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너의 모든 순간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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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내와 크게 다퉜다. 아내는 오늘 아침 큰놈만 데리고 어디론가 나갔다. 덕분에 나는 둘째와 종일 내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고마워, 여보.

아이는 빨리 큰다. 그러므로 아이의 어떤 표정과 몸짓은,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는 볼 수 없다. 나는 이 사실을 큰놈을 키우면서 알았다.

돌 무렵 큰놈은 자동차 열쇠를 귀에 가져다 대고 “따뚜?”라고 했었다. 차 열쇠가 녀석의 휴대폰이고 따뚜는 ‘여보세요’ 였다.

녀석은 얼룩말을 “옹루마”, 고구마를 “ 뿌뽀뽀”라고 했었다. 걸음마를 떼고는 내가 “아빠한테 와봐” 하면 양팔을 벌리고 넘어질 듯 와서 와락 안겼다.

나를 환희에 차게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네살이 된 큰놈은 이제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아비의 품에 안기지 않는다.

생후 10개월 둘째는 요즘 제 손을 발견한 것 같다. 쉬지 않고 짝짜꿍, 죔죔, 곤지곤지를 한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잠결에도 한다.

기분이 좋을 땐 보행기에서 벌떡 서서 찡긋 웃는다. 웃을 때 콧잔등에 주름이 생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웃으실 때에도 그랬다.

며칠 전부터는 몸은 좌우로 흔들면서 기분 좋다는 표현을 한다. 또 찡끗대면서 웃는데 침을 질질 흘린다. 녀석은 아직 침을 삼킬 줄 모른다.

안아달라고 아비나 어미를 그렁그렁하게 쳐다보면서 양팔을 뻗는다. 안으면 녀석은 제 머리를 아비나 어미의 가슴에 비비며 파고든다.

그러다가 수틀리면 제 척추를 꺾고 온몸을 버둥거리며 울어 젖힌다. 우느라 얼굴이 시뻘개진다. 제 귀와 머리를 잡아 뜯는다. 그러다 피가 나기도 한다.

피부는 얼마나 보드라운지, 또 얼마나 말랑말랑한지 모른다. 나는 내 입술로 내 이를 감싼 다음 녀석의 볼따구를 물거나, 하완, 정강이를 문다.

두 놈 다 금방 자라 곧 내 품을 벗어날 것이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당장 매 순간에 충실할 생각이다. 둘째를 내 배 위에 눕혀 재우고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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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one!

감사합니다.

"그러다가 수틀리면 제 척추를 꺾고 온몸을 버둥거리며 울어 젖힌다"
매우 동감합니다. 첫째 여아는 이런게 없었는데 둘째 남아는 장난아니더라구요.
진짜 막무가네 ~에요
하지만 너무 이쁘죠~ 좋은밤되세요

예 그와중에도 예쁘긴 예뻐요. 웃긴시키.
딸은 키워보지를 못해서... 그렇게 에쁘다면서요 딸은... 흑흑.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셔요.

아이는 전자의 점핑처럼 불연속적으로 크는 느낌입니다.


아이는 그렇고... 아내가 돌아왔드는 소식으로 마무리 될 줄 알았는데... 부부싸움 잘 마무리 하시길~

너무 뻔한 클리셰라 언급 안하신듯...

클리셰에 온몸으로 저항을.... 흑흑

전자의 펌핑, 와 멋진 표현입니다!
마무리는... (말잇못)

우리 첫째도 네살인데, 아직 제 품에 안기려고 필사적입니다. 밖에 나가면 걸으려고 하지 않지요. 이 순간이 행복이니, 팔 떨어져 나가는 건 감수해야겠습니다.ㅎ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작은놈 최대한 많이 안아주려고 하는데. 문득 후회가 몰려오기도 ㅋㅋ
따님이 아빠 품을 찾는군요. 큰놈은 아빠 저리가, 엄마 안아줘를 달고 삽니다.

두 사람이 살면서 가끔은 다투기도 해야 관계가 더 단단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당장은 마음 상하셨겠지만 이 기회로 부부끼리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면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총각이라 그런지 부럽네요

총각이시군요... (말잇못)

총각이시군요... (말잇못)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들... 올 여름의 그 아이는 올 겨울에 없죠... 아쉽기도 하고...

예 대견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복잡시럽습니다.

첫째가 둘째에게 따뚜를 가르쳐주지 않았나 봅니다. 아니면 아버지 품이 너무 편해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나...

내일은 가정에 평화가 다시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둘째가 잠들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ㅋㅋ 둘째가 아직 말을 못 해서요. 입이 터지면 따뚜를 할 지어다!

다시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댓글상 두 시간 전까지도 화해가 아직이시군요;;

경찰에서 오셨나요... 시간대별 추론은 무엇... 흑흑

글을 쓸 당시의 여유는 이제 사라진 것 같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글을 읽게 해주신 사모님께 저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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