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 토종콩의 활용(실습편-1) - 우럭 콩조림, 깅이콩볶음, with 양용진 선생님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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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람들이 콩요리를 해먹는 것은 가난하던 시절 먹을 건 없고 그나마 콩은 많이 재배되어 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뭐든 만들어 먹을 때 콩을 듬뿍 넣어주면 먹거리의 양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제주음식 여기저기에는 콩이 자주 사용된다.
콩의 경우 쉽게 재배할 수 있었고, 제주도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었기 때문에 풍족한 편이었다고 한다.

제주식 콩요리를 배워보면 제주의 가난했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럭 콩조림

우리가 보통 횟집에 가서 회를 떠 먹는 우럭과 제주도 인근에서 잡히는 돌우럭은 모양이 조금 다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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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우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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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우럭

우럭 콩조림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대했던 모양의 우럭이 제공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좀 당황했다.
아무튼 제주도 사람들이 조림으로 많이 먹는 우럭은 이렇게 핑크색이 도는 돌우럭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좀 작은 싸이즈였던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쉽게 그리고 싸게 제주도 사람들이 먹는 우럭은 이런 것이었나 보다.

오늘 우리가 할 요리의 식자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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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공되는 식자재로 뚝딱뚝딱 제주도 음식을 해먹는다는 것도 참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다.

재료 : 돌우럭 2~3마리, 좀콩 1컵, 간장 6큰술, 설탕 2큰술, 다진마늘 1/2큰술, 생강즙 약간, 식용유 1큰술, 고춧가루 약간, 물 1.5컵

일. 콩을 물로 씻어 팬에서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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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주산 좀콩이다.
제주사람들도 좀콩이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콩나물콩이다.

이. 우럭을 손질한다.
비늘을 제거하는데 칼등으로 생선을 꼬리부터 머리쪽으로 긁어주면 투명한 비늘이 떨어져 나간다.
내장은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선생님은 이때 먹을 수 있는 내장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뭐가 먹을 수 있는 내장인지 우리는 구분을 못하므로 그냥 깨끗이 씻어 주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살때 손질해 달라고 하면 해준다. 쓸개를 빼고 나머지는 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돌우럭의 지느러미는 억세고 날카롭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은 그 지느러미를 손질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
재미있게도 혹시 지느러미 떼다가 살점이 조금이라도 떨어져 나갈까봐 그렇단다.
알뜰살뜰한 제주도의 '조냥정신'이다.

조냥정신이란, 제주도에 옛날부터 내려오던 생활습관을 이르는 말로써 일종의 절약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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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예쁘게 다듬었다.

삼. 냄비에 우럭, 볶은 콩, 물을 넣고 분량의 양념(이중 식용유와 고춧가루는 나중에)을 넣고 조린다.

이걸 조릴 때도 요령이 있다.
계속 뒤적이는 것이 아니고, 딱 한번만 뒤집는다.
그러므로 상에 낼때의 반대 방향으로 우럭을 눠여놓고 조리다가 딱 한번 뒤집어서 상에 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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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놓고 조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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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식용유와 고춧가루를 얹는다.

사. 마지막 양념으로 식용유와 고춧가루를 쓴다.
전에도 말했듯이 제주도에서는 고춧가루가 매우 귀하다. 그래서 고춧가루는 절대로 양념으로 쓰여 음식을 버무리고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다.
고춧가루는 단지 고명일 뿐이다.
우리집에서 이렇게까지 귀한 음식을 대접한다고 생각하게 하려고 쓰는 게 고춧가루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럭을 다 조리고 내기 전에 식용유를 우럭 위에 살짝 뿔려주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솔솔 정말로 셀 수 있을 만큼 조금 솔솔 뿌려준다.
식용유를 뿌려주는 이유는 그 귀한 고춧가루가 국물에 섞여들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다.
정말로 고춧가루가 부의 상징으로 아주 귀하게 먹는 고명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제주 돌우럭 콩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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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도 제주도 물고기답게 살이 아주 쫄깃쫄깃하다.
제주도는 바다의 물살이 세서, 인근에서 잡히는 고기의 살이 탱탱하다고 한다.
작아도 쫄깃한 살점이 간장에 짭쪼롬하게 맛이 들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그리고 양을 불러보겠다고 넣은 볶은 콩에도 고기맛이 배어들어 더욱 고소한 콩이 된다.
간장과 함께 콩을 한숟가락 떠서 밥에 비벼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제주도 음식점에는 이 요리를 '우럭콩지짐'이라고 메뉴판에 쓰여있다.
고등어조림이나 갈치조림과 달리 이건 대부분 우럭콩지짐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전통 제주식 지짐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여기서 '지짐'이란 전이나 부침개가 아니고, '조림'의 제주어이다.

깅이콩볶음

오늘 두번째 요리는 깅이 콩볶음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 늦게까지 추웠던 관계로 제주도 바다가 수상하단다.
그래서 이맘 때가 깅이가 나오는 철이라는데 코빼기도 볼 수가 없단다.
제주도 식자재를 꽉 잡고 계시는 우리 선생님도 깅이를 못 구해 오셨다.
'깅이'란 '작은 게'를 이르는 제주도 말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오늘의 깅이콩볶음은 그냥 '콩볶음'이 되고 말았다.
아쉬워 우리 선생님의 블로그를 찾아 '깅이콩볶음' 사진을 하나 업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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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 선생님의 '깅이콩볶음' 사진

요렇게 작은 게가 바로 깅이이다.

어쨌든 아쉬운 대로 오늘은 제주식 콩볶음을 배웠다.
육지에서 해먹는 콩자반과는 사뭇 다르다.
콩자반은 간장과 물을 넣고 푹, 아주 푸욱 끓이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콩을 맛있게 먹으려고 했는지, 대부분의 반찬에 볶아서 넣는다.

재료 : 깅이 1컵(없음.ㅜㅜ), 좀콩 1컵, 간장 6큰술, 실파 2줄기, 깨소금, 홍고추, 설탕 약간, 식용유

일. 깅이는 약한 소금물로 씻어 식용유와 참기름을 섞어 두른 팬에 넣고 볶는다.

이. 콩을 씻어 볶는다. 콩껍질이 갈라지면서 타닥, 타닥 소리가 날 때까지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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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먼저 볶아놓은 깅이와 뜨겁게 볶아진 콩을 합쳐 뜨거울 때 간장과 설탕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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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을 넣으면 마치 사우나에 달군 돌 위에 물을 붓듯이 치치치치직하면서 김이 막 올라온다. 사진처럼.
그리고 간장이 뽀글뽀글 끓는데, 이때 설탕도 넣는다.

사. 간장이 스며들면 실파를 넣고, 홍고추과 깨소금도 넣어 잘 혼합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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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다.

이날은 깅이 없이 콩으로만 해서 간장이 좀 많았던 거 같다. 조금 많이 짰다.
하지만 제주 언니들 말에는 옛날에는 이것보다 더 짜게 했다고 한다.
아마도 밥 한숟가락에 콩 한알씩 먹은 듯하다.ㅜㅜ

이렇게 해서 완성한 콩볶음은 비주얼이 '깅이콩볶음'을 따라갈 수가 없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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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차림이 하루만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콩죽과 콩국, 그리고 제주식 두부 두루치기는 내일 차리는 걸로 하고...

제주도 토박이이신 우리 선생님이 소박한 제주 사람들의 밑반찬인 '깅이 콩볶음'에 대해 쓰신 제주다운 글을 인용하며 오늘의 상차림을 마무리해야겠다.

70년대 양은 도시락에 보리밥과 함께 싸고 다녔던 반찬... 깅이콩장...
앞바당(바다)의 깅이 잡아다가 볶은콩에 간장넣고 같이 볶아 만든다.
단순하지만 깅이 한마리를 씹을 때 입속에서 퍼지는 '아자작'소리에 짜디짠 간장과 함께 바닷내음도 입안에 퍼진다.
그 거친 보리밥이 저절로 먹힌다.

우리 선생님은 요리도 잘하시는데, 글도 맛깔나게 참 잘 쓰신다.^^

제주도 깅이를 찾아서

주말에 남편이랑 함덕 해수욕장에 바람을 쐬러 갔었다.
바닷가에 가면 깅이가 억수로 기어다녀서 그걸 잡아다가 콩과 함께 간장에 볶아놓고 두고두고 먹었다는데, 지난 겨울에 늦게까지 추워서 바다에서 나오는 먹거리들이 초비상이란다.
흔하디 흔한 자리돔도 잘 안잡힌다고 하더니, 바닷가에 지천으로 깔린 게 깅이라는데 깅이도 없다.

우리도 겨우 한마리 보고 '이놈이 깅이구나.'했다.
내년에라도 깅이가 많이 나와 나도 한번 깅이콩볶음을 만들어 밑반찬으로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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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 있는 것이 소라게이고 가운데 있는 것이 깅이이다. 정말로 아주 작은 게이다.

깅이를 잡아보겠다고 모래사장을 엄청나게 돌아다니다가 포기하고 해변에 있는 중국집에서 바다를 보며 짜장면만 먹고 왔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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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근처에 있는 동문시장에는 매일 저녁 6시부터 야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남편이랑 슬슬 산책 삼아 야시장 구경을 갔었는데, 점포가 50개 정도 즐비하게 서서 갖가지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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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도 많고 먹거리도 많은데,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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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깅이를 볼 수 있겠군. 그래서 야시장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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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깅이 튀김을 먹어보니 그나마 깅이맛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작은 게를 통째로 먹어도 딱딱하지 않고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아주 맛이 좋았다.^^

지난 번 제주도 사람들에게 메밀을 가져다준 '자청비'는 못 찾았지만, '깅이'는 아쉬운 대로 찾아서 먹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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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이랑 겡이죽에 겡이랑 다른건가요?^^
자꾸만 묻게되는 신비한 지식 사전이세요~!!
제주 우럭은 빨갛네요~오일장가면
이름모를 생선이 한가득인데 유심히 봐야겠어요^^

네, 깅이랑 겡이랑 같은 말이더라구요.
제주 사람들 말처럼 '제주는 아주 커서' 지역마다 말이 조금씩 다르다네요^^

제주 우럭은 예전에 허수경이 수퍼맨에 나와 요리했던? 아닐지도 모름 ㅋ 기억이 나요. 지인들이 침이 마르게 맛있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제주에도 콩요리가 유명하니요? 깅이니 겡이니... 신기한 이름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네요 ㅎㅎ

허수경이 요리를 한 건 저도 못봤어요.. 콩요리들이 다양하게 제주도에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네, 제주어에는 예쁜 말들이 참 많더라구요^^
가능하면 많이 배워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콩요리, 깅이 얘기들으니 옛날 생각나네요. 어릴 때 강낭콩을 심었던 적이 있어요. 콩이 열리자 몇 알 안 됐지만 엄마가 밥할 때 쏙쏙 집어넣어서 밥에 숨은 콩을 건져먹는 재미가 있었지요.
제주도는 맘만 먹으면 아직도 직접 채집해서 반찬을 만드는 게 가능할 거 같네요. 직접 구해 조리하는 음식은 또 다른 맛이 있더라구요.

얼마 전에 장에 갔더니 완두콩이 나왔더라구요.
요맘 때 즉, 보리가 나올 때 나오는 콩이라고 해서 제주도 사람들은 완두콩을 '보리콩'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구요.
네이밍의 박사들 같아요.^^
채집 가능지역이 있어서 채집도 할 수 있고요, 낚시도 해서 생선도 먹을 수 있고... 뭐 아직 그런 곳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구요.ㅋㅋ

늘 정성스러운
포스팅에 감동을 합니다
오늘은 제주도의 맛있는 음식을 시켜 주셨네요
우럭 요리는 제가 먹어 보질 못했네요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겠어요
스팀잇에서 대성할 것 같은 예감이 팍팍 옵니다 ㅎㅎ

언제나 칭찬해주셔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제주도 돌우럭은 살이 쫄깃쫄깃하더라구요.
언제 제주도 오시면 우럭 콩조림 꼭 드셔보세요.
밥도둑입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깅이라는건 오늘 처음 알았네요.ㅎ
튀김도 저렇게 드셔보시고.
제대로 된 힐링 하고 오셨네요.ㅎ

우리 입맛에는 아마도 깅이 튀김이 더 맞을 거에요.
이번 요리 수업에서 깅이콩볶음을 못 만들어본 것이 아쉽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되겠지요.ㅋㅋ

요리를 배우시는 군요..
재미있을 거 같네요.

제주도 몇번 가보긴 했지만...
딱 2년만 살아 봤으면 하는 곳이에요.

네, 올해 저는 요리를 배우는 해로 정했답니다.^^
저도 제주도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이사했답니다~~
바라고 있으면 이루어질 확률이 높아지더라구요~

조냥정신....
저도 해야겠네요 ^^
그런데 정말 대단하세요~~~
맛 보고 싶네요 ^^

좋은 생활 방식인데, 요즘 제주사람들도 자꾸만 잊어가는 정신이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드신 분들은 그 조냥정신이 몸에 베어있더라구요.
본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와우! 제주도에서 깅이 한번 먹어봐야겠네요 ^^
제빵을 배우셨는데, 요리의 대가시네요 ^^
깅이가 크면 어떤 게가 되는거에요?

올해 1월 제빵을 시작으로 요리에 입문을 했답니다.
올해는 요리를 배우는 해로 나름 정했거든요.

깅이가 크면 어떤 게가 되는가? 너무 허를 찌르는 질문이에요.
다음에 선생님을 뵈면 물어봐야겠네요.
아마도 종자가 작은 게일 거는 같지만요.ㅋ

어?? 그림도 잘 그리시네요~ 표현력이 우와~~ ㅎㅎ

매일매일 좋은 곳에서 좋은 것 드시고~ 참 부럽습니다 ㅎ

스팀잇에 그림 잘그리시는 금손들이 많잖아요.
왠지 저도 자극을 받아 자꾸 그림 연습을 하게 되더라구요.
열심히 도전 중이랍니다.^^

좋은 음악도 들을 기회가 @musiciankiyu님 때문에 생겨서 금상첨화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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