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내가 회사에 더 다니고 싶은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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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a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학이라는 것이, 학교만 졸업한다고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타국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학교에 돈을 내고 배울 수 없는 또 다른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회사는 아르바이트와 구조가 다르다. 또 다른 배움이 있다. 누군가는 묻는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 편하고 더 쉽지 않느냐고. 쉽지 않기 때문에 내게 있어 타국에 있는 회사가 조금 더 매력적이고, 내가 생각한 적도 없는 업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더 재미있다.



나는 출근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동료들과 정말 잘 지냈다. 오랫동안 회사를 못 가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비쩍 말라가고 있을 때, 회사 사람 둘이 찾아와서는 "회사에 은주씨 팬들이 정말 많아요. 그러니 떠나지말아요. 이제 우린 무슨 낙으로 회사다녀요."라고 위로를 해주었으니 아마도...(머쓱)

마음이 너무 아파서 지금은 거리를 둔 나의 선배님들, 동기들과 상사들. 내 동료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회사가 좋았던 이유는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일터를 어지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일터를, 내 동료들을 지키기위해 싸우다가 벌어진 상처이다. 그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아 소송을 결심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을 고민했다. 결국 나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으니, 그들은 내게 배신감을 느낄까.



당당하게 연락하고 싶다.


내 왼쪽 자리에 있던 선배님은 작고 앳된 외모와 목소리에 성실하고 능력은 있으나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나와 자주 키득거렸던 귀여움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내 오른쪽 자리에 있던 선배님은 작고 성숙한 외모와 목소리에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격으로 내게 일을 엄격하고 꼼꼼하게 가르쳐주던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똑똑하게 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두 선배님들은 나이가 같고 키와 체형이 비슷한데 외모와 성격은 정반대라 그 가운데에 앉은 나는 업무 중 자주 묘한 재미를 느꼈다. 내 본성은 왼쪽과 비슷하지만 지향하는 모습은 오른쪽과 비슷했으므로.

여전히 그녀들과 연락을 한다. 드문드문 보내는 인사를 언제나 반갑게 맞아준다. 하지만 대화는 언제나 그 날에 가 닿는다. 아직 연락을 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또 다시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한다. 좀 더 다른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다시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과거를 극복했다는 증거가 된다. 당당하게 연락하고 싶다.



만족할만큼 회사를 다니지 못했다.


나는 일을 시작하고 무책임하게 그만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될 때까지 혹은 더이상 답이 없을 때까지 계속 하는 편이다. 잘 안 풀려서 시간이 걸린다면 시간을 들여 할 수 있을 때 한다. 지금의 실패가 쌓여 성공으로 간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전 회사는 내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그만둬야했다. 한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어 선배님들과 함께 일을 하는 영광을 누렸건만, 결국 일만 잔뜩 벌이고 프로젝트를 내려놓아야 했다.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잘 써본 적이 없는 표현인데 자존심이 상했던 게 맞는 것 같다. 분하고 억울했다. 결과를 낼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나 자신이 한심했다. 정신에 병이 들다니. 나약한 것 같았다. 한 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출근이 무서워졌다. 정신이 들어보니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내가 누군가의 품에서 오열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또 다시 몸과 정신을 컨트롤하지 못 할까봐 두려워졌다. 정말로 회사에 가지 못하는 것인지, 회사에 가기 싫은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병을 핑계로 책임에서 도망가는 것 같아 비겁한 것 같았다. 내가 떠나자 회사는 일을 덮었고, 자진퇴사로 처리되어 일찍이 떠난 가해자는 어딘가에서 호의호식하며 또 다시 같은 행동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력감이 들었다. '~것 같다’는 점점 나를 지배하며 ‘~이다’로 바뀌어갔다. 나는 한심하다. 나는 나약하다. 나는 겁쟁이이다. 나는 나를 컨트롤하지 못한다. 나는 비겁하다. 나는 무력하다….

나는 내가 못난 사람인 것 같다. 못난 사람은 못난 행동을 한다. 그래서 못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그만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또 다시 ‘~것 같다’가 ‘~이다’로 바뀌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에 대해 ‘~ㅆ다’도 그만 했으면 좋겠다. 나는 선생님이 "왜 그렇게 열심히 하니?"라고 물을 정도로 뭐든 열심히 했다. 나는 잘 웃는 사람이었다. 나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나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함께 있으면 힘이 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친구가 많았다. 나는 뭐든 금방 외웠다. 아는 것이 많았다. 실력이 좋았다. 끈기과 근성이 있었다. 나는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많은 결과와 실적을 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나는 굴하지 않았다.

누군가 댓글에서 “예뻤던 것 같다”는 말이 슬프다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그래서 ‘~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과거의 나를 내 미래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 미래에는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두는 것.
이 또한 브란슨이 알려준 것.

나는 다시 회사에 다니고 싶다. 과거를 극복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하고 싶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멋지게 해내고 싶다. 자잘한 성취감들을 매일같이 느끼고 싶다. 나는 당당하고 싶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지키고 싶다. 가족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 나는 좋은 딸이, 좋은 동생이, 좋은 친구가, 좋은 동료가, 좋은 연인이 되고 싶다. 속에서부터 예쁘고 싶다.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내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주위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죽기 전에 은혜를 다 갚고 싶다. 그러니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고 싶다.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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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모가 바라는 건 모두 이루어진다
지금도 예쁘고 나중에 더 이뻐질거고
일도 직장 내 에이스일 것이다
그리고 주변 모두가 스모모의 사랑을 알아줄 게 확실함

ㅎㅎ 고마워 르캉.
네가 바라는 것들도 이루어지길 바래

담담하게 잘 쓴글 잘 읽엇습니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ㅆ다’가 현재에도 그대로인 것 같았어요. 3자가 보기엔 말이죠...

그게 격하게 오락가락 합니당 ㅠㅠ

담담한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 자신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과거에 메여있기 보다는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게 제 목표인데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네요. :)
수모모님도 응원합니다!! :)

그러시군요. 멋진 목표에요. 감사합니다. 저두 @jisoooh0202님 응원합니다!

스모모는 예쁘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호호할머니가 되어서도 쭉!

쳇... 그쪽도 마찬가지거든요

헉;; 갑자기 츤데레 무엇?!🤔

흐앙 감사합니다
우리 호호할머니가 되어두 함께 스팀잇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쁜 디디엘엘님도 쭉 예쁠 것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화이팅과 함께 보팅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잘 읽었습니다~ 으쌰으쌰!!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윤홍균교수님의 자존감 수업 진짜 짱인듯

화이팅이에요!
아팠지만 지금은 아픔이 지나가 쓸 수 있는 글이겠죠?

무뎌져서 쓸 수 있고 아직 아파서 쓰게 되는 글이라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

I wish ALL goes well. ....

Thank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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