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 해녀들의 해조류 밥상(실습편-1) - with 양용진 선생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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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밥상이라고 하면 우선 해조류로 차린 밥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톳밥

난 그 전부터 톳과 모자반을 구분을 못했었다.
다행히 이날 두 가지 식재료가 모두 준비되어 있어서 비교하면서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렇게 비교를 해 봤으니까 앞으로 시장에 가서 톳이나 모자반을 보았을 때 헷갈리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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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톳이고 오른쪽이 모자반이다.
둘다 중간중간에 길쭉한 콩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이것에 바람이 들어 있어서 바다에서 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 콩 같은 것이 길고 적게 달려 있는 것이 톳이고, 작고 많이 달려 있는 것이 모자반이다.

톳은 3월에서 5월이 제철이다.
식량이 많이 부족했던 보릿고개 시절에 구황용으로 곡식을 조금 섞어서 톳밥을 지어 먹었다고 한다고 한다.

이날 우리가 만들어 먹은 밥도 제주도 사람들이 보릿고개로 먹을 것이 부족할 때 많이 해 먹었다는 톳밥을 해먹었다.
그 외에도 톳오이무침을 만들어 먹거나 샐러드로 먹거나 아니면 비빔밥에 넣어서 먹어도 톡톡 튀는 식감 때문에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특히 톳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빈혈예방에 좋고, 식이섬유가 많고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고 한다.

톳은 현재 전남 완도와 진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1980년대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톳생산을 하청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전라도에서는 톳을 양식을 하고 있다.
양식을 한 육지톳은 부드럽고 연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제주도에서 나는 톳은 자연산이다.
특히 비양도에 살고 있는 친구 말에 의하면 봄에 비양도에 있는 모든 배가 톳을 채취하러 나간다고 한다.
배에 가득 실은 톳 때문에 배가 거의 물에 빠질 듯이 가라앉아서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톳도 자루채 그대로 일본으로 수출을 한다고 한다.

나는 잘 몰랐는데, 일본사람들이 해조류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우리나라의 질 좋은 해조류는 거의 일본에 수출한다고 한다...

아무튼 제주도의 자연산 톳은 그래서 좀 억센 식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재료 : 보리쌀 1컵, 쌀 1컵, 톳 50g, 물 4컵

일. 쌀은 1시간 전에 씻어서 30분간 불리고 채에 받쳐서 물기를 빼놓는다.

이. 보리쌀은 먼저 삶아야 한다.
보리쌀 1컵에 물 3컵을 넣고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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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끓기 시작하면 간간히 저어주어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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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저어주면서 보리쌀이 익을 때까지 끓여준다.

삼. 톳은 잘게 썰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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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떠 먹을 때 숟가락에 잘 떠지도록 2, 3cm 정도 길이로 썰어주면 좋다.

사. 이렇게 준비된 불린 쌀과 삶은 보리쌀 그리고 잘게 자른 톳을 한데 솥에 넣고 밥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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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날 그냥 전기 밥솥에 톳밥을 했다.
특별히 신경쓸 건 없고, 사전 재료 준비만 잘 하면 건강한 톳밥을 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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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봐도 건강해 보이는 톳밥 한그릇이다.

왜 자꾸 '톱밥'이라고 들리지?ㅋㅋ

몸무침

이날은 유명한 몸국을 끓인 건 아니고 몸으로 무침을 하는 걸 배웠다.

모자반을 제주도 사람들은 '몸'이라고 부른다.
봄에 얕은 바다에서 채취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채취해 한번 데친 후 말렸다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생모자반인 경우에는 물에 씻어서 겉에 있는 끈적이는 것만 씻어내고 요리를 해도 되지만, 말려서 보관한 모자반은 약간 군내가 나기 때문에 한번 빨듯이 씻어서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모자반도 해조류로 3월에서 4월이 제철이고, 칼슘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열량이 낮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고 한다.

육지 사람들이 미역으로 해먹을 수 있는 것을 제주도 사람들은 보통 모자반으로 해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재료 : 불린모자반 200g, 신김치 70g, 다진파 10g, 청장 1/2큰술, 다진마늘 1/2큰술, 고춧가루 약간, 깨소금 약간, 참기름 약간

일. 모자반은 살살 흔들면서 빨듯이 씻어서 물에 데쳐 적당한 크기로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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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반을 물에 담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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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살 흔들면서 빨듯이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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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를 빼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다.

이. 신김치는 대충 양념 정도를 털어주고, 잘게 채 썰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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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김치를 채 썰듯이 잘게 썰어준다.

삼. 모자반에 신김치, 다진파, 청장, 다진마늘, 고춧가루를 넣어서 고루 무친 후,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가볍게 버무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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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썬 모자반에 채썬 신김치를 넣고 양념을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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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몸무침이다.

보통 미역같은 것을 무쳐 먹을 때 식초를 넣는데, 제주도 사람들은 신김치를 넣어서 신맛을 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모자반이 채취되는 때가 봄인데, 제주도는 겨울에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기 때문에 김치가 많이 신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에 담아 놓은 김치가 완전 신김치가 되어 이맘때는 그 신김치를 빨아서 쌈도 싸먹고, 이렇게 무침에 넣어 식초의 신맛과 귀한 고추가루 대용으로 쓸 수 있어서 자주 음식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전에 나도 4월쯤 제주도 할머니가 주셨다는 신김치를 얻어 먹어본 적이 있는데, 한조각 먹으면 두눈이 완전히 감기도록 신김치가 되어 있었다.
요즘이야 김치 냉장고가 있어서 이렇게까지 신김치가 되진 않겠지만, 그 김치는 시골 할머니 김치라 항아리에서 겨울을 난 김치기 때문에 완전 신김치였었다.
그러니 제주도 사람들이 봄에 겨울김치를 식초 대용으로 써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ㅋ

메역채

메역은 미역의 제주어이다.
메역채에서 '채'는 채나물이란 뜻이 아니고 그냥 반찬이란 뜻이란다.
그래서 메역채란 미역반찬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미역을 초무침으로 해 먹는데, 제주도 사람들은 그냥 미역을 나물 무치듯이 무쳐서 먹는다.
식초를 약간 넣기도 하는데 그건 그냥 미역의 식감을 꼬들거리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식초를 조금 넣으면 설탕도 함께 조금 넣어주어야 더 맛이 좋다.

재료 : 생미역 200g, 청장 2작은술, 다진파 10g, 다진마늘 1작은술, 소금 약간, 참기름 약간, 깨소금 약간

일. 생미역을 씻어서 살짝 데친 후 찬물로 바로 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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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미역은 육지 미역보다 훨씬 부드럽다.
그래서 육지 미역은 마른 미역을 주로 먹는데, 제주도 미역은 생미역으로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한다.

생미역의 겉 표면에는 알긴산이라고 하는 성분이 있어서 미끌미끌하다.
물에 넣고 손으로 바락바락(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된다.ㅜㅜ) 씻으면 그 미끄러운 성분이 씻기면서 약간 거품이 난다.
그러면 물로 헹구고, 다시 바락바락하고 물로 헹구고...
이렇게 몇번 하면 어느 정도 미끌거리는 것이 없어진다.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미끌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손질해 준다고 한다.

이. 찬물에 헹군 것을 보기 좋게(5cm) 썰어준다.

삼. 양념을 모두 넣고 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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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메역채이다.

앞에서 나온 톳, 모자반, 미역은 모두 해조류 중 갈조류이다.
그래서 생것일 경우에는 색이 갈색이 난다.
하지만 물에 넣고 데치면 진초록(?)색으로 변한다.
시장에서 파는 해조류가 생것인지 삶아서 파는 것인지는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오늘 준비한 것들은 해녀들이 채집한 해조류를 이용한 반찬과 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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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물질을 하고 돌아와서도 전복이나 소라, 성게 등은 팔아서 돈벌이를 하고, 흔하게 얻을 수 있는 이런 해조류로 밥과 반찬을 만들어 끼니를 떼웠을 것이다.
해녀들의 이런 초라한 밥상이 요즘은 웰빙 밥상이라고 해서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막간 제주도 음식점 가이드^^

톳을 이용한 음식을 하는 집이 있다.
지난 번에 보말 칼국수를 소개했던 집인데, 이집이 면에 톳을 갈아넣어 칼국수도 하고, 만두피도 만들어 판다.
톳이 향이 나는 건 아니므로 맛의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건강에 좋다고 하니 한번 먹어볼 만하다.

하르방 밀면(운동장점) : 제주시 공설로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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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국으로 유명한 집은 몸국을 만드는 날 소개하기로 하고, 몸을 이용해 짬뽕을 끓인 집이 있어 소개한다.
창밖으로 파도가 갯바위에 철썩철썩 부딪치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중국요리를 즐길 수 있는 집이다.

도두반점 : 제주시 서해안로 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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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다보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싼 음식점은 잘 가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데를 다 찾아 다니다 보면 식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간단히 밖에 나가서 외식하는 정도의 가성비가 되는 집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로 그런 집을 찾게 된다.
우린 제주에 관광 온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제주도민이니까.ㅋㅋ

이렇게 오늘은 간단한 해녀 밥상을 차려 보았고, 내일은 해녀들이 채집해온 것으로 귀한 해녀 밥상을 차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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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eemit.com/kr/@virus707/0-42-2-1
현재 1주차보상글이 8개로 완료, 2주차는 1개 리스팅되어있습니다!^^

2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2주차 소심한 도전으로 테그만 달았습니다.^^

해녀밥상, 바다내음이 날듯 합니다. 부럽군요. 해녀밥상! 요즘은 조미를 많이 한 음식보다 식재료자체를 살린 음식이 먹고 싶거든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테지요 ㅋㅋ

식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거 너무 어려워요.ㅜㅜ
저도 아직 그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는지, 언제나 뭔가 하나가 빈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다행히 얼마 전에 산 제주 푸른 콩 된장이 그 빈 맛을 조금 채워주고는 있지만요.ㅋㅋ

톳밥 먹고 싶어요.

요즘 제철이 아닌데
자연산을
어떻게 구하나요?

제주에는 제철에 채집한 톳을 말려서 파는 곳이 많이 있어요.
말린 톳으로도 톳밥을 해 먹을 수 있다고 하니까 언제든지 해드실 수 있을 거에요.

우린 제주에 관광 온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제주도민이니까.ㅋㅋ

ㅎㅎ^^
잘봤습니다 ^^

제주는 특이한 문화가 많아서 쉽게 제주도민이 되긴 어렵지만, 그래도 제주도민처럼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미역도 좋아하지만 톳나물을 엄청 좋아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할머니가 톳나물을 젓갈에 묻혀서 해주셔서 그런지 젓갈로 무친 톳나물이 항상 제일 맛나더라고요

할머니가 바닷가 근처에 사셨나봐요.
톳나물을 젓갈에 무치는 것도 꽤나 향토적인 걸요?

톳이랑 모자반이랑 색깔이 완전 다른데요??
사진상으로만 그렇게 보이는건가요??^^
전 톳밖에 몰라서 ㅋㅋㅋ

톳은 생거고 모자반은 한번 데친 거에요.
둘다 생거일 때는 갈색이고 데치면 진초록이 되니까 색으로 구분하는 것보다는 모양을 알고 있어야 하더라구요.ㅋ

와~ 정말 건강식 중에서도 최고로만 모여있네요.

네, 해녀 밥상은 완전한 건강식입니다.^^

이밤에 침고이네요~^^
맛난 반찬에 맛집 소개까지~
급 배고파졌어요 ㅠㅠ ㅋㅋ
맛집 리스트는 소장했다 제주도 가면 꼭 가봐야겠어요~^^

제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맛집이 있답니다.
제가 가는 곳은 맛은 떨어지지 않을 정도고요, 가능하면 가성비 좋은 곳이랍니다.^^

gghite님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미역을 "바락바락" 씻는다고 하니까 무침도 더 맛있을 것 같구요:)

미역을 씻는 방법을 바락바락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ㅋㅋ
저도 행운의 클로버 당첨되어 기분이 좋답니다.^^

톳밥과 몸무침.. 굉장히 건강식처럼 보이는데요? ㅎㅎ
몸짬뽕도 있었군요! 어떤 맛일지.. ㅋ

짬뽕에서 바다내음이 한껏 난다고 할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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