, 여유로우며, 아름다운 분수들)이 모여 있는 성당 앞 광장의 아름다움은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자 웅장하고 눈부신 모습이 펼쳐졌고, 무엇보다도 아래쪽에서 돔을 올려다볼 때의 느낌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 찰스 디킨스

그러나 거대하고 웅장한 것을 본다고 늘 감동하는 것은 아니다. 찰스 디킨스는 베드로 성당보다는 영국의 다른 성당들에서 더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건물에 대한 미적 감각을 제법 지녔다고 생각하지만(그렇기를 바란다)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오르간 소리가 흘러나오던 영국의 다른 성당들과 신도들이 모여서 노래를 하던 영국 시골 교회들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었고 베니스에 있는 산 마르코 성당에서 훨씬 큰 신비와 경이를 느꼈다." 그러고는 "당시에는 돈을 얼마를 준다 해도 대성당을 다시 둘러보지는 않을 터였다"며 마차를 타고 콜레세움으로 떠난다.

영국에서 온 찰스 디킨스는 로마 카톨릭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는 곳곳에서 냉소적으로 바티칸의 모습을 묘사한다.

"일요일에는 교황이 성 베드로 성당에서 장엄 미사의 집전을 도왔다. 두 번째 방문에서 내가 받은 성당의 인상은 첫 방문 때와 똑같았고, 그 후 여러 번 성당을 찾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종교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거나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 찰스 디킨스

그는 심지어 이곳에서 종교로서의 의미는 찾을 수 없고, 건축학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이곳(성당) 역시 판테온이나 상원 의사당 같은 건축학적 업적 외에는 다른 의도가 없는 위대한 건축학적 기념비일 수도 있겠다.”

"성당에는 붉은 차양 아래 실물보다 큰 성베드로의 검은색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이 베드로 상이 예술 작품으로서 성당의 인상을 고취시키지는 않았다. 또한 고귀한 의도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는 성당을 여러 번 찾아갔고, 세세하게 기록했다. 교황도 여러 차례 보았다. 교황이 신도들을 축복하는 의식에 대해서는 "엄숙하고 감동적인 면은 전혀 없었다. 확실히 우스꽝스럽고 요란스러워 보였다."고 했다. 그가 당시 카톨릭에 크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건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바로 '면죄부' 때문이었을 것이다. "로마에는 입을 맞추면 다양한 기간 동안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십자가가 몇 개 있었다. 콜로세움 가운데에 서 있는 십자가는 백일짜리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곳에서 입을 맞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십자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십자가가 인기를 끄는 것이 기이했다."

"콜로세움 내부의 다른 장소에는 '이 십자가에 입을 맞추는 자에게 이백사십일의 면죄부가 주어지리라'라는 글귀가 새겨진 십자가가 대리석판 위에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 며칠이고 앉아 있어 봤지만 이 십자가에 입을 맞추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수십 명의 농부들이 다른 십자가에 입을 맞추러 가는 길에 이 십자가를 지나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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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이탈리아 여행기 프롤로그
1.이탈리아를 여행한 작가들
2. 로마에서의 첫날밤
3. 로마를 걷다
4. 바티칸을 가다
5. 바티칸을 가다2 기다려요, 앙리 마티스
6.아폴론과 라오콘

Leesol's Italian Journey

0. Prologue
1.Writers who traveled to Italy
2. First night in Rome
3. Walking around Rome
7.시스티나 성당 cappella-sistina
8.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9.리비안 시빌 Libyan Sibyl
10. 세 천재 이야기 A story of three geniuses
11. 예술가의 사생활


글은 함께 여행했던 남편이 쓰고, 그림은 제가 그렸습니다.
My husband did the writing and I drew it.

배너를 그려주신 @leesongyi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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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싫어서 그냥 뛰어 넘었었는데 만약 유럽을 다시 갈일이 있다면 꼭... 이탈리아에 다시 가보는걸로 ㅠㅠ

이탈리아 한번 가보고싶었는데, 작가님 여행기 덕분에 상상여행 떠나게되네요~!!!
다음화도 기대합니당~

십자가에도 가성비가 있었나 보군요ㅎㅎㅎ

넘 재밌게 잘 보고 가요 자주 올게요^^!

십자가 입맞춤에 면죄부라니 ㅋㅋㅋ 제가 가야하는데 말이죠 ㅋㅋ

십자가에 입맞추러
저도 가야 되겠어요ㅎㅎㅎ

즐거운 이야기와 함께하니 더욱 여행가고
싶어지는걸요^^

저는 무교인 입장에서..
그때 당시 면죄부 판매는 정말 반감이 심했을것 같네요
한편의 이야기 같은 여행기 재밌게 보고갑니다

찰스 디킨스와 시간여행도 같이 하셨군요. ㅎㅎㅎ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마음속으로는 감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콤플렉스가 있었나...ㅎㅎㅎ

그림이 있어 더 쏙쏙들어오네요.
나중에 이탈리아 유럽여행갈때 정독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불금 가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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