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사 연구) 6.25 기습남침론의 다탕성에 대한 검토 4 (종합)

기습이란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와 방법으로 적에게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는 점은 이전의 포스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즉 알고 있더라도 미처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 기습의 의미이다. 기습이란 내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적에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기습이란 적이 내가 공격한다는 것을 모르게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에게 나의 의도를 숨기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전문 군사적인 용어로는 허위, 허식, 양동과 같은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전쟁의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차원에서 보았을때 북한의 남침을 기습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적어도 전략적, 작전적 측면에서는 전혀 기습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술적인 측면에서 기습을 당했다는 것도 뭔가 석연치 않다. 북한은 6.25일 새벽 4시에 일제 공격을 개시하기 한참 전에 이미 공격개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6월 중순부터 경계강화를 하고있었고 6.25일 북한의 공격바로 직전에 경계강화지시를 해제했다. 따라서 북한이 한국군의 경계강화 해제를 기회로 삼아 기습적으로 남침을 감했다는 것은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 한국군의 경계강화 해제를 이용한 일부지역의 도발은 가능할 수 있으나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하면서 한국군의 경계강화 해제시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전 처음부터 한국군 고위급에게 간첩이 잠입해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특히 일본의 관동군 대대장으로 중국 팔로군과 전투를 했던 김석원은 1950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북한군의 전면 남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었다.

6.24일 육군회관 낙성식을 빌미로 전전선의 사단장을 다 서울에 불러모아 술을 먹여서 떡이 되도록 만들었던 이유와 6.25 남침 바로 직전에 경계태세를 해제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후 당시 참모총장이던 채병덕은 하동지역에서 의용군을 이끌고 전투에 참가하려다가 갑자기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채병덕의 죽음을 놓고 말이 많았다. 채병덕을 저격한 사람이 국군복장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채병덕이 국군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당시에는 서북청년단이 채병덕을 북한의 간첩이라고 보고 사살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기습의 정의를 고려해서 북한의 6.25 남침을 고려해보면 전술적 차원에서의 기습을 넘어가지 않는다. 아마도 기습의 요건중에서 많아도 20%이상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전선에 있던 병사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전면 남침이 기습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6.25 전쟁은 기습이 아니라 일방적인 방심의 결과였다. 그 방심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무능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6.25 당시 한국군 고위급에 간첩이 있었다고 주장한 김석원은 당시의 무방비적 상황이 고의적이지 않고는 발생하기 어려웠다는 상황인식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채병덕은 전쟁직전까지 북한에 장비를 팔고 북어를 들여오는 등의 거래를 했던 사람이다. 즉 북한군과 전투를 하는 상황에서도 서로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서북청년단이 채병덕을 간첩이라고 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 왜 당시에 6.25전쟁을 북한군의 기습남침이라고 했을까 ? 필자는 여기에는 전쟁 패배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당시의 자유당 정권은 초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러나 북한의 기습남침을 강조하면서 정치 지도자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당연히 이승만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희석시킬 수 있는 기습남침이 면죄부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무도한 기습남침으로 패배를 당했기 때문에 당시의 현장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되었다. 채병덕 한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제자리를 지켰다.

이후 한국군을 주도한 사람들은 당시 초기작전에서 패배한 패장들이었다. 1사단의 백선엽과 7사단의 유재흥이 대표적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북한의 기습남침은 완전하게 고정되어 버렸다. 그들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국전쟁초기의 패배를 북한의 기습남침에 의한 불가항력이라고 규정하면서 한국전쟁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내용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한국전쟁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 놓기 위해서는 기존의 잘못된 서사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잘못 기술된 전사는 당연히 검토하고 개선해야할 것들을 그대로 남겨 놓은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전쟁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전쟁의 경험을 군의 전투력을 개선하는데 활용하지 못했다. 한국전쟁이후 제대로된 검토가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 왜 한국군은 김일성이 별오리에서 자신들의 과오를 점검한 것과 같은 일을 하지 않았을까 ?

전쟁은 비극이고 슬픈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인간의 삶이 가장 치열하게 부딪친 결과이다. 그 내용은 인문학적으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서사구조를 단순하게 왜곡시켜 버림으로써 우리는 한국전쟁이 담고 있는 많은 내용들을 깊숙하게 드려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거해 버렸다.

초기 작전의 패배를 불가항력으로 인한 패배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한국전쟁을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다. 군사적인 측면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전쟁의 서사구조를 새롭게 바라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전쟁사 연구) 6.25 기습남침론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3(기습의 작전적 전술적 측면), post 7

(한국전쟁사 연구) 6.25 기습남침론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2(기습의 전략측 측면), pos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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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사 연구) 초기 전사기술의 문제점 post 4

(한국전쟁사 연구) 잘못한 작전과 전투에 대한 연구가 소중한 이유, po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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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직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저 역시도 어릴때부터 북한의 기습이라는 정형화된 수업을 받았는데,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군요. 리스팀해갑니다!

감사합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전쟁의 서사구조를 새롭게 바라보기 위한 노력

신선한 시각입니다.

역사는 항상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죠. 역사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이 담고 있는 많은 내용들을 깊숙하게 드려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거해 버렸다

정말 맞는말씀입니다

그것이 가장 큰 손실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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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제를 윗선에서(?)
단번에 정리해버린 느낌입니다
다른 시각은 배제시켜버리고 이러이러하니 그렇게 알아!
하는 것 같아요
정치적 이데올로기 탓이겠지요..

위즈덤님의 글을 보고 저도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이렇게 조금씩 알아가는 게 보람되기도 하답니다 감사드려요!

3편에도 조금 썼지만 국제법상 불법인 기습 남침으로 해석하면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비난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도 이부분이구요.
다만 선전포고해야한다는 국제법이 이뤄지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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