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의 진입장벽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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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팀잇 가입자가 1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스팀툴에 확인을 해보니 현재 104만을 조금 넘긴 상태다. 그러나 피드에 들어가보면 스티미언들이 그렇게 많이 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고래들이 스팀을 팔아치우고 떠났다는 이야기나 최근 하락세에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들만이 난무할 뿐이다.

혹시 '생착률' 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뜻풀이가 되어 있다.

'조직이 다른 조직에 붙어 제대로 사는 비율'

이 말은 모발 이식이나 지방 이식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이식된 조직이 살아남아 제 기능을 하게 되는 경우의 비율을 뜻한다.

내가 굳이 이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스팀잇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대개 블로거들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다 스팀잇에 뛰어든 케이스다. 그런데 이 분들의 생착률이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내 느낌으로는 열 분 중 7~8분 정도는 뉴비 딱지를 떼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만큼 스팀잇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팀잇이 한계점을 드러낸 것일까?

스팀잇이 블로거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지점은 '내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블로거들 중 상당수를 스팀잇으로 불러들인 요인이었다. 수익모델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는 애드센스가 더 검증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거들이 스팀잇을 선택한 이유는 애드센스가 엄밀히 말해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해서 애드센스를 설치하면 그때부터 내가 올리는 포스팅은 구글의 광고판이 된다. 구글은 내 포스팅에 노출된 배너에서 요구되는 액션이 이루어졌을 때 보상을 한다.(주로 클릭이다.) 따라서 이것은 광고 노출에 대한 보상이지 콘텐츠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콘텐츠는 사용자를 불러들이는 호객꾼 노릇을 할 뿐이다. 그리고 애드센스를 달고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콘텐츠의 품질에 상관없이 광고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애드센스를 이용해 돈을 버는 분들 보면 하루에 몇 개씩 포스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10개씩 하는 분도 봤다. 참 쉴새 없이 올리시더라..ㅎ 물론 콘텐츠의 질은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문 투성이에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는 예사고 어디에서 업어온 티가 팍팍 나는 콘텐츠들 투성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돈을 번다. 블로거들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1000개의 포스팅을 해야 월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사실 지금 보면 그 100만원을 버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글쟁이로서 자존심이 있는 분들은 여기에 질려서 나가 떨어지고 만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분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도생의 나라,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나라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그래도 이 분들이 블로그라는 서비스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스팀잇도 쉬운 건 아니다. 스팀잇에는 분명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일단 스팀잇은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가 아니다. 사용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공부를 해야 한다. 사용법에 익숙해져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보팅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스팀잇에서의 보팅은 보팅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고래와 그 아래 단계에 있는, 최소 0.1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달려 있다. 이것 없이 의미 있는 금액을 보팅 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것은 콘텐츠의 품질에 대한 인정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적인 관계 형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요즘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이 이상의 관계 형성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관계의 특성은 상호적이라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서로의 콘텐츠를 소비해주는 형태를 띈다. 이 과정에서 보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팅을 받으려면 이런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사실 익명의 관계인 경우가 많고 느슨한 수준인데 그래도 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상당한 수준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내가 보기에 이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려면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거나 투자를 통해 보팅 파워를 확보하거나... 양쪽을 모두 할 수 있다면 진입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일정 수준 이상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이것이 지금 뉴비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보팅을 받을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스팀잇의 진입장벽이 애드센스에서 물량공세로 돈을 벌고 있는 분들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이 장벽이 순기능만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차후에 한 번 다뤄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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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합니다. 아니 뭐,,, 그렇다 치고.
네이버는 광고로 돈 벌 수 없는 블로그라서 티스토리와 조금 다르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먼저 제 블로그를 소개하자면,
일 평균 방문자 1만~3만이었고 MB랑 여왕폐하 비난하는 글 올렸다가 블랙리스트 올라가서 일 방문자 500명까지 떨어진 적도 있는 등 네이버 블로그 오픈때부터 십년 넘게 운영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포스팅만 1만개가 넘습니다. 관리 안 해도 일 천명은 들어옵니다. 책 블로거로 활동하며 여러 출판사에서 파워블로그 대우도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요.

스팀잇은 돈버는 SNS라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에서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절대 아니더군요. 일단 진입장벽이 넘사벽이었습니다. 저는 티스토리 블로거와 달리 0원 벌던 블로거인데도 진입장벽이 높다는 걸 느꼈습니다. 글 하나에 2~3시간 투자해서 올려봐야 $1도 안 찍히더군요. 알고보니 최저시급도 안 되는 걸 벌려고 갈아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한달 내내 죽도록 해봐야 10만원도 벌기 힘든 스팀잇을 해야하나 생각이 듭니다. 내가 10만원 없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스팀잇 할 시간에 책이나 더 보고 애랑 놀아주는 게 100만원의 값어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별거 아닌 글에 수십 수백 찍히고 정성들인 내 글은 0.1 찍혔을 때의 상대적 박탈감은 웬만한 멘탈이 아니면 못 버티겠더군요. 아마도 네이버에서 옮겨온 분들 중 한두 달만에 접은 분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아니 그만둔 사람의 99%는 정확히 이 이유로 그만둡니다.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스파 높은 사람이 대충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스팀잇을 그만두게 만드는 주 원인이더군요. 이걸 저는 진입장벽이라고 부릅니다. 한두 달만에 그만두기 때문이죠.

저도 최근 들어 깊이 생각해보고 있는데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요. 가능성 있는 플랫폼인 것 같기는 한데 이게 현실적인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ㅎ

좋은점들만 인지하고있었나 봅니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성을 잘 다뤄주셨군요 ~

저도 활동을 하다보니 진입장벽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피드백 감사 드립니다..^^

좋은 의견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의 회의감을 갖고 금방 떠나지만 그래도 파워블로거가 아닌 이상 (그런 분들은 굳이 계신 플랫폼을 떠날 이유가 없겠죠) 애드센스보다 스팀잇을 통해 버는 몇 백원 몇 천원이 더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보상의 상대성 같네요. 사람 심리가 자기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자꾸 비교를 하게되니. 열심히 글써서 올렸는데 이미 정착하신 분들이 소위 말하는 "숨쉬는 글"을 올린 것보다 보상이 적으면 화가 나는 것이지요.

6개월 정도 꾸준히 하신 분들은 왠만한 타 플랫폼보다 수익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거기까지 버티는게 쉽진 않죠.

그 정도 수익이 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중간에 동기를 잃게 할 요인이 있는거죠.

좋은글에보상이나오는가상화폐스팀잇 같은 과대광고로 진입하신 분들은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대체로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광고로 속아서 들어와서 한 명이라도 남아있다는다면 광고가 무의미하지는 않겠죠. 저는 기존에 블로그가 있는데 동시에 활동하고 있습니다. 1원이라도 나오면 딱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팀잇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 늘어서 덧글을 달고 교류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을 중요시 여깁니다. 돈은 따로 벌면 됩니다.

돈에 구애 받지 않는다면 그냥 즐기면서 열심히 하시면 되겠네요..ㅎ

선순환으로서는 물량공세로 재미를 보지 못하는 분들이
나가 떨어지는 것이고
악순환으로서는 활성화가 힘들어서 고여진다는 것인데;;

참 어렵네요;;

잘 보고 갑니다.

콘텐츠 그 자체의 질로 보팅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현재로선 난감한 상황이죠..ㅎ

조금 어려워서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노력을 하던지 아니면 투자를 하던지

쉬우면 자주 흔들리죠 어려워야 강해진다고 생각

스팀잇의 진입장벽이 오히려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필터같은 역할을 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약간의 투자와 양질의 콘텐츠 생산능력이 있다면 스팀잇은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관계에 치우쳐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보팅이 콘텐츠의 질보다는 관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죠.

관계도 실력이라고 인정하면 안될까요

관계의 측면이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건 불가피하다고 봐요. 그러나 이것이 콘텐츠의 질보다 더 보팅에 영향을 준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고 보팅시스템 자체를 왜곡하게 되는거죠.

100퍼센트 공감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생각이라 공감하는
부분이있습니다~아직은 한달도 안되었기에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하면할수록 생각이
많아질 것 같기도 하네요..좋은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 장벽이 스팀잇의 미래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죠..ㅎ 잘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답글을 달고 지우고 달고 지우고... 암튼 화이팅입니다 ㅎㅎㅎ

왜요..?ㅎ 그냥 쓰시면 되지..ㅎㅎㅎ

그림이 무셔요ㅠ

좀 그렇죠..?ㅎ

여기도 진입장벽이 꽤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결국 관계망(또는 inner circle)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이게 과연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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