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의 초대 - 93. 우리 각자에게 트루먼쇼가 있다면,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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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쇼는 98년에 짐케리가 주연을 했던 코미디 드라마영화이다. 자신의 모든 삶이 24시간 동안 생중계 된다는 사실을 오직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트루먼은 진실을 알게 되자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서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는 줄거리인데, 미디어의 맹점과 함께 미디어에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였다.

또한 폭력적인 매스미디어의 본질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리얼리티 쇼의 범람을 예측한 피터위어 감독의 SF 코미디 작품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속에는 많은 철학적 고민을 하게끔 만드는 심오한 내용들도 함께 들어있는 영화였다.

트루먼 쇼에서는 주인공인 짐 케리가,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30세가 될 때까지 하루24시간 일거수 일투족이 생방송되는 상황에서 자신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그의 어머니와 아내(로라 리니), 절친한 친구는 물론 주변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배우이고, 그가 소비하는 모든 행동이 사실은 광고이지만 트루먼 자신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주인공 짐캐리의 30년 세월을 속속들이 생방송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설정도 재미있지만 그 주인공의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길 역시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물론 영화속의 허구적인 설정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그러한 실제의 방송프로그램이 있을 경우에 그것을 뚫어지게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을 사람이 실제로 있기나 할까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일상을 그것도 약 1년동안 위성에 달린 카메라나 CCTV와 같은 몰카로 촬영해서 자기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생활이 상품으로 판매될 수 있다면, 그 녹화된 동영상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팔릴 수 있을까?

아마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본다는 묘한 쾌감과 함께 야릇한 상상력과 호기심이 더해져서 사려는 사람들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며칠 보고나서 지루함에 그냥 꺼버릴 가능성이 더 많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마치 자동화된 습관들만이 잔뜩 드러나는 것 같은 지루한 반복적 패턴의 모습들 만이 계속 보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허구적으로 설정된 드라마나 영화속의 배경과 스토리라는 것은, 감각적으로 자극받을 만한 소재와 배경과 소품등을 골고루 갖추어서 짧은 시간동안의 몰입을 통하여 충분한 만족감을 주기위한 픽션이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는 맛이라도 있지만,일반인들의 반복적인 일상생활 패턴을 그냥 쳐다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지루함을 느끼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겠다.

혹시라도 아리따운 젊은 여성의 은밀한 침실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래도 젊은 여성의 사생활을 녹화한 동영상을 구해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 역시도 몇번 보고나면 이내 반복적인 뻔하고도 뻔한 반복적 생활패턴과 그 모습들에 지겨움을 느끼고 그냥 꺼버릴 것 같은 것이다.

분명 인간은 반복적인 습관의 패턴속에서 생활해가고 있고, 그것에는 옳고 그른 것도 좋은 것도 나쁜것도 없이 그냥 반복적인 생활을 영위해 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트루먼쇼에서 짐케리의 일상생활 모습을 30년 세월동안 시청자들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계속 쳐다만 보고 있었다는 영화속의 설정은 너무 지나친 억측같은 허구의 설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트루먼쇼에서 짐케리의 일상생활의 하루하루마다 아주 극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다양하게 펼쳐지는 정말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한 스토리의 재미가 있었다면 몰라도, 과연 그러한 재미가 있을 만큼 짜릿한 자극적인 볼거리가 다양하게 끊임없이 생겨나는 인생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며 설령 있다고 해도 그러한 경우에 얼마나 스토리 전개가 짜임새 있게끔 전개되어지면서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방송드라마나 연예인들의 일상생활 녹화 프로그램이나 영화속 주인공의 허구적인 인생스토리 전개등은 트루먼쇼와 같은 실제의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몰래 관찰하기 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지켜보기를 위해서 보기좋게 꾸미고 재미있고 예쁠것 같은 것들만을 골라내어서 일부러 그렇게 설정을 해놓은 것들이기 때문에 볼만한 것들인 것이다.

만약 나에게 트루먼쇼의 주인공 짐케리의 입장처럼, 나의 모든 일상생활의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서 위성카메라와 투명한 CCTV 몰래카메라 등으로 촬영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제안을 해온다면 나는 이것을 사생활 침해를 떠나서 기꺼이 그렇게 하라고 용납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내가 부담스럽고 불쾌하고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가지 못해서 눈을 돌려버릴 것이다. 뻔한 뻔자 똑같은 반복적 패턴의 생활모습, 예쁘고 보기좋고 아름답고 꾸며진 것이 많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지저분하고 더럽고 흉측하고 구역질나는 모습들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예 관심을 가지기도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각자에게는 트루먼쇼가 태초부터 진행되어져 왔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 자신은 우리가 녹화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일 뿐인지도,,, 짐케리가 주연했던 트루먼쇼 영화는 허구적인 상상속의 설정이었기에 그냥 영화 한편 보는 것으로 끝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실제의 일상생활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모든것을 실제로 트루먼쇼 식으로 만들어서 방송으로 틀어댄다면 실제로는 쳐다보고 있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상상속의 트루먼쇼와 현실에서의 트루먼쇼는 다른 것이고, 우리가 트루먼쇼 영화를 재미있는 영화로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그것이 그냥 상상으로만 만들어진 재미있게 꾸며놓은 허구였었기 때문이다. 상상으로 꾸며낸 트루먼쇼의 주인공은 쳐다보는 재미가 있었겠지만, 현실에서의 진짜 트루먼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전혀 재미도 없고 그냥 지루하고 느끼할 뿐이다. 이 차이점은 바로 상상의 허구와 직설적인 현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차이점이라고도 정의 될 수 있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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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람이 살아가는 기록은 편집할 수 없을 테니까요... 편집되지 않은 다큐멘터리 인생이라면 트루먼쇼는 아마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미디어와 컨텐츠가 너무 사람들 삶에 많이 들어와 있고, 그런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 실제 자신과는 다른 아바타가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곧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를일이 생기면 어쩌나 기우도 생기네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내가 시장을 보고와서는 제품 하나하나를 광고하듯 설명하는데 실제 방송으로 제품광고가 나가던 그장면 ㅎㅎ 이미 우리 모두는 트루먼 쇼에 가까이 오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는 우리을 보녀주기싫어 감추는 동시에 드러내고 싶어하잖아요. 트루먼쇼가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에서 시작됐다면, 지금의 SNS는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됐다는 것만 다르고. 보여주든 보고싶든... 애쓰지 않아도 훤해진 세상입니다ㅜ

트루먼쇼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한 열번 이상 본 것 같아요.ㅎㅎ

짐케리는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조명기구를 보고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었죠.ㅋ
짐케리의 과장된 연기와 코믹함을 좋아했는데, 이 영화는 꽤나 진지했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영화적 상상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남의 사생활을 몇년씩 지켜보는 것이 정말 재미 있는 일이라면, 나의 사생활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 얽혀진 우리의 삶이 절대로 지루할 리가 없잖아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트루먼쇼 참재미있게 봤는데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네요.^^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는데...맘이 짠해지기도 했구요
누군가 나를 보고있다??? 아이구 부끄롸 ㅎㅎㅎ

정말 대단한 영화였죠. 지금 생각해도 명작인 것 같습니다.

아래 말씀 공감갑니다. :)

우리가 실제의 일상생활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모든것을 실제로 트루먼쇼 식으로 만들어서 방송으로 틀어댄다면 실제로는 쳐다보고 있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도 재미나고 메시지도 좋고...
이런 영화는 또 언제 나올까요ㅎㅎ

영화는 영화일 뿐
이라고는 해도 해당 영화를 통해서
얻어가는건 참 많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님 말대로
보여지는 프로그램에서 진행되어지는 모습들은
꾸밈과 허래허식과 겉멋으로 포장되어진 내용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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