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결혼하던 날의 번호 일기

in #busy6 years ago
  1. 1살 아래의 남동생이 오늘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무척이나 기쁜 일이지만 매우 바쁜 날이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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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받는 역할을 했습니다. 사촌동생과 함께 축의금을 받았는데요. 한 어르신이 결혼 축하한다며 저에게 다가와 악수를 하고 갔습니다. 제가 아니라는 말을 할 여유도 없었지요. 동생은 잠시 신부 대기실에서 제수씨와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지요. 얼마 후 그 어르신이 저에게 와서는 동생인 줄 알았다고 어찌 그리 형하고 동생이 닮았느냐고 무슨 쌍둥이라고 해도 믿겠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예전에 G pro라는 폰을 쓸 때 얼굴을 인식해서 잠금해제가 되는 기능이 있어 신기하다고 자랑했었는데 동생이 폰을 들더니 "어, 잠금 해제 되는데." 하더군요. 정말 얼굴인식으로 해제가 되었죠. 그 후로 G pro 쓰면서 얼굴 인식 잠금 해제 기능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여튼 그 후로도 저를 동생으로 오인해서 축하한다고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음... 정말 닮은 걸까요?

  3. 동생이 저에게 휴대폰을 맡겨놓았었습니다. 그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잠금해제하라는 화면이 떴는데 얼굴인식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하면서 제 얼굴을 들이대 봤습니다. 근데 잠금 해제가 안 되네요. 몇번 더 해봤는데 결국 해제되지 않더군요. 얼굴 인식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계는 저와 동생의 생김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많이 닮지는 않았지 하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4. 준비한 식권이 모자라서 식권을 더 주문했습니다. 옆에 신부 쪽도 식권이 모자란 상황이 와서 남아있던 우리 식권을 주었습니다. 9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분이 식권을 반납해서 10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전에 2장을 이미 빌려주었던 터라 모든 식권을 주면 12장을 빌려준 거라 생각하고 말했더니 사촌동생이 아니라고 2장 빌려주고 5장 빌려주고 4장 더 주었으니 11장을 빌려준 거라고 합니다. 중간에 제가 모르는 사이 하객 한분이 식권을 가져갔더라고요. 여튼 사촌동생은 수학선생님이 어찌 그 계산을 못 하냐고 놀리듯 말합니다. 뭐 싱긋 웃어버리고 맙니다.

  5. 전공이 수학이라고 하면 계산을 잘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계산을 틀리면 어찌 전공이 수학인 사람이 그걸 틀리냐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 사람의 전공이나 직업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로 작용하죠. 근데 그것이 또한 그 사람의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잣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친구 중에 영어 교사가 있는데 어디가서 영어 전공이라고 잘 안 밝힌다고 합니다. 영어 전공임이 밝혀지면 영어 잘 하겠다며 한번 해 보라고 하고 혹여 영어를 유창하게 못 하거나 실수를 할 경우 영어 전공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말을 듣기 때문이라고 하죠. 직업이나 전공으로 발생하는 선입견으로 그 사람을 너무 규정짓고 바라보진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관련 실수에 대해서도 그냥 너그럽게 넘겨주었으면 하기도 하고요. 하나 덧붙이면 수학을 잘 하면 계산을 잘 하는 것이라는 오개념을 버려주었으면 싶네요.

  6. 오늘 우리 쌍둥이들은 하얀 원피스를 입었죠. 둘째가 자신은 검은 색 옷을 입겠다며 난동을 피우는 것을 간신히 설득해서 입혀서 결혼식장에 왔죠. 다들 정신없는 가운데 쌍둥이는 아내가 혼자서 돌봤죠. 정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불편한 한복을 입고 마음껏 뛰노는 쌍둥이들을 쫒는 모습을 보면서도 축의금을 받아야 함에 자리를 떠날 수 없어서 마음 한켠이 불편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빠, 오늘 파티 재밌었어요."라고 하네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 하얀 원피스를 입은 쌍둥이들은 귀여웠어요.^^;;;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이쁘다고 한다지요.

  • 동생이 결혼식을 준비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아오며 저의 결혼식 준비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내색할 수도 없고 혼자서 다 준비해야 했던 결혼식이었죠. 결혼식 준비가 힘든 것은 결혼식을 두번 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요? 근데 결혼식은 두번 다시 하기 싫은데 신혼여행은 또 가고 싶군요. 안 되면 구혼여행이라도 가야죠. ^^ 일단 애들이 좀 크면....ㅜㅜ

  • 동생은 늘 우리 부부가 쌍둥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죠. 육아가 힘들다는 것을 알지 못 하는 것이죠! 부디 아이를 가지면 쌍둥이로, 아주 그냥 남자 쌍둥이로 가지길 바라봅니다.(남자 쌍둥이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1도 없습니다. 남자 쌍둥이를 기르는 분 정말 존경합니다.) 가장 확 와닿는 깨달음은 본인이 직접 겪어보는 것일테니요.

  • "사랑하는 동생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하고 어쩌면 구속일 수도 있고 불편한 것도 많겠지만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이 얼마나 삶에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지 알게 되길 바라." - 마지막은 훈훈히...


  • ps1. 동생과는 커오면서 참 많이 싸운 거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데면데면 하게 지냈고요. 그러던 것이 서로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많이 친해진 거 같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더 이런저런 그동안 하지 못하던 이야기도 나누며 더 가까워진 거 같네요. 심지어 신혼집도 저희집 근처에 얻었지요. 이제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족이 늘었는데요. 제수씨와 더불어 한층 더 가족으로 가깝게,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ps2. 여러분 결혼은 좋은 겁니다! 혹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시는 분들 결혼을 하세요. 그리고 쌍둥이에 도전해 보십시요! 저만 힘들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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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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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남동생 결혼식때가 생각이 나네요~ 하나뿐인 동생이라 그런지 마음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쌍둥이 키우는거 힘드신거 알지만, 그대신 행복도 두배일텐데 ^^ 저도 쌍둥이 키우는게 꿈이었는데~~ 말이에요 ^^
    항상 행복하세요~~

    쌍둥이를 가지는 게 꿈이셨군요! 누군가는 바람없이 얻은 것이 누군가에겐 큰 바람일 수도 있겠군요.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둥이들 키워야 겠습니다.^^
    동생 결혼식인데 축의금 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느끼지도 못 했네요. 신혼집이 제가 사는 동네라 더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거 같기도 하네요.^^ 차차차님도 행복하자구욧!!

    동생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우리 킴쑤님 넘 힘들었겠어요ㅠ
    그치만 둥이들이 즐거웠다고 해주니 그 순간 또 싹 잊었겠지요?!

    킴쑤가 힘들어서 허덕허덕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둥이들이 파티 재밌다고 해서 한번 크게 웃었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동생분 결혼 축하드려요!
    쌍둥이들은 얼굴인식 잠금하면 안되겠네요.^^

    어라 그럴 수도 있겠군요. 쌍둥이니까 말이죠^^
    축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네요. 그리고 동생분의 결혼을 축하 드립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동생분 결혼 축하드립니다.^^
    형제 우애가 좋아보이네요. 저는 형제간 항상 데면데면해서......
    앞으로의 우애는 제수씨와 아내님의 노력에 달려있을것 같습니다.^^
    아이들 화동시켰으면 정말 이뻤을거 같아요^^

    화동을 하기엔 아이들이 너무 제멋대로여서 하하하. 한 1-2년 더 있다가 결혼하면 모를까 포기했습니다. 동서 간에 사이가 중요하죠^^;;; 축하감사합니다.

    동생분,재돌님 붕어빵인가 봅니다..ㅎ
    동생분 결혼 준비 하느라 재돌님과쑤님
    고생하셨습니다.
    남은 주말 달달하게 보내시길요.^^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제 동생은 아버지를 둘다 많이 닮아서 늘 붕어빵이란 소리를 많이 듣고 살지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서로 아니라고 하지만요^^;; 고생도 고생이지만 동생이 행복하게 결혼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덕분에 달달한 주말이 되었습니다. 하하...

    요즘 재돌샘 피드를 자꾸 놓쳐서 이제야 거의 따라잡았어요~ㅎㅎ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구요~
    (살짝 변명을 하자면) 재돌샘 글은 멀쩡한(?) 상태에서 읽고 싶어서 보팅 후 일단 미루기도 해요~ㅋ

    저만 힘들 순 없잖아요

    농담인 듯 농담 아닌 진담 같은..............ㅋㅋㅋ

    몽롱한 상태로 읽으면 더 재미나요! 사실 거의 잠에 취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하하... 요즘 부쩍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전 캘님 피드를 잘 놓치는데요... 죄송합니다.
    마지막 말 속에 숨은 의미가 닿았나 보군요. 하하... 쌍둥이 너무너무 이뻐요! 낳아서 길러보셔요! 추천 꾸욱!!! 주워듣기로는 세쌍둥이는 더더더더 이쁘다고 하더군요!

    저만 힘들수 없잖아요ㅋㅋㅋㅋㅋ 마지막 줄 그은 그 말이 핵심처럼 들리는 것은 저만의 착각입니까.

    핵심을 잘 짚으셨어요! 하하^^ 반쯤은 농담이기도 하고요. ^^;;;

    동생분 결혼 축하드려요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과 앞으로 동생가정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전해오네요
    킴쑤님 둥이들 가족 모두 힘은 들어도 행복한 날이었네요^^

    힘은 킴쑤가 많이 들었고요. 둥이들은 나름 파티라며 신났어요. 하하
    축하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x 마나마인! 색연필과학만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4cmrbc
    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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