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이야기

in #kr-life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banguri 입니다.
비가 오네요. 아마도 야구는 우천 취소가 많을 듯해서 오늘은 패스하겠습니다.

공부방 아이들이 지지난 주에 중간고사가 끝났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제가 보통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그리고 지금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서 부모님께 전해 드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편지를 쓰려고 해도 중학교 1학년 한 아이는 도저히 편지로써 적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한 번 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행이 시간을 내셔서 부모님이 함께 와 주셨습니다. 많이 정리했지만 핵심은 이렇습니다.

말린사과 : 공부방에 보내 놓으니 가르치는 선생님이 이렇고 저렇고 해서 죄송합니다. 그냥 공부만 가르치면 되지만 사실 공부 가르치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공부를 하도록 하려니 힘이들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어 합니다. 그리고 제가 10가지를 이야기 하면 10가지를 실천하지 않으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혼을 내기도 하고, 사정도 해보고, 오죽하면 선생님 그만 괴롭히면 좋겠다고 했겠습니까? 돈을 받고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려고 해도 받는 아이가 하지 않으니, 도저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서 그만 가르치겠습니다. 정말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고 싶으시면, 그룹으로 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개인으로 하는 선생님을 찾아서 매일 동안 선생님이 가르치고 다그치고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런 시간이 안 되어서 어쩔 방법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학교를 갔다 오거나 공부방을 다녀와도 쇼파에 누워서 전화기 들고 게임을 하고 있어서 머라고 말을 해도 듣지 않네요. 선생님 그렇다고 공부를 안 시킬 수도 없고 시키고는 싶습니다. 선생님 상황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가르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더 많은 부탁을 드리고 했지만, 거의 이런 이야기를 거의 2시간 넘게 나누었습니다. 결론은 제가 다시 한 번 더 가르치는 것으로 했습니다. 아이의 부모님이 가시고 난 뒤에, 전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데, 저 부모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나서 감정을 삭힐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 뿐만 아니라 공부방 아이들 수업 시간에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발 공부하기 싫으면 알아서 공부방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공부방에 오면 공부를 했으면 한다. 노래방에 가면 노래 부르고, 식당에 가면 맛난 음식 먹고, 화장실에 가면 오줌 누고 똥 누는 것 처럼 당연히 공부방에 오면 공부를 해라.
그리고 너네 부모님들이 나 같은 사람에게 머리 숙이는 거 보기 싫다. 정말 보기 싫으니까 너네 부모님이 그렇게 하시기전에 알아서 그만 두었으면 한다. 다음 부터 너네 부모님들이 나에게 머리 숙이는 일이 생기면 너네 정말 혼 많이 낼거다.


글을 적으니까 감정이 하나도 전달이 안 되네요. 정말 소리 질러서 반은 눈물이 날 정도로 화를 내면서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신기하게도 이번 주 아이의 행동이 조금, 아니 많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착한 아이였지만, 갑자기 말도 잘 듣고, 과제는 거의 한 적이 없던 아이가 과제도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능력껏 해 왔습니다. 얼마나 갈지는 몰라도 한 순간에 아이가 이렇게 바뀌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안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말입니다.

덕분에 제가 공부 가르치는 것이 한결 쉬워졌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도 좋아졌네요.
제가 아이들에게 성질은 정말 지랄 같기는 한데, 정도 많고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라는 기억을 남기고 싶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인 1318 세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자아가 생기고 인격이 만들어 지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집에 계시는 부모님들이 저희들 처럼 아이의 눈을 거의 매일 90분 동안 맞추면서 가르치지는 못합니다. 이야기를 하면 안 좋은 말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가르치는 사람의 생각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 마인드가 아이에게 90분 동안 전달이 되기때문입니다. 학교에서나 사교육에서나 가르치는 사람의 생각이, 공부를 가르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요즘 인강에 잘 가르치시는 선생님 많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쓴 글이 길어졌습니다.
남은 오후 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오늘이 마침 비오는 수요일이네요.
예전에도 한 번 링크 했었는데, 오늘 또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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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수요일엔 빨간장미가 지금 안뜨는 거 같습니다. 유투브 저장한 분이 다른 사이트에서 재생하지 못하게 한것 같습니다.

확인 해보니 그러네요.
다른 링크 찾아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스팅 한 글 읽으려고 리스팀만 해놨습니다.
잘 읽어 보겠습니다.

아이들 향한 선생님의 열정... 글속에서 다 녹아있네요.. 멋지셔요 방구리님..

열정 아닙니다. 다 하는 일입니다.
하기 힘들고 지쳐서 하기 싫다고 했으니, 제가 반성 해야죠 머.
그나마 조금 이라도 하려고 하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제 자식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장사는 좀 괜찮았나요? 비 때문에 힘들었는데...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변화가 보였다니 다행입니다. 마음이 조금 놓이는군요. 그리고 선생님 마음이 어떠셨을지 조금은 이해됩니다.

꾸물꾸물한 날씨지만 좋은 저녁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

긍정적인 변화에 조금 밝아졌습니다. 저와 아마 교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형님 요즘 왜 포스팅 안하세요?
바쁜 일이 있으신지, 스파업 소식만 있고 포스팅이 없네요.

글 쓸 시간이 없는 건지, 글 쓸 마음이 없는 건지, 글이 안 써지는 건지... 마음은 급한데 이러고만 있습니다.

저도 쓰고싶습니다. 아~~~! 쓰고싶다.

학부모에게 어려운 말씀을 하셨군요.
학생에게도 어렵게 말씀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변했다니 정말 다행이예요. 어쩌면 선생님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예전에 저녁에 퇴근하다가 라디오를 들었어요. 어떤 고등학생이 사연을 남긴 것을 DJ이가 읽어주었는데. 그 학생이 학원 숙제를 전혀 안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고, 선생님께서 "너 도대체 왜 숙제를 안하니? 도대체 이유가 뭐니?!"라고 추궁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사연에 이렇게 썼더군요.

"숙제 안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라디오를 듣다고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아~ 학생들이 숙제를 안하는데는 이유가 없구나.' 어른이 된 제가 어린 학생들을 이해하는 건 참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형님이 가르치는 그 학생이 더 많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자신의 속도대로 변하겠죠. 그리고 언젠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께 감사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형님은 좋으시겠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멋진 일을 하고 계셔서~!

어렵지만 전해 드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냥 저냥 시간만 보내면 아이가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해 줄 사람도 방법도 없어지니까, 방법이 없다면 오픈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솔직히 말씀 드리는 편입니다.

마지막 말씀이 참 좋네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합니다.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서 정말 한 아이의 인생이라도 내가 바꾸어 준다면 나는 성공한 선생이라고요...
그냥 제 마음속에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막내가 좀 나아져서 다행이네요.
매일매일 즐거웠으면 합니다.
스팀이 빨리 닭값이 되어야 하는데... ^^

keydon님이 banguri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keydon님의 [최다안타 선수를 맞춰라!]이벤트 당첨 결과 및 5월 17일 경기 이벤트 진행의 글

...> 구 hyeongjoongyoon caferoman banguri/td> youngbonku 좋...

제 아내가 공부방 하거든요.. 초등과 중1,2 까지만 하는데요. 가끔 저에게 하소연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잘 안듣기도 하지만 차분히 들어 줄 때도 있어요. 이런 저런 아이들 참 많더군요.. ㅎㅎ

아직은 착한 아이들이 더 많아요. 다만 공부를 하기 싫어해서 그렇지...
못하면 가르치면 되는데 안 할 때에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대부분 안 하는게 함정이네요. ㅠㅠ

아이가 하기 싫으하는데... 가르치는 입장도, 부모의 입장도 얼마나 답답할까요!
그래도 아이에게 작은 변화라도 생겼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말린사과님의 진심이 아이에게 전해진게 아닐까 싶네요!

대부분은 하기 싫어하니, 잘 다스려서 하도록 만드는 일이 저 같은 사람이 해야죠 머.
그래도 말 잘 듣고 잘 따라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감사한 일이죠 머.

늘 학기초에 있는 힘든 과정 지나서 좀 낫습니다.
훈남 독거노인님 늘 응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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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과 댓글 감사드립니다.

simsimi님이 banguri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songa0906님의 [잡담] 쇠 절굿공이를 갈아 바늘로

... 0.017 576 38 banguri/td> 2018년05월14일 15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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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simi님이 banguri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songa0906님의 [잡담] 쇠 절굿공이를 갈아 바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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