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선물" (이달의 작가 [소설] 응모작 / @soosoo)

in #zzan5 years ago (edited)


선물

이달의 작가 [소설] 응모작 / @soosoo
https://www.steemzzang.com/zzan/@zzan.admin/624ymg-zzan





띵띠딩띵~띵띠딩띵~

1


카톡벨 특유의 음이 울렸지만 민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밤 10시 10분. 서훈은 뉴욕에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이민용 캐리어를 끌고 민지에게 카톡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급했던지 전화유심도 신청하지 않고 7년만에 그녀의 집 옆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기억을 더듬어 달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신도시인 고양은 7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서훈은 이 카페에서 인터넷이 잡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카페는 7년 전 그자리에 그대로였다. 서훈은 카페에 들어가지도 않고 밖에서 민지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짓누르며 전화를 꺼내 들었다.

겨우 인터넷이 잡혔다. 두 번만에 민지는 전화를 받았다. 서훈은 왠지 그녀가 반가운 목소리로 지금 어디인지 물어볼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뭐라고 대답할까 몇번 연습을 했다. 하지만 민지의 전화 목소리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그냥 차분하고 침착했다.

서훈은 이민용 캐리어가 갑자기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뒷일을 생각않고 그것도 인터넷을 겨우 잡아서 했던 전화라 거절을 당하자 갈 곳이 없었다. 시간을 보니 10시 12분. 7년 간 망설였던 용기가 좌절되는데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일단 카페문을 열고 들어갔다. 24시간 하는 카페라 생각을 정리하기엔 적당한 곳이었다.

2


민지는 서훈의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했다. 그에게 늘 기대했던 바가 있었지만 하지만 자신의 주변을 기웃거리기만 하고 깊이 다가오지 않는 밋밋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쑥 전화하는 걸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는 민지는 그런 서훈이 무려 7년만에 그것도 늦은 밤시간에 전화하는 것이 그가 자신에게 너무 무례한게 아닌가란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시계를 보니 10시 12분. 시간을 핑계로 대기엔 너무 이른시간이었다.

쉽고 빠르게 잘 하는 결정만큼이나 또 후회를 잘하는 성격이었기에 민지는 그날 밤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사실 자신도 서훈이 다가와 주기를 기다릴만큼 좋아하기도 했지만 뉴욕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괜찮은 기업에서 3년이나 경력을 쌓고도 스스로 사표를 던진 서훈의 태도는 자신 앞에서 어물거리고 망설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민지는 그런 모습의 서훈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게 또 너무 싫었던 터였다. 하지만 만나서 따뜻하게 대해주면 늘 그랬듯 서훈은 금방 마음이 돌아올 것이었다.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몇 년간 자신을 좋아했던 서훈을 민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3


카페에서 큰 이민 가방을 열어졎혔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힐끔거렸지만 뭔가 큰 결심을 한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평소 서훈은 다른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듯한 기분에 젖어있는 서훈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생각했다. “내 가방에 왜 이런 것들이 들어있나…”. 가방 지퍼를 열어젖히자 마자 갑자기 가방속이 너무 낯설었다. 아…

정신이 돌아왔다. 민지에게 어떻게 찾아갈까 머릿속에 가득한 그녀의 생각을 하다가 비슷해 보이는 가방을 바꿔들고 온 것이었다. 이민용 가방이라 설마 비슷한게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급히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공항과 항공사에 전화를 하고 평소 서훈이라면 기계적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훈은 갑자기 무엇인가에 끌리듯 가방을 끌고 카페를 나왔다. 골목마다 하룻동안 나온 재활용 쓰레기 봉지들로 가득했다. 서훈은 가방을 고스란히 끌고가서 쓰레기 봉지 옆에 세웠다. 남의 짐이긴 하지만 손가락에 빨갛게 자국이 날만큼 무거웠던 캐리어를 버리고 나니 가슴이 후련했다. 서훈은 발길을 돌려 인천행 공항버스를 탔다.

4


다시 2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서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서훈의 행방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었다. 서훈이 갑자기 전화했던 2년 전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민지는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나갔다가 서훈이 버리고 간 캐리어를 발견했다. 7년 전 뉴욕으로 떠날 때 자신에게 빌린 캐리어였다. 정확히 말하면 민지의 것이었다. 민지는 7년만에 밤중에 전화를 한 주제에 돌려준 것도 아니라 쓰레기통에 보란 듯이 세워놓은 서훈의 어이없는 행동이 다시 괘씸해졌다. 그런 인간 때문에 어제 잠못든 자신이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방이니 어쨌든 집으로 끌고 왔다. 가방안에는 화장품과 머리끈, 자신이 사달라고 말했던 헤어드라이어, 와인 등 서훈이 산 선물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자신이 금 알러지가 있는걸 모를리 없는 그가 준비한 금 팬던트도 있었다. 민지는 2년이 지나도록 그의 소식이 궁금하기보다는 버리기는 아까워서 넣어둔 팬던트를 서랍속에서 볼 때 마다 짜증이 났다.

  •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달의 작가 [소설] 응모작 / @soosoo입니다. 제목은 "선물"입니다. zzan에서 7/31일까지 응모를 받고 있습니다. 아래의 주소로 접속하시면 공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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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https://www.steemzzang.com/@zzan.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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잫 읽었습니다. 캐리어 원 주인만 불쌍하게 됐군요. ㅎㅎㅎ

ㅋㅋㅋ 불이님 제대로 보셨습니당 ㅋ

잘 읽었습니다.
재밌어요. 이런 전개는 상상력이 뛰어나야 가능한데요
나중에 어떻게 되는거지... 생각하며 읽었는데
가방만~~~~ ㅋ 재밌습니다 수수님

ㅋㅋㅋ 에궁 지루하셨을텐데 고맙습니다. 불이님 말씀처럼 가방 주인만 불쌍하게 됐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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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

@naha님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제일 마음에 걸리네요.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끝- 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워서요.

오늘 내내 이생각을 하면서 지낼거 같네요..

헐... @cjsdns님 감사합니다.ㅜㅜ

민지가 누구일까 계속 그생각만 합니다
숨겨둔 연인인가요??

요기선 서훈의 연애가 본젹적으로 시작되기 전의 연인과 비슷한 관계였고 전작에선 상욱이 짝사랑하는 여자죠. 물론 전작에선 서훈과 꽤 오래 사귄 연인으로 등장하지만요 ㅋ 요 작품은 기분 좋은 일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죠 ㅋ

재밌어요. 선물이 원치 않은 것일 때가 많지요. 그만큼 상대를 모른다는 뜻이구요.

넹 맞습니다. 물론 저 선물들은 민지를 위한 선물이 아니었다는게 함정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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