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스팀은 여전히 기다리라 하네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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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기 전자 제품이나 쌈빡한 소프트웨어가 시장에 출시되어도 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해서 견디기 어려울 때쯤에야 손이 가고 그나마 꼭 필요한 기능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핸드폰 나와바리를 순식간에 평정했을 때에도, 전철에서 꺼내 들면 이상한 고대 유물 보듯 할 때까지 나는 오랫동안 폴더폰을 들고 다녔다. 그러던 내가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였다는 건 돌이켜봐도 아이러니다. 조금 심할 정도의 기계치에다가 프로그램 언어 같은 건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암호화폐라고는 비트코인밖에 없던 때가 있었다. 시류에 따라, 최근에 암호화폐를 접하거나 가는 귀에 들어 본 사람들은 그럴 때가 있었나 하겠지만 그렇게 오래전 일도 아니다.

당시 근무하던 유통회사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고 오전에는 주로 컴퓨터 앞에서 일했다. 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히 비트코인 관련 내용을 본 것 같다. 뉴스였는지 블로그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훑어보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들고 애매한 개념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며칠 동안 비트코인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이런 최신 기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했다. 만약 비트코인이 이진법의 세계에만 머무른 순전히 기술적인 것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것이다. 그것이 대뇌피질 근처를 맴돈 이유는 기술과 인문학이 직관적으로 결합한 신세계를 언뜻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비트코인의 세계에 빠져 들어갔다. 기술에 관련된 세세한 부분은 지금도 모르지만(여전히 알고 싶지 않다), 이 기술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자발적 참여가 많아질수록 더욱 큰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개념은 적어도 나에게 혁명적이었다.

실제로 그런 길을 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소위 제도권이라 불리는 그룹들이 이 기술 앞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면 볶은 땅콩과 아몬드를 함께 씹고 있는 것처럼 고소하다.

매일 비트허브라는 사이트에 들러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비트코인 얼리어답터의 길로 들어섰다. 그 소식들이란 것이 얼마나 소소하냐면 비트코인으로 결재를 받기 시작한 외국의 어느 작은 가게가 사진과 함께 뉴스로 소개될 정도였다. 선유기지와 춘천의 보드람치킨 집에서 스팀 결재가 처음 가능했을 때의 kr 커뮤니티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급격하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 만큼은 당장에라도 달러를 대체하고 세계의 기축통화로 올라설 기세였다. 물론 비트코인이라는 찻잔에 빠진 극소수의 코인러들에게만 그랬었다.

사실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줄 알았다. 달러 단독 패권이 허물어져 지역 경제 블록으로 쪼개지고 나면 비트코인이 서서히 교역의 틈새를 장악해 급기야 무시 못 할 세력으로 성장할 거라는 단세포적 발상이었다. 그 시간은 내 생애로도 모자를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국내 처음으로 한화로 거래가 가능한 코빗이라는 거래소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긴 호흡을 들이키기로 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비트코인이 찻잔 속의 태풍이라면 모두 날릴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원시공산제 사회 이후 처음으로 출현하는 계급 없는 사회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습지만 불과 몇 년 전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더 우스운 것은 그렇다고 무슨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 합쳐봐야 130만 원 정도? 그것도 1년여에 걸쳐 한 달에 오만 원, 십만 원 씩 투자했다. 용돈을 받아 쓰는 처량한 신세라 아내 모르게 하자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비트코인을 처음 샀을 때가 70만 원 정도 할 때였는데 일 년 동안 150만 원 정도까지 오르다가 30만 원까지 떨어지곤 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투기장이었다. 마운트곡스 사건이 터진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렇게 1년간 투자하고 잊어버렸다. 회사가 요식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바람에 나도 이쪽에 종사하게 되었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게 되었다.

작년 초에 비트코인이 폭등하면서 다시 시세를 확인했는데 그때의 경이로움이란. 도대체 이게 얼마야? 하나도 맞추지 못한 내 예측은 또 얼마나 가소로웠는지...

비트코인을 접하지 않았다면 스팀잇도 몰랐을 것이다. 혹시 바람결에 들었다 해도 시스템을 이해 못할 게 뻔하니 아마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깜냥에 암호화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감사한 일이고 스팀잇이라는 공간에 내 자취를 남기게 된 것은 더욱 감사한 일이다. 지금도 연락이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이 있다. 단 한 번 우연히 엮여서 오랜 시간 만나고 있는데 스팀잇에서의 느낌이 그때와 같다.

예전 같지 않은 스팀잇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게 길어지면서 초심을 돌아보게 되었다. 비트코인을 샀던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스팀잇에 처음 가입했을 때와 몇 가지 잡코인을 팔아 어줍짢은 스파업을 했을 때, 내가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던 마음이 조금은 조급해져 있었는데 이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더는 이상주의자의 전유물이 아니므로, 열 사람이 한 걸음 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딘 과정이 필요하므로 다시 느긋해져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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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코를 70에^^
아직도 열 배
정말 꿈 세상입니다.

한창 오를 땐 달나라 가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비트는 다 팔아서 다른 코인들로 갈아탔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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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블록체인기술이 보편타당한 생활속에
기술이 되기 까지는 조금더 시간이 필요 할듯 합니다
느긋하게 감나무에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듯..
그렇게 기다려야 할듯 합니다 ㅎㅎ

마치 길목을 딱 지키고 있는 재규어처럼요..ㅎㅎ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보냄다...ㅎ

어제도 기다렸고 오늘도 기다리고 내일도 기다립니다!!

기다린 자에게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대박났을 때 수익 보셨어요? ㅎ
그런 기분 느껴보고 싶네요 ㅠ

수익은 봤습니다만 죄다 코인에 들어가 있습죠..ㅎㅎㅎ

여전히 알고 싶지 않다

저도요. ㅎㅎ 블록체인의 기술적 스토리는 ..사실 제 뇌로는 아무리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저는 포스팅을 하고, 암호화폐를 받고, 그걸 거래소에서 팔 수 있다 - 정도면 충분하고 그 이상은.. 받아들이기 벅차고 그럴 필요도 잘 못 느끼고요.

저는 이과 출신이거든요. 무려 화학과를 졸업하기까지 했는데 블록체인이니 뭐니 하는 것들의 기술적 해설을 보면 머리가 하얘지고 눈만 멀뚱멀뚱 합니다.

저랑 비슷하시네요, 유행이라는 것에는 아주 둔감하고, 남들이 다 사용하는 것을 최소 5~10년이상 지난 후에야, 도저히 분위기상 안 되겠다 싶을 때에 , 드디어 그 문화로 뛰어드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저는 페이스북 밴드 이런것들을 한참이나 지나서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그것도 안하고 있네요. 트위터도 마찬가지구요. 오로지 스팀잇만....

대박 느낌은 어떻던 가요? ㅎㅎ

나에게도 이런 찬스가!! 이런 기분입니다..ㅎㅎ

그래서 대박나신거여요!!! 대박!!! ㅎㅎㅎㅎ
저 방금 결심했어요. 파주 갈거여요. 큰아들이 JSA를 가야겠다고 해서 알아봤더니 임진각을 가야된대요! 임진각이 파주라믄서요? ㅎㅎㅎㅎㅎ 맛집 알려주세요! 팥빙수 맛있는 파스타집으로! ㅋㅋㅋ

임진각이면 파주 맞습니다. 자유로 타고 가는 길이라 가게에서도 가깝네요. 오시게 되면 스팀챗 날려주세용... 쭈글이 얼굴을 보여주면 안돼는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느긋하게 기다려보려고요+_+

스팀잇이나 하면서 느긋하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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