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인연, 세차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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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를 자주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주로 주유소를 이용한다. 예전에는 5만 원 주유하면 무료 세차였는데 요즘은 7만 원 주유해도 2천 원을 따로 내야 한다.
주유소 구석의 자동 세차장에 차를 천천히 진입시키고 나서 기어를 중립에 놓는다. 안전한 타임머신 안에서 시간 여행을 즐기듯 거대한 곰벌레가 유리창에 부딪혀 구르며 뒤로, 과거로 넘어간다. 차는 식기세척기에서 갓 나온 따뜻한 밥그릇처럼 빤딱빤딱해진다. 내부는 썩고 있지만 괜찮다.
출근길에는 마음이 바빠서 못 하고, 퇴근길에는 세차장 문을 닫아서 세차를 못 한다. 쉬는 날 운 좋게 7만 원 이상 주유해야 할 정도로 기름통이 비어 있는 것이 세차 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외출해야 할 사유가 있어야 하고 앞으로 며칠은 비가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 조건들이 절묘하게 한 점으로 수렴하는 날이 세차하는 날이다.
금요일이 그날이어서 세차하고 토요일 날 비 맞았다. 내 차가 알려주는 일기예보는 할머니 무릎보다 정확하다. 올해는 세차하고 나면 이틀 안에 비나 눈이 왔다.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맑은 날의 연속이어서 피해가나 했는데 여지없다. 오래된 차라서 그런가. 관절염이 심하다.

2
연속 2주 동안 수요일이 공휴일이다. 현충일과 지방 선거일. 금요일에 사전 투표를 해야 했는데 몇 가지 개인사를 처리하다가 깜빡하고 지나갔다. 천상 다음 주 수요일 투표하고 출근해야 한다. 장은 화요일에 왕창 봐 둬야겠다.
연휴가 아닌 것이 매출에 도움을 주는 듯하다. 멀리 가긴 애매하니 근교로 사람들이 모인다. 덕분에 현충일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선거일에도 현충일만큼만 하면 좋겠다.

3
비가 와서 손님 끊기는 것인데 누굴 탓하랴. 일 년 365일 맑은 날만 있게 해달라는 기도가 생뚱맞게도 응답받는다면 이 동네는 5년 안에 사막이 되겠고 미세먼지, 황사, 모래 먼지의 잔치판에 사막 전갈만 살판나겠다.
기상청을 가끔 탓하기는 한다. 날 좋은 주말인데 발길이 뜸하면 십중팔구는 엊저녁 뉴스 말미의 일기예보 때문이다. 강수 확률이 30%라면 뉴스를 보는 사람의 30%는 외출을 자제하지 않을까?
일요일은 종일 흐렸다.

4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주체 못 할 정도로 에너지를 발산하던 시절에
작은 수첩에 빼곡하게 타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하던 시절에
만남은 삶의 수단이 아니었다
삶의 목적에 가까웠다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 자체로 목적의 실현이었다
우울하고 가슴 아픈 만남과 아름다운 만남은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결과를 내 오거나 이득을 바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정의 소모도 공평했었다
관계가 나를 규정이라도 할 것처럼
새로운 만남을 끊임없이 몸에 녹이며 나 자신을 포화시켰다
보팅 파워가 너덜거리는 날 아무것도 할 수 없듯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듯이
주체 못 할 정도로 분출하던 에너지가 어느 순간
연료를 소진하여 꺼지고 나는 잠적했다
불씨조차 남지 않은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후로 만남은 목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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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 관절염에 걸린 유피님 차가 궁금해요
  2. 홀직원은 출근하나요?
  3. 저는 비오는 날 좋아하는데 1년 365일 비가 오면 유피님은 어떻게 되는거죠?
  4. 이 글은 또 훔쳐가고 싶네요ㅋㅋㅋ 어쩜 이리 표현이 맛나요! 시가 생각나요 ㅎ

그 유명한 번호 댓글!

  1. 2006년식 검은색 스포티지. 3년전 중고로 샀어요. 뒤 창문에 스티커 자국이 있는데 UDT 전우회 어쩌고 써있어요.ㅋ
  2. 3일 일하고 어제 나갔어요.ㅠㅠ
  3. 시름에 젖겠습니다.
  4. 아우 오글거려서 답글을 못 쓰겠어요..ㅋㅋ

나갔어요? ㅠㅠ 이런!

기회 되면 짧막하게 포스팅하고 싶은데 사람들 삶이 점점 팍팍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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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하신데요
내부 세차 해본지가 언제인지ㅎㅎ

선거날 매출 많이 오르길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대박 거즈아!!!
차는 껍데기만 깨끗하면 되는걸로..^^;;

세차하고 나면 비오는거, 무척 공감되네요ㅠㅠ 저는 자동세차는 안하고, 나름 저렴한 주유소 손세차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높은 만큼 더 세차를 뜸하게 합니다. 원래 탈것을 워낙 좋아해서 애지중지 하는데, 점점 일하면서 차량 관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네요. 어느정도는 마음에서 내려놓고 있습니다^^

저는 손세처를 해야 시트도 청소 좀 할텐데 말입니다..ㅎㅎ
남자의 로망은 차가 으뜸이죠.
원래 자동세차는 차에 잔기스도 나고 그래서 좋은 건 아니라네요..ㅎㅎ

지금 차 전에 몰던 중고차가 있었는데요, 그 차는 아무 생각 없이 자동세차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업체가 좀 심했던건지, 차에 잔기스가 눈에 띄게 많이 생기더라구요ㅠㅠ 그리고 지금 차를 사면서(제 생애 첫 새차입니다ㅎㅎ) 손세차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잔기스가 나지 않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 곳은 수압으로만 세차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곳은 손세차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것 같아요.

맞아요. 사람을 만나는 건 보통 에너지가 필요한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래된 친구일수록 에너지소모가 적어지죠.^^

시간과 에너지는 반비례네요.ㅎㅎ
만나는게 힘들다보니 새로운 관계에 소홀해 지더군요.

저도 세차만 하면 비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세차를 안하게요 ㅎㅎ;;

ㅋㅋ 저도 안하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ㅎㅎ
해봐야 소용이 없어요..

여긴 밤새 비가 오다가 이제 그쳤네요. ㅎㅎ
날씨가 차네요~~ 조금(?) 한가하네요. ㅎㅎ
이번 주도 화이팅하셔요 ^^

이번주도 화이팅입니다. 오늘 화요일인데 어제와 다르게 무척 화창합니다..ㅎㅎ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저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편인지 금세 피곤해지더라구요.ㅠㅠ

관계 맺음에 적합한 에너지가 따로 있나봅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피곤해지기는 하네요..ㅎㅎ

피곤해 보이네요.
때로는 사는게 참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이 생기네요.
분명 나는 잘 했는데 말이죠...나만 잘 했다고 생각 하는 걸까요?
저도 지금 조금은 그러하네요.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고맙습니다. 관계는 참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잘 모르기도 하더군요. 에잇, 월드컵 결승에나 가면 좋겠네요..ㅎㅎ

저도 점점 새로운 친구 만드는 일이 일년에 한 번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 만남을 수단으로 대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질수록요. 그냥 아무렴 어때 - 라는 식으로,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했던 때가 언제였나 싶어요.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혼자 여행갔을때 정도?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 것이 약 17년 전이 마지막이네요..ㅠㅠ
그 후로 한참 지나서 요즘에서야 다시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ㅎㅎ

저도 한 17년전쯤 되는거 같네요 ㅎㅎ 요즘 마음을 열었다가 또 다시 닫혔다가 다시 여는 중입니다 ㅎㅎ

제가 그렇습니다. 나이 들어가니 사람 만나는 데에 여유가 좀 생기는 듯 해요.. 늙는 거겠죠...ㅠㅠ

아.. 저는 아직 젊어서 그런거였군요.. 다행히 아직 여유가 없습니다..ㅎㅎㅎ 이게 이리 반가울줄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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