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혈 지국 [吐血之局] - 생사를 건 바둑대결#2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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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전도사 박원장입니다.
지난번 토혈지국 1편에 이은 2편을 적어서 올립니다.
한 번에 올리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부족해서 이제야 다 적게 되었네요

이전 편..

토혈지국 [吐血之局] - 생사를 건 바둑대결#1
https://steemit.com/kr/@mooyeobpark/5robwr-1
1835년 7월 19일 일본 도쿠가와 바쿠후(德川幕府)의 지방 영주 마쓰다이라 스오노카미(松平 周防守) 앞에서 성대한 대국이 열리게 됩니다.
명인 혼인보(本因坊) 조와(丈和), 선(先) 7단 아카보시 인테쓰(赤星因徹)의 대국이지요

이 대국에는 많은 사연이 있었고 명인인 조와는 대국에서 지면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며 쟁기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고, 인테쓰는 스승의 평생 염원을 풀어주기 위한 서로의 사활을 건 바둑이 시작되는데..

혼인보가의 수장인 조와와 이노 우에가에 인세 키를 대신한 새로운 기사 인테쓰의 승부는 4일간에 걸쳐 진행이 됩니다.

4일 동안 한판을 둔다니 몹시 당혹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현재 기록된 가장 오래된 바둑은 1938년 슈사이와 기타니 미노루의 대국으로 1인당 40시간씩 주어졌으며 158일에 걸쳐서 기보가 완성되었으니 말 그대로 바둑 한판에 온정신을 집중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전 포스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대국은 각 가문의 명예를 건대 국이었습니다.
초반 정석에서 이노 우에가에 인테쓰는 가문의 비기를 사용한 포석으로 앞서 나갔습니다.
33이노우에 비전수.JPG
33의 비전의 한수는 일반적인 정석형태에서 끊음을 이용하여 백을 공격하며 좌하귀에 모든 흑돌을 순식간에 안정을 시켜서 유리함을 계속해서 가져갑니다.

명인의 권한으로 인해 대국이 중단되고 밤늦도록 둘은 이 대국에 승리하기 위해 고민하게 되지요

조와는 밤새도록 바둑판을 앞에 두고 고민하더니 큰일이다!라고 외쳐 제자들이 놀라서 가보니 조와의 바지가 젖고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고 합니다.
너무 바둑에 집중하다 보니 오줌을 싸는지도 몰랐던 것이지요.

저정도는 아니지만 한창 바둑에 집중을 하다보면 누가 건들거나 불러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바둑은 도를 쌓는다고 하여 1대혼인보, 도사쿠, 슈사쿠등은 다 대머리입니다. ^^;

다음날에도 바둑은 진행되었고 여전히 인테쓰가 초반부터 중반까지 바둑을 앞서 나가게 됩니다.
혼인보의 자존심이자 노기사의 관록이었을까요? 조와의 별명이 싸움 13단으로 불렸는데, 당시 대국에서 조와의 3 묘수인 묘수 행진으로 바둑을 역전을 시키게 됩니다.
68 70 80 조와3묘수.JPG
제 부족한 기력으로 추측해보자면 68의 수는 죽은 백돌을 활용하여 뒷맛을 남기고 70의 2연타 묘수로 좌상귀 백의 모양을 키워 상변 흑을 압박하는 수로 보입니다.
80의 묘수는 안좋은 모양으로 불리는 빈삼각의묘수를 이용하여 흑 4점을 압박해 나간것이지요

인테쓰는 무더위, 밤샘, 스승에 대한 근심 걱정 등, 약 한 몸이 스트레스도 더욱 약해지게 됩니다.
마지막 날 인테쓰는 결국 이길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하여 기권을 선언하고 돌을 던지게 되는데 이때 곧바로 피를 토하면서 바둑판 옆에 쓰러지게 됩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인테쓰는 죽게 됩니다.
그 이후 이 바둑을 ‘토혈지국’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명인을 위해 도전했던 인세 키의 야심은 조와의 3 묘수로 인해 실패하게 됩니다.

그 대국 이후 바둑 4 대가 문중 하나인 하야시가에서 쟁기를 걸게 되고 조와는 이제 본인의 업적에 만족한 걸까요? 혼인보가에 혼인보 슈 와에게 혼인보를 물려주고 은퇴하게 되며 명인 자리는 공석이 됩니다.

이때를 틈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겐낭인세 키는 다시 한번 명인에 오르려고 하지만 이번엔 조와의 뒤를 이은 와가 인세키를 막고 이에 다시 한번 쟁기가 벌어지게 되지만 인세키는 이 쟁기에서 패배하면서 결국 명인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게 됩니다.

인세키와 조와는 무슨 사이였을까요? 조와는 은퇴하면서까지 인세 키가 명인에 반열에 오르지 못하도록 슈와가 인세키를 막도록 하였고
그의 쟁기는 21세 슈 와와 44세 인세 키의 대국으로 이뤄졌지만 이미 슈와의 실력은 그들을 뛰어넘었기에 인세키는 불리하게 대국을 두게 됩니다.
아끼던 제자인 인테쓰의 저주였을까요? 대국 4일째 되던 날 인세키는 바둑을 두면서 피를 토하게 되고 계속해서 형세가 불리하게 진행됩니다.

투혼을 발휘해서 13일간 바둑을 진행했으나, 결국 패배하게 되지요
인세키의 명인에 대한 열망은 끝이 없어 피를 토한 이후에도 건강을 회복하고 2년 후 다시 한번 슈 와에게 도전하지만 또다시 지고 그 이후에도 ‘어전 시합’에서 다시 한번 도전했으나 패...
인세키의 명인을 향한 20년의 야망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겐낭인세키의 원래 이름은 이노우에 인세키였으나 야망을 이루지 못하고 ‘겐낭 인세키’로 고치게 됩니다.
겐낭에 겐은 자신이 야망 하던 명인에 대한 환영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조와와 함께 최고의 공격 바둑을 구사하던 겐낭 인세키는 천재적인 재능에 정치적 수완까지 능한 사람이었지만 시대를 잘못탄 불운아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만약 인세키가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면 일본 바둑역사에 큰 인물로 자리 남았을지 모르지만 인세 키가 열망하고자 하는 명인에 반열에는 조와가 남아서 바둑에 대한 명언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무릇 바둑에는 3 법이 있으니 포석, 중반, 끝내기다. 3 법 중 하나를 터득하면 비범하다.
30수에 승부를 내다볼 수 있으면 훌룡하며 그게 안된다면 50수 100수에서 승부를 아는 것을 수업의 첫째로 한다.

바둑은 정도를 따라가야 하기에 집 취하기, 돌 잡기, 적진에 깊이 들어간 돌을 달아나도록 하는 수법은 모두 좋지 않다. 바둑은 자연스러운 공격과 방어를 통해 집이 생기고 돌이란 형세에 의해 저절로 잡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바둑을 두어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불금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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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x 마나마인! 색연필과학만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4cmrbc
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바둑은 자연스러운 공격과 방어를 통해 집이 생기고 돌이란 형세에 의해 저절로 잡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바둑을 두어라"
바둑 잘 몰르지만, 정말 인생이 이런 것 같더라구요. 위에 있는 글 반박이 아니라, 절대로 그런 거 아니고요, 묘수 3번 두면 필패라는 말있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물흐르듯 살고 싶어요.

묘수 세번이면 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조와는 이겼네요 ㅎㅎ
저도 물흐르듯이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우리나라의 삶이 참 치열하기 그지없습니다 ㅠㅠ

머리카락과... 바둑실력을 교환한 것인가요.. 다 대머리라니.. ㅎㅎ

예전에는 도의 개념으로 바둑을 공부해서 많은분들이 다 삭발을 하고 스님스타일로다가...ㅎㅎ;

피토하면서 쓰러지는 장면은 영화같네요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바둑을 며칠씩 두면 정말 피를 토할수도 있을거 같긴합니다 ㅎㅎ

인테키에 입장에서보면 조와에게 당했고 .. 아끼는 제자를 잃었고, 결국 명인에도 ㅠㅠ.... 아쉽네요..

근데 집중하다가 오줌까지 지리다니.. 정말 집중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그리고 대머리 ㅎㅎㅎㅎㅎㅎ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옛날 일본선수들 초상화?를 보면 다 대머리일꺼에요...ㅋㅋ

4일간 둔 것도 놀랍구요.
158일에 걸쳐 기보가 완성된 것도 놀랍습니다.
얼마나 바둑에 집중을 했으면 피를 토하고 죽었을까요.
고수의 길은 정말 험난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요즘바둑은 스포츠화되어서 빠르게 두도록 하지만 예전에는 도를 닦는개념이다보니 훨씬 느리게 두었답니다

모든게 시운이 가장 중요한듯 하네요.
기재가 출중해도 더 뛰어난 사람앞에 어쩔 수 없는 슬픔, 안타까움
그래도 그래서 더 노력했을 것이고 이렇게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으로 위안삼아야겠네요.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모든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지요
인세키는 정말 안타깝지만 그들이 있어서 다른사람이 더 빛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대를 이어 피를 토했군요. 나는 그렇게 치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저는 저렇게 치열하게는 힘들것 같아요.. ^^;;

바둑판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으면 피를 토할정도였을까요. ㅋ ~~ 대단한 집중력이군요.

저는 저정돈 아니지만 연구생이나 프로들은 정말 집중력이 대단하더라고요 ^^

과거에 두었던 세기의 바둑이라고해도 이렇게 다 위치까지 정확하게 남아있군요. 신기합니다.

과거에 두었던 바둑에 중요한 대국들은 기보들이 많이 남아있답니다
덕분에 바둑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분들에게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있고
당시에 피를 토해가면서 두었던 한수한수를 지금도 공부하고 있답니다

와 바둑에 대해 무지했군요 제가.. 멋지네요!

아이고..무지하시다니요
바둑하시는분들중에 역사나 상황에 대해서는아예 모르고 기술적으로만 치중하시는분도 굉장히 많답니다 ^^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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