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편리한 역사 인식 - 3 (괴베클리 테페)

in #dclick6 years ago (edited)

1538957437.jpg

요즘 세계 선사 문화의 이해란 책을 보고 있는데 수백만 년 전의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비교적 최근까지의 문명의 발달에 대한 고찰이 망라된, 지은이의 식견이 돋보이는 책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영장류 이후의 세계를 조망하는 초중반 부는 특히 인상 깊다. 전 세계에서 출토되고 있는 석기들이 인류의 인식 발전과 더불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도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 책에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 짧게 요약되어 있다. 발굴과 연구가 진행 중이라 말을 아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간단히 짚고만 넘어간 건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괴베클리 테페는 시기적으로 후기 구석기 시대의 문명이다. 이 문명이 오랜 기간에 걸쳐 흥망성쇠를 겪은 후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서도, 우리가 배운 신석기 시대는 시작도 안 한 채 출발선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몸을 풀고 있었다.
내가 궁금한 건 다음과 같다.
학자들이 괴베클리 테페 거석 문명을 기원전 1만 년으로 특정하였다면 이 돌들을 어떻게 가공하였을까. 무른 석회암이라고 해도 돌로 돌을 육면체로 깎고, 돌로 돌에다 정교한 문양을 새길 수는 없다. 가장 빠른 청동기 문명이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 문명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메르 문명이다. 한때 세계 최초의 문명으로 주목 받았으나 그 영광은 오래전에 빛을 잃었다. 그렇지만 문자의 발명과 금속의 발견은 아직 이들의 몫이다. 청동기가 금속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으로 돌을 다듬을 수 있을까. 설령 할 수 있다고 해도 기원전 1만 년과 기원전 3500년의 시간의 간극을 메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것을 설명하지 않고서 기존 석기 시대의 분류만을 고집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조금 정교한 주먹도끼로 때려서 거석을 조각했다고 우긴다면 몰라도...
또 한 가지는 그 당시 인류의 집단생활이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다. 국가급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조직과 인원이 있어야만 이런 문명의 건설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정주 생활을 하는 대규모의 집단이라면 먹거리는 농경을 통해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농경 생활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수렵, 채집에 비해 별무신통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지만, 좁은 지역의 과밀한 인구는 대부분, 자의든 타의든 곡류의 재배로 연결되었다. 이집트에서도 기원전 1만 년경의 유적에서 곡류의 재배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예전에 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의 탄화 볍씨 흔적이 발견되었으니 우리 예측을 넘어서는 대규모 농경이 그다지 믿기지 않는 건 아니다.

괴베클리테페11.jpg

그러므로 극 최신의 연구를 접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괴베클리 테페의 거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와 인력에 대한 연구가 선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렇게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이해 불가해 보이는 문명의 흔적이라면, 석기 시대의 끝자락이나 도시 국가 출현의 시대는 한참 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선언하는 정도의 융통성이 먼저 발휘되어야 한다.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첫체험기 만족!

안녕하세요 스티미언님들!! 프로댓글러가 되고 우부입니다. 굿모닝! 스티미언님들❤ 화요일날 배고...

logo

이 글은 스팀 기반 광고 플랫폼
dclick 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Sort:  

설마 고대인에게 다운보팅 기술을 배우신 건 아니죠? ㅋㅋㅋ
저는 다운클릭 대신 디클릭을 ~

그럴리가요..ㅋㅋ
디클릭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네요..

역사는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ㅋ

어디서 많이 본 댓글인데요..ㅋㅋ

탄소연대추정이 어쩌면 맞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전까지의 학설을 모두 깨버리는 발견이네요.

요즘은 탄소 연대 측정도 세련되어졌다고 합니다. 이전의 학설을 깨버릴지 아닐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크게 수정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알수록 재미있는 역사입니다.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발전한 문명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상상 이상의 실재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저런 조각을 돌로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 같고, 그러면 무엇으로 라고 하니 그것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고...

아무튼 신기합니다.

도대체 뭘로 했을까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ㅎㅎ

정주한 이후에는 석기 청동기 철기의 유물들이 한 장소에 혼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래된 것일수록 흩어지고 없어지기 쉽겠지요. 물론 문자로 기록되어도 후손이 끊어지면 잊혀질 것이고, ....

  • 괴베클리 테베가 있는, 그리스어로 '해뜨는 곳'이란 아나톨리아 지역은 지구에서 몇안되는 흑요석의 산지로 떼어낸 석회석을 쇠가 없이도 가공할 수 있었지 싶네요.
  • 신석기 농업 혁명으로 잉여를 경험하게 된, 인류 집단이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 같은 원시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이 통설인데,
  • 종교가 먼저 생기고, 집단을 유지하려고, 생산성 높은 농업에 몰입하게 된 것이라는 그 반대의 가설도 가능하게된 유적지.
  • 터파기 하다가 석기 시대 유물이 나오면, 신고해야 하고, 그러면 기자들 오고 시끄러워 지니까, 야밤에 믹서차 불러서 공구리 때리던 그런 나라도 있었다는 ...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이곳은 한번에 묻어 버린 유적이라 청동기와 철기의 유물이 전혀 출토되지 않았습니다. 돌로 만들어진 여러 조각품들은 출토가 되었습니다.
흑요석은 아주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지던 돌이라 활발하게 교역이 일어났습니다. 산지가 제한되어 있었지만 메소포타미아에도 일부 흑요석 산지가 있긴 하구요. 대략 듬성듬성 있습니다. 흑요석은 편으로 날카롭게 떼어 쓰기가 쉽기 때문에 금속이 없던 시대에 각종 도구의 역할을 했었는데요. 날카로움은 있지만 작게 떼어 쓰던 이 돌로 석회암을 가공할 수 있을지는,,, 저는 좀 부정적으로 봅니다.
토템은 수만년 전부터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농경이 왜 시작되었는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단지 잉여 식량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측면도 있구요. 왜 인간이 수렵에서 농경으로 옯겨가게 된 건지,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감할 만한 이론은 아직 없는 거 같아요. 제가 모르고 있는 걸수도 있구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과학'이라고 하는 말도 있더군요. 저도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

  • 아즈텍의 석공들은 나무 쐐기를 이용해서 정교하게 40톤이 넘는 석재를 떼어내기도 했습니다. 세밀한 조각을 하는데 흑요석이 쓰였겠지요.
  •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고들 하는데, 어떤 잉여와 분배 구조를 만들어 낼지 그저 궁금합니다.

고맙습니다. ... .^^.

책제목이
선사시대 문화의 이해 인가요?

정확한 책 제목은

세계 선사 문화의 이해(인류 탄생에서 문명 발생까지) 입니다. 브라이언 페이건 교수의 책이네요.

글고보니 제가 본문에 인용한 책 제목이 잘못되어 있었네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흠..
옛날에는 이 불가사의 한 일들을
외계인이 해주고 갔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 역시 결론은 외계인...

제가 달려고 했던 댓글 역시 있네요 ㅎㅎ

👽 : 지구의 미래에도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는군요

와... 지질학 전공이신가요?

전공은 이과 쪽이에요.. 이런 일과도 전혀 무관하구요. 이쪽에 호기심이 있는데 그냥 수박 겉핥기죠..ㅎㅎ

기록되지못한 먼가가 있겠죠...~외계인일수도 있구.,,,ㅋㅋ

계속 발굴중이니 뭔가 말이 나오겠죠.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4534.17
ETH 3150.15
USDT 1.00
SBD 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