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in #kr6 years ago

woman-2714174_1280.jpg

일하는데 경찰이 찾아왔다. 어제 살해당한 어떤 여자의 사진을 내밀며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다.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경찰들은 죄송하다며 자리를 떴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살인범은 아직 잡지 못한 것 같았다. 이때부터 어느순간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중간중간 비어있는 퍼즐조각처럼 내 기억도 중간중간 끊긴 상태였지만 사건 당일 나는 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내 내가 죽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도무지 생각하려 해도 내가 범행을 했던 그 순간이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거나 이 살인사건은 완전범죄라는 확신이 들었고, 나에게 당장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민다고 해도 나는 그 기계를 속일만큼의 죄책감도, 그 행위에 대한 기억도 없다는 것이 기뻐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꿈에서 깼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다시 자야 하는데 아직 꿈에서 덜 깬 듯, 자꾸 내가 그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왜 죽였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죽였는지 기억을 되뇌이려고 했다. 단지 꿈이었으니 그 기억이 날 리가 없다. 어쨌든 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상당한 시간동안 제대로 된 분별을 하지 못했다. 바로 어젯밤에 꿈을 꾼 이야기다.

평소 꿈을 잘 꾸지는 않는다. 물론 밤에 자는 동안 몇 개의 꿈을 꾸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꿈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꿈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꼈던 이른반 좋은 꿈의 기억도 분명히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좋은 꿈 조차도 반갑지 않다. 꿈은 이상이고 현실이 현실이니까.. 이상과 현실의 거리차를 극명하게 나눠주는 그런 꿈들이 반가울리 없다.

나는 꿈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두 개가 있다.

하나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 7살 때, 지금 생각하면 당시는 악몽 장애라고 생각할 정도로 같은 꿈을 며칠에 걸쳐 반복해서 꾼 적이 있다. 아주 추상적인 느낌의 꿈으로 시계의 내부처럼 톱니바퀴가 잔뜩 나열된 곳에서 그 기어들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꿈이었다. 그 꿈을 꾸고 나면 다음날부터 몸살을 앓았고 몸살이 걸려서 힘들게 잠이 들었을 때 또 그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러니 그 꿈이 반가울 리가 없었고, 다음에 또 그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이후에 또 꾸게 되었지만 말이다. 결국은 내 기억에는 아플 때 꾸는 꿈으로 남아있다.

두 번째는 군대 입대 전 같은 꿈을 계속 꾸었던 경우다. 입대를 한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꿈은 시작되었고 입대 하자마자 거짓말 처럼 다시는 그 꿈을 꾸지 않았다. 처해진 상황은 매번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꽤나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배경이 많았고, 드라마 '수사반장'이었던 다소 약한 배경도 있었다. 내용은 항상 같은 내용으로써 난 항상 누군가에게 쫓긴다. 잡히면 큰일나고, 그 날 배경에 따라 심하면 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빨리 뛰어서 도망가야 하지만 다리에는 쇳덩이를 감아놓은 듯 무거워 뛰기가 힘들거나, 진흙탕에 빠져 움직이기가 아주 힘든 경우가 생긴다. 결국 날 잡으러 따라오는 그 일행들에게 붙잡히는 것으로 꿈이 끝난다. 뛰고 싶은데 뛰지 못하는 답답함에 꿈에서 깨도 그 답답함과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입대 전 흔히들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만들어 낸 악몽이었으리라..

사람은 잊고 싶은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나 또한도 그렇다. 지금은 대체적으로 잊고 싶은 사람에 대한 내용이 꿈으로 나온다. 잘 잊고 있었고, 만난 일도, 연락할 일도, 그리고 연락할 방법도 없는 사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건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 불쑥 꿈에서 나와 하루종일 혼을 쏙 빼놓은 경우가 간혹 있다. 이젠 좀 삼가해 주었으면 한다 나의 두뇌여.

나이가 들어갈 수록 꿈을 꾸는 것은 반갑지 않다. 그냥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라 느낄 때가 많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꿈 꾸시라고는 말씀 못 드립니다. 좋은 꿈을 꾸고 나서 깼을 때에 그 공허함과 실망을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부디 숙면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아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돼..

Sort:  

ㄷㄷ 묘한꿈을 자주 꾸시네요. 사람을...ㄷㄷ!!
저는 같은 꿈을 꿔본 기억이 없네요

꿈하니깐 오늘 무척 더러운 꿈을 꾸었는데.. 로또사러가야겠습니다. ㅎㅎㅎㅎ

꺄아악~ 아시나요 님 덕분에 @momoggo 님이 또 다녀가셨습니다~ ㅎㅎ 이런 감사한 일이 또 있군요~ 감사합니다~ 로또도 얼른 사시궁~

기억 관련 내용 재밌는 글이네요.들렸다 갑니다 ㅎㅎ

ㅎㅎ 감사합니다

꿈해몽을 일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왠지 @musiciankiyu님의 꿈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편안한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아마도 @musiciankiyu님이 뭔가에 두려움이 생기거나 부담감이 생길 때 그런 꿈들을 꾸시는 거 같아요. 마음에 부담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좋은 꿈을 꾸는 것보다 나은 건 숙면을 취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지금 하고 계신 고민이나 갖고 계신 부담감을 조금 덜어내시면 편안한 잠을 자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다행히도 지금은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안 좋을 때는 반복해서 같은 꿈을 꾸더군요. 뭐 이번엔 반복은 없으니 괜찮을 듯 합니다. @gghite 님도 숙면하시고 활기찬 하루 시작하세요.

약간 섬뜩했겠네요. 꿈속에서라도 내가 살일을 했다는 생각이 떠 올랐다면... 저는 어릴적 반복적으로 꾸던 꿈이 골목길을 들어가서 집으로 가는데 항상 막다른 길이 나오던 꿈이랑 몇년전까지 잊을만 하면 찾아오던 새로 입대해야 된다고 통지서 받던 꿈 이 두가지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아 막다른길 저도 어릴때 그런 꿈 꿨어요~ 그리고 재입대 꿈~ 아 그건 본문에 쓰려다가 깜빡 했네요 전 한 4번 꾼 듯이요. ㅋㅋ

우와! 우리는 모두가 비슷 하다는게 여기서 밝혀 지는군요. 재입대 꿈은 4번 밖에 안꾸신걸 보니 군 생활이 크게 어럽지는 않으셨던듯 하네요.^^

군생활 나름 빡셨는데도 그렇네요 ㅎ 재입대 꿈은 한번 꾸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이 나쁩니다 ㅋ

글쵸! 맞습니다. 이런 꿈 꾸는 사람들만 아는 비애라고나 해야할까...

헉... 정말 살인하신줄알고 쿵쾅거리면서 읽었어요 ㅋㅋ

컥~제목부터까 '꿈'으로 시작하는데요 ㅋㅋㅋ 말도 안되요~ ㅋ

넹 전 깊이 자서 꿈 꾸는 일(또는 꿈을 기억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굿 ~~ 본문에 대답까지 해주공 ㅋㅋ

전 요즘 하도 꿈을 안꾸어서..정확히는 잘 기억을 못해서..꿈을 좀 꾸는 것이 꿈입니다. 하핫.

저도 대체적으로 그래요~ 그렇게 잔게 좀 다음날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요 ㅎ

가끔 꿈에서 깨면 현실인지 아닌지 혼동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꿈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생각의 어느 한 부분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한 3분 혼동한 듯이요~ 내가 왜 죽였지? 어떻게 죽였지? 그 여자는 누구지?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꿈이라는게 참 인간의 정신활동의 정점에 있는 행위인듯 합니다

프로이트 꿈의해석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역시 철학자 맞으셨군요~ 오늘 댓글에서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3
BTC 62937.86
ETH 3092.40
USDT 1.00
SBD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