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시월이니까, 시월애. 사랑은 시간의 다리에서 만나는 것일까?

in #kr-pen5 years ago (edited)


우리는 애초에, 아니 아직까지는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시간이 공간을 역행할 수도 없고, 공간이 시간을 거스를 수도 없는 또한 설령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지금을 살기에 그것의 존재를 이해할 수 없다. 영화 같은 상상 속에서나 타임슬립이라는 단어를 지어 존재할 뿐이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붙잡지 못하고, 지금은 계속해서 지나가니 붙들 수 없고, 미래는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없으니 그릴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멈추어 있지 않은 것은 결국 시간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직까지 따로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시공간을 초월해 처음 만나서 나눈 그 대화의 시작이 비현실직 이지 않았음을 느꼈을 때, 비로소 영화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나의 눈가를 적시게 만들었다. 그들의 시간과 공간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우체통을 닮아 허공에 떠 있어 거짓처럼 보였던 그 집 '일 마레' 는 비현실이었으나 그 둘을 만나게 한 다리는 현실이었으니까.

영화 속 뒷이야기부터 둘은 비현실적이었던 과거와 미래 같던 다리를 건너고, 현실처럼 여기던 편지 속의 대화를 넘어서 지금의 그곳부터 진정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영화 밖 우리들의 만남도 그러하지 않을까. 결국은 비현실이었을 둘의 만남은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온 둘의 과거를 이어가게 만들며, 현재를 살아가게 만들고, 미래를 이어가야 할 아주 긴 이야기를 믿고싶게 만들어주고 믿어주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것이 가운데를 가르면 갈라지기 쉽게 보이는 사랑의 심볼 ♥를 붙잡는 것인지도.

20181011_023353.png

터무니 없는 숫자의 비율을 보고서는 말 문이 막히고 수긍이 가면서도 너무하다 싶었지만,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이 넓디넓은 우주 어딘가의 좁은 지구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좁혀지지 않아,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이구나. 이것 또한 비현실적이네. 그래서 영화 같을 수도. 그것이 '500일의 썸머' 마지막 나레이션에서 나온 우연이란 것일까. 현실을 영화같게 만들어야 할텐데.

아직 오지 않은 그 우연의 만남은 소행성의 충돌처럼 어마 무시한 현실이 되어 새로운 별을 만들 수 있겠지만, 빗나가거나 서로의 크기가 맞지 않으면 어마 무시한 상처를 남기고 구덩이를 과거로 남기겠지.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아무튼, 난 영화에서 성현이 은주를 현실에서 처음 만나 한 이 대사가 와닿았다. 8,191개의 다리 중에 내가 만든 다리를 선택해 줄 누군가가 나와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 왔고, 살고 있으며 언젠가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확률, 가능성을 지금 이 시간 이 공간에서 느끼고 있으므로.


Sort:  

와 시월애 정말 오랜만에 봐서 반갑네요 ㅎㅎ
8191명 중에 한 명이라니...!!!!! 이터널라이트님의 짝님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겠네요!

보셨었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전지현, 이정재 어린 시절도 보고 영화도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귀여운 콜라의 모습 오랜만이예요
제가 참 좋아한 영화랍니다
포스터만 봐도 설레요^^

콜라 연기도 잘 하고 너무 귀여웠어요 ㅎㅎㅎ
확실히 요새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때만의 감성이 있었나 봅니다.

8000명 중 한명은 아주 높은 확률입니다. 같이 살게 되면 그때는 60억분의 1의 확률이 되어버리니까요.. ㅎㅎ

다른분들 하신 거 봤을 땐 세자리였던 거 같은데 다섯자리에 가까운 네자리가 나오니...ㅎㅎㅎ
60억분의 1이라...어딘가에 있겠죠?ㅎㅎㅎ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어쩌면 이 질문이 운명적인 상대를 만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질문에, "네 한 번 들어봅시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인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ㅎㅎ

인연이라는 말이 그렇게 만들어진 말인 것 같아요 ㅎㅎㅎ
역시나 쿵짝이 맞아야겠죠?

운명적인 상대에게 1/8000 이라면 그렇게 낮은 확률도 아니라고 봅니다.
비슷한 결혼 적령기의 나이 + 이성 + 만날 수 있는 가능성만 따져도 몇백분의 일만 남고 휙 날아갈텐데요 ㅎㅎ

다른분 나온 거 얼핏 세자리수를 봐서 그런지 8000대가 높아 보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ㅎㅎㅎ발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ㅎㅎㅎ

시공을 초월항 사랑이야기는 항상 감동을 줍니다. 팔로우해요

그때 그 시절에는 이런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터널님 어서 8191명중 하나를 만나시길요!! 겨울이 오기전 부지런해지셔야겠어요 ㅎㅎㅎ

겨울이 올해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ㅎㅎㅎ................

제 주변은 17000명 중에 1명도 있습니다 ㅋㅋㅋ 힘내세요 평범한겁니다 ㅋㅋㅋ

역시 인연에는 숫자의 많고 적음이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ㅎㅎㅎ

8,191명 중에 한 명이지만 그 한명을 제일 먼저 만날 수도 있죠 ㅎㅎ

그 한명도 저를 제일 먼저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터널님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이 저런 확률로, 또는 그 이하의 확률을 가지고 자신의 동반자를 찾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그런데 신기하게도 분명히 만나게 된답니다. 만났을 때 알아볼 수 있는 눈과,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해두시기만 하면 돼요-

저는 시월애도 보고, 미국판 리메이크 작인 레이크 하우스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레이크 하우스가 더 재미있더라구요. 영화의 흐름이 좀 더 빠르고, 대중적이었다고 할까요- 아니면.. 그냥 키아누 리브스가 좋았을지도...

만났을 때 알아볼 수 있는 눈과, 함께할 수 있는 마음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아 레이크 하우스가 할리우드에서 처음으로 한국 영화 리메이크 한 작품 아닌가요?ㅎㅎㅎ저도 키아누 리브스때문에 기억이 나요. 나중에 여운이 좀 가시면 찾아볼게요. 저는 시월애가 러닝타임이 짧은데 뭔가 질질 끄는 게 없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전지현때메 시월애가 더 좋을지도...

첫 리메이크 작품이었나요?! 그랬군요 :) 엽기적인 그녀도 리메이크 됐던 것 같은데 뭐가 먼저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 뒤에 중독이라는 이병헌 이미연 주연의 영화도 리메이크 됐었는데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리 페이스 라는 배우가 나왔는데도 너무 이상해서.. 실망했던 기억이..ㅠㅠ 최악은 올드보이였구요.... 리메이크를 할 거면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5
TRX 0.12
JST 0.040
BTC 70887.21
ETH 3581.98
USDT 1.00
SBD 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