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맞아, 우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었지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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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우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었지

written by @hyunyoa


일주일간 많은 일이 있었다. 2주간 고향에 있다 다시 서울에 올라왔고, 자존감을 올리고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며 자기소개서를 써내고 있다. 무수히 떨어진 서류들과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었나보다. 애인과 크게 다퉜다. 그는 자신이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널 다 이해할 만큼 여유도 없고, 속도 좁아." 그의 말이었다.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엔 섭섭하고, 서운했고, 속상했다. 행복은 더하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내 슬픔과 분노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니, 모순적인 행동이었다. 만날 때마다 자신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얘기하는 친구를 조심스럽게 피했듯 그도 힘들었을 텐데.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생각했건만, 다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가지고 있는 고민을 풀어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해 내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무조건 공감하게끔 하는 건 잘못된 행동인 걸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서야 이성적으로 변했다. 내가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받는 건 극도로 싫어하면서, 정작 나는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실수는 오히려 가까울수록 하기 쉬운 것 같다. 애인이 그렇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그렇다. 형제와 남편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모두 풀면서, 너는 미워하면 안 된다는 모순적인 말들. 애인과의 다툼 이후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라는 한 마디에, 또 자신의 스트레스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지쳤다.

묵묵히 듣다, 처음으로 한 마디를 꺼냈다. "난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수화기 속 정적이 흐르더니, 엄마가 알겠다고 답한 후 끊었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이유로 심리 상담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는, 그리고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너도. 맞아, 우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었지.

최근, 인턴 준비로 인해 스티밋에 뜸했습니다. 다시 힘을 내고 글을 써야죠! 😉 모두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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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은적 있는데 공감을 느낍니다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네요 :) @orange2658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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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됩니다. 섭섭하셔도 명확하게 의사를 밝혀주시면 아무래도...어머니의 감정은 어머니께서 다스려야 하는데 그게...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더욱더 행복한 주말 되세요.

좀 더 부드럽게 말했어도 됐는데, 실수를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몇년간을 참다참다 말한거라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gaeteul님,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

그 말씀이 정답이네요. 좀 더 부드럽게 말씀하셨으면 더 좋았을것 같습니다.^^ 다음엔 좀 더 부드럽게 말씀 하세요.^^ 듣고 싶지 않은것과 부드럽게 말하는건 사실 같은 이유인것 같아도 다른 이슈이기때문이죠. 정답을 다 알고 계시는군요. 저는 배우고 갑니다.^^

짧은 인생이지만 살다보니 느껴지는건..
결국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 - 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의 안정과 안식을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하면
언젠가는 그 상대가 지치게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단어가 다소 거칠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요아님이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글을 적으셨을지 어느정도 공감이 되네요.

마음이 울적하거나 다운되었을때는
음악으로 풀어보세요.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있고,
언제 들어도 처음 들었을때의 그 감정과 기억들이 되살아나거든요. (= 그래서 한창 연애할때 들으셨던 음악은 조심해서 들으셔야 해요 ^^;)


'나의 감정은 내가 컨트롤 하자..'

힘내세요, @hyunyoa 님! :)

P.S - 어머니 만나시면 한 번 꼭 안아주세요..

@y-o-u-t-h-m-e님, 소중한 음악 감사해요 :) 듣고 있습니다. 음악이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해요. 내 감정은 내가 컨트롤하자는 것도! 감정을 조금 더 잘 받아들이고, 잘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어머니를 안아드린 적이 정말 옛날같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많이 공감하고, 그냥 이 노래가 떠오르네요.

안녕하세요, @thelump님:) 마음이 차분해지는 음악이네요. 감사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나는 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이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 말을 뱉는 순간 그 친구가 무너질 것 같아서
못하겠어요.

아직까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가 봅니다 :)
이번 글 공감 많이 하고가요 !

안녕하세요, 서리우님! 댓글 감사합니다 :) 저는 친구에게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직접적으로 들어보고, 믿었던 친구의 말에 무너진 기억도 있어요. 그래서 서리우님의 마음도 그 친구분의 마음도 잘 알 것 같아요. 친구분께 이렇게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네가 날 믿고 얘기를 해주는 건 날 의지하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마워. 그런데 사실 너와 연락할 때마다 네 고민이 내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가끔 벅차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 상처받거나 서운해할 까봐 말하기 고민스러웠어."

와 같은 식으로 부드럽게 얘기한다면 서리우님도 편안해지고, 친구분도 서리우님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서운하기도 하고 맞는말이기도하고
다들 좋은일만 있으면 좋겠어요 ㅎㅎ

맞습니다. @noisysky님도 좋은 일만 생기기를 :) 댓글 감사해요!

많이 공감되는 글이에요. 힘내세요.!

😇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Yolograce님. 으쌰으쌰! 힘내고 있습니다! 하포님도 오늘 하루 으쌰으쌰한 하루 되시길!

요아님의 글은 다 좋지만, "내가 잘났어. 내가 최고야"라는 게 아니라, 타인을 통해서 나의 모습을 비추고 고치고 깨닫고 하는 모습을 글로 녹여낸다는 점이 참 좋은 거 같습니다. 제가 여자친구랑 헤어진 이유도 비슷한 거 같네요. 자신의 감정들을 다 저에게 풀어내는데 저는 그것들을 감당하지 못했거든요. 당시엔 그걸 한 단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는데 요아님이 감정 쓰레기통 이라고 정리해주시니 뭔가 깔끔하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로스님! 오랜만이에요 😉 잘 지내고 계신가요! 댓글 남기고 근황 보러 다녀오겠습니다 :)

연인처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감정을 다 받아들이고 공감해줄 수는 없죠. 하지만 상대방이 계속해서 그걸 바란다면 더욱 더 지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을거구요.. 😂 핫하 저는 왜 이제야 인지했을까요. 타인을 통해 내 모습을 비추고, 고치고, 깨닫는 과정을 글로 녹여낸다는 칭찬 감사합니다. 로스님의 감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좋은 분이 많아요 :) 좋은 오후 되세요!

흐 ... 매우 공감되는 글이네요

@glorias 님 :) 이렇게나 빠르게 댓글을! 공감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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