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에서 데려온 몇권의 책들

 이번 SIWFF 에서도 책을 샀고 알라딘 e-book 으로도, 양장본도 꽤나 주문한 상태라 파리에 다 가져갈 수 있을지 걱정인데 또 오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했습니다. 대체 왜 책에 쓰는 돈은 아깝지가 않은 걸까요. 물론 충동구매하는 것은 아니고, 책을 결제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여러번 그리고 오래 고민합니다. 제 자신에게 '구매 후 세번 이상 읽을 책인지', '지인에게 건네 줄 만한 책인지', 아니면 '그냥 서점에 와서 읽기만 해도 되는 책인지' 몇번 이나요.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 진정 구매하게 되는 책들이야 말로 오래 가져가고 싶은 책일거라, 현명한 소비일거라 스스로 세뇌를 하면서요. 하지만 너무 많다는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부모님을 위한 책도 몇권 샀는데요. 대부분 쉽게 읽히는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입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서점에서 최대한 읽고 대량으로 구매도 했으니 이제 천천히 읽으면서 독후감을 써볼 생각입니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 집필, 은 처음부터 눈을 끌던 책이었습니다. 글쓰기 관련 책을 한 권 골라서 읽어볼까 하던 참에 책장에서 '질문' 이란 단어를 발견하고선 머릿속에 온갖 커리큘럼들이 떠올라 단숨에 집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때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늘 정형화된 틀 안에서 고분고분 답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공부하는 참담한 한국 교육에서 최대한 벗어나려 노력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학생들에게 던져줄 만한 좋은 글쓰기 질문 거리가 있을까, 란 기대를 하고 구매를 했습니다.


"이 책은 소설가, 영화감독, 작가, 저널리스트, 시인, 비평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35명이 공동 집필한 '글감' 642개를 묶은 책입니다. 답하는 방법도 자유입니다. 질문을 제목으로 삼아 긴 이야기를 쓸 수도 있고, 그저 짧은 단어 하나로 답을 달 수도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자기만의 암호를 써넣어도 괜찮습니다."


눈을 끄는 몇가지 제목들을 옮겨 적어봅니다.

1.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2. '불행'이라는 요리의 레시피를 써보라.

3. 당신의 인생에서 드라마틱했던 순간을 말해보라. 이때 비밀 한 가지와 거짓말 한 가지를 이야기에 넣어야 한다.

4.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를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만나게 된다. 친구와 만나서 나누는 대화를 써보라.

5. 항상 당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 다섯 가지

6.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20년 뒤에 어떤 것이 사라질까? 그리고 무엇이 그것을 대체할까?

7. 재미없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라.
   
   

 아마도 앞으로 이것들을 토대로 글쓰기를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꾸준히 쓴다는 것은 잘 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니까요. 나만의 책을 잘 정리해둘 수 있는 책방 창고같은 공간이 세상 곳곳에 있어서 어디든 마음대로 책을 가져다 두고, 꺼내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book 으로 충분히 전자잉크의 좋은점 또한 누리고 있지만 그래도 책은 손에 묵직하게 들려 한장 한장 넘기는 맛이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글쓰기도 글쓰기지만, 짐을 또 어떻게 싸야 하나 한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