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 ~ 04:54

in #kr6 years ago (edited)

할머니 계신 곳 곁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돌아온 날, 무거운 몸을 침대 위에 던져놓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는 듣고 또 들으면서 아마 한 시간도 넘게 울었던 것 같다.

죽음 이후에는 늘 해왔던 방식대로 그들을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이다. 조금 다르지만 내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을 걸어올 테니 슬프지 않다.

나는 이 노래가 이런저런 죄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달래주기 위해 할아버지가 골라주신 노래라고 믿고 있다.


이후 며칠 동안을 온종일 이 노래만 듣다가, 사운드클라우드의 The Land Below 계정으로 '너의 노래가 큰 위로가 되었다. 고맙다' 어쩌고저쩌고 하며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멋진 음악에 대한 팬심도 있었고.

그런데 세상에! 그가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Hi Jihye! First, I'd like to offer my condolences at your grandfathers passing. It's incredibly hard to lose someone, no matter their age. I was very touched by what you wrote, and I will carry this with me. It's a big thing for me to hear that someone across the globe listens and that my songs can have a meaning for someone else but me.

Thank you so much for writing!

/Erik

흔적을 남기고 싶다.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집에 와서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한 시간 넘게 계속 들었다. 이 노래를. 아주 오래간만에.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듣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더워서 나의 무의식이 겨울 기억의 노래를 불러낸 걸까. 옛날에 썼던 글도 다시 찾아 읽어봤다. 위의 글이 그것이다. 3년 전 겨울이었는데 에릭은 아직 나를 기억할까 모르겠다.

내친김에 여름 기억의 노래랑 가을 기억의 노래도 들었다.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봄 기억의 노래는 없다. 나는 봄을 싫어한다.

원래 오늘 밤새 마인드헌터 보려고 했는데, 인트로가 좀 소름 끼치길래 꺼버렸다.

그러다 보니 아침이다!

IMG_10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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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특별한 울림을 준 뮤지션과의 소통이라니, 그마저도 할아버지께서 마련해주신 선물이었나봐요. :-) 지금 여기는 어젯밤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데 제목이 "Don't Trust The Rain"이라 오묘하네요. 지금 비가 오는 모양을 보면, 속이 무척 상한 듯이 내리고 있거든요. 주말 아침, 따뜻하게 보내셔요 동글님 ㅎㅎㅎ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에릭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거예요! :-) 오늘 낮은 한여름처럼 뜨거웠고, 해 질 무렵에는 하늘이 정말 예뻤어요. 그래서 저녁에는 하염없이 동네 산책을 했어요. 걸으면서 계속 뒤돌아봤어요. 뒤쪽의 하늘이 더 예뻤거든요. 채린님의 비 내리는 일요일은 어떻게 흘렀을까요? :-)

어디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다가 오후에는 개어서 도서관에도 가고 밀린 장도 보고 왔어요 ㅎㅎㅎㅎ 그리고 오늘 아침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ㅋㅋㅋㅋㅋ 동글님 월요일도 힘차게 시작하셔용 ~~~!!!

라운디님이 이름 공개를...!

그.. 그러니까요...!

그... 그게...! 전에 올린 글에도 어딘가에 슬쩍 들어가 있어요. 외국인이 제 이름 부르는 장면에서. 하하하. 워낙 흔한 이름이라. :-)

Don't trust the rain

좋은데요. 예전에는 그냥 음악을 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사를 음미하게됩니다. 음악속에 뭍힌다고 하지요? 그 파뭍힘안에서 노랫말이 동조화를 일으켜 감성을 더 자극하지요.


비를 믿지말아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내 눈물(우울함)이 비를 통해 씻겨나가도록 믿지말아요. 당신이 최선을 다할때가 바로 넓고 넓은 이 우주안에 소중한 하나뿐인 당신이기때문입니다.

When the best is done, you're the only one.

ps. 라운디님의 여름과 가을 노래도 궁금해집니다. 계절이 싫다고 봄노래 찾는것을 회피하지말아요. 삶이란게 싫다고 피해지는것이 아니니까요.

Don't dislike spring.

ps. 그거 아세요? 라운디님의 글맛과 지금까지의 삶이 용수철처럼 통통 튀는것 같거든요. Spring! 봄을 닮은 동글이이기때문입니다. 통통통 팔딱팔딱 때굴때굴~

함께 듣죠. 이노래를

프로댓글러 피터님ㅋㅋ 제가 어딜가든 피터님의 정성어린 댓글이 있군요

제 포스팅에서 DJ피터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아주 기가 맥힌 선곡을 선보이셔요.

기가 막히네요...

그나저나 잠자는 왕자님도 새벽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덥썩)

저도 반갑습니다!

여름비 내리는 날 여름 기억의 노래를 소환하겠습니다. :-) 저는 봄이 부산스러워서 싫어요. 다들 들떠있고, 새로운 무언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 분위기가 영. 오늘도 아주 잘 들었습니다. DJ피터님!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예상외의 곳에서 위로를 받으셨군요. 잘은 모르지만 저 에릭이란 분도 라라님의 글에 위로를 받으셨을지도. 혹시 라라님도 가을을 좋아하는 1인이신가요? ㅋㅋ

그쵸? 그래서 그 메시지를 보내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 원래는 겨울을 제일 좋아했는데, 점점 추위를 견디는 것이 힘들어지더라고요. 코가 빨개지도록 추워도 겨울 냄새가 좋아서 언제나 겨울을 기다렸는데 말이죠. 가을도 좋아해요. 청명한 하늘도 좋고, 무엇보다 지겨운 여름 끝나고 기다리던 겨울이 코앞에 있으니까요! 써니님은 가을 제일 좋아하세요?

저는 가을이요!! 파란 하늘도 좋고, 시원한 바람도 좋고, 괜히 시크한척 회색, 갈색, 황토색 류의 옷을 입는 것도 좋아합니다. 사실 제 옷들은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 녹색 등 거의 원색이거든요. ㅋㅋ

어머 써니님 컬러 좀 쓰시는 분이셨군요! 저는 곧 얼룩말이 될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파스텔 톤 이런게 진짜 안 어울려서요. 정장도 안 어울리고. 저는... 각 나라의 전통 의상이 어울리는 이상한 얼굴. -_-?

전통 의상은 늘 알록이달록이 아닌가요? 알록이달록이도 뚝딱 소화하는 미녀 까멜레온...?

알록이 달록이만 소화하는 그냥 카멜레온. ㅡ.,ㅡ

아, 제가 예전에 라다크 전통의상 모자랑 신발까지 풀 착장했을 때 유관순 언니 혹은 이순신 장군 느낌이었거든요. 전통의상들은 대체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라다크 전통의상은 정말이지... 지독했어요... 그랬다고 합니다...

오우... 찾아봤는데 저도 장군이 될 것 같아요. 아하하

잘 주무셨나요..
동글이님 일어난 지 48시간 후 댓글답니다..ㅎㅎ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 현실 세계의 타임라인과 스팀잇 세계의 타임라인이 상하이 트위스트를 추고 있습니다!

작품자들이 가장 좋아할만할 쪽지를 보내셨네요.
얼마나 보람차고 뿌듯했을까요.아마 저 분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일겁니다.
인종과 국가가 다르면 그 감동이 배가된다죠.

안녕하세요, 선셋님! 맞아요. 이웃나라도 아니라, 바다 건너 저멀리 꼬리아라뇨. 에릭에게 메시지 보내길 잘했죠? :-) 그나저나, 어제 선셋님 포스팅에서 웨이팅폴럽 들으며 눈물 훔치고 조용히 나왔는데! 제 주변 개아범, 개어멈들은 다 보고 우는 뮤비였죠...

감성이 매마른 저도 크흐흡 하면서 봤습니다.그거 정말 볼때마다 그래요 ㅋㅋ

음악이 마음을 울리네요! 목소리도 사운드도 모두 ㅠㅠ 슬플 때 들으면 깊이 빠져들게 하는 음악이군요. 요즘은 무슨 음악을 듣고 계실까요?

에빵님에게도 그의 목소리가 닿았나 봐요. 저는 첫 소절 듣자마자 그냥 무장해제되는 느낌이었거든요. 지금 이거 듣고 있어요. 에빵님도 같이 들어요.

좋은경험하셨네요. 음악은 사랑인것입니다. 저런 뮤지션있으면 아마 평생 좋아하게 되겠죠!

'음악=사랑=모든 것'인 것입니다. 크...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글을 읽었는데요. 짠해요. 누군가 소중한 사람에 대한 애잔한 기억과 그 마음을 알아주는 아티스트와의 만남이라.... 거의 2주만에 스팀잇에 들어왔는데, 마음이 따뜻해져서 댓글 남기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

저도 필사자님 댓글에 댓글 다는 김에 또 듣고 있습니다. :-) 뮤지션 에릭이 느꼈던 감정은 필사자님이 쓰셨던 대로 제 안의 것들을 힘들게 밖으로 꺼내어놓은 창작자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래간만에 돌아오셨군요! 필사자님 글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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