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육아일기 #19] 부모는 아이의 변을 통해 성장한다.

in #zzan5 years ago (edited)

P20190808_085515998_85988712-A92E-4060-8359-9D98B558193D.JPG

부모가 되면 똥에 관대해진다. 첫 아이가 갓난 아기 때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싸대는 아이의 똥기저귀를 치우다 보면 어느새 똥에 달관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도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이제는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안되고 뭍어도 그만 튀어도 그만 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가끔은 아이들의 변으로부터 해방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일어나자마자 두 번이나 큰일은 본 둘째 덕분에 아침에 세수도 하지 못한 내 소중한 두 손은 아이의 변과 먼저 마주해야 했다. 오래 전부터 아내님의 손목이 좋지 않아 아이들의 목욕부터 기저기 교체 등 힘이 들어가는 일은 내가 도맡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연속으로 두 번의 상황에 맞닿드리게 되면 혹시나 아내님이 한 번은 도와주지 않을까 라는 괜한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첫째의 견학 도시락 준비에 분주한 아내님은 나와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요리에 집중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들쳐 업고 화장실로 향해 아이의 엉덩이를 씻겨 주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둘째는 괜찮다. 토실토실한 궁뎅이를 뽀득뽀득 씻겨 주다보면 간혹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고, 이제 몇 달 후 기저귀를 떼게 된다면 더이상 이런 일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는 첫째다. 첫째는 기저귀를 상당히 빨리 뗀 편이라 손이 덜 갈줄 알았다. 하지만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할 줄 알게 된 이후 아내님이 위생을 이유로 큰 것을 본 후에 항상 물로 씻겨 주었다. 그 덕분에 아직까지 큰일을 치루고 난 후 항상 물로 씻겨 주고 있다. 혹시나 어린이집에서는 어쩌나 싶었는데 물티슈나 휴지로 잘 닦는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집에서 볼일을 보고 난 후에 물티슈로 닦자고 건의했더니 "아빠~ 나는 아빠가 물로 씻겨주는게 좋아~!" 라고 해맑게 대답했다. 아이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해줘야지. 오늘 아침부터 둘째를 두 번 씻기고 첫째를 한 번 씻겼더니 오른 손을 가까이 하기가 조금 꺼려진다. 그래서 밥도 왼손으로, 빵도 왼손으로 먹었다(인도에서는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뒷처리를 한다던데...). 키보드를 두둘기다가 문득 오른 손을 바라보고 축복을 빌어주었다. '오른 손아 많이 힘들지? 항상 고마워 .'

아이들을 양육하다 보면 더러운 것에 대한 기준이 낮아지고 관대해 진다. 그래서인지 외면이 아무리 더럽더라도 깨끗히 씻거나 정돈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깨달음이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도 아이들 덕분에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늘 그렇듯이 세상 모은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

Sort:  

엌ㅋㅋ 안보던 사이 팥쥐님의 육아일기가 19번째 까지 왔군요. 그렇죠. 아이들 똥이란.. 정말 ... ㅎㅎㅎ 아무말 안 하렵니다.
그나저나 와이프님 손 아프셔서 어째요. 저는 무릎이 아파서 비오기 전 날에 기상청보다 정확히 맞추는데 ^^;;; 아유.. 옛날 어르신들은 어떻게 네명 다섯명 낳았나 몰라 ㅠㅠㅠㅠㅠㅠ

찡여사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죠 ㅎㅎ
그나저나 무릎이 아프셔서 어째요 ㅠㅠ 온찜질 많이 하세요!

그럼요~ 관대해져야죠 ㅎㅎㅎ

기분 탓인지 아직도 냄새가...ㅎㅎㅎ

ㅋㅋ 물로 씻겨주시다니 정말 정성이네요. 스스로 하게 될 날 감격스러울거같습니다. 모닝똥을 두번이나 하다니 ㅋㅋ 전날 맛있는거 많이 먹었나봐용.

아까 아내님이 휴지로 닦아보자고 했는데 "아빠가 씻겨주는게 좋아." 이러네요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건강해진 오른 손은 관절염 류마치스 신경통 등등... 결코
없을 겁니다.
p.s. 오늘 밤 잠들기 전 아이들을 토닥이다가
오른 손에 뽀뽀를 청하심이...^^

제가 죽은 척하고 있으면 일어나라고 막 여기저기 뽀뽀하는데 슬그머니 오른손을 ㅎㅎㅎ

부모는 아니지만 키우는 반려견 변에서도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ㅋㅋㅋ

반려견도 자식이나 마찬가지죠~
우리 용이(포메,13세,남)도 변 누면 자주 씻겨줬었습니다 ㅋㅋㅋ

오죽하면 신이 바쁘셔서 부모를 보냈다고 해요. 이런 말이 진짜 있나? 암튼 부모는 신처럼 관대해요. ㅎㅎ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저는 사실 신의 사자입니다 ㅎㅎㅎ

실제로 아이를 낳아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경계를 허물고 생각을 허물고
또 허물어 비로소 부모가 됩니다.

조금씩 레벨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물로 뒷처리를 해주는 것이 위생에는 좋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주어야 할 때도 된 거 같네요.
자기의 생각을 저렇게 분명하게 표현하는 거 보면요.ㅋ

Coin Marketplace

STEEM 0.39
TRX 0.12
JST 0.040
BTC 70463.21
ETH 3549.83
USDT 1.00
SBD 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