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너의 주량을 자랑하지 말라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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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여기 알코올 도수 58도짜리 술이 있다. 안심하시라. 먹다가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소에 술 좀 마신다고 이 술을 두고 깝죽대다가는 화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대만에서 건너온, 금문고량주 58을 마신다.

투명한 술병이 와인병처럼 정직한 실루엣을 그린다. 라벨 중앙에 노란색 한자로 ‘금문고량주’라고 적고, 양쪽 귀퉁이에 쌍용을 그렸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준다.

금문고량주에서는 쿰쿰한 누룩향과 시큼한 냄새가 난다. 여느 중국산 고량주와는 미묘하게 차이난다. 점도가 꽤 높다. 술잔을 돌리면 술의 흔적이 흘러내리지 않고 잔의 벽에 그대로 달라붙는다.

병의 생김새처럼 술맛이 저돌적이다. 입안에서 술을 굴리면 아까 맡았던 누룩내와 신내가 감돈다. 거기에 단맛도 조금 난다. 이내 탄내가 올라오는데 위스키의 피트향과는 다르다. 독특한 풍미다. ‘불맛’에 가깝달까.

이번에는 소주를 마시듯 금문고량주를 털어넣는다. 목구멍이 뜨겁다. 식도가 뜨겁다. 위장이 뜨겁다. 화기(火氣)가 위장의 바닥을 치고 튀어오른다. 식도, 비강, 콧구멍 순서로 다시 달아오른다.

얼얼하면서도 시원한 피니시가 독특하다. 금문고량주 측은 이것을 ‘금문향’이라고 부른다. 이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은 상쾌하다고 하나 싫어하는 사람은 화장품 맛이 난다고 한다.

온더락 잔에 얼음을 채우고 금문고량주를 다시 따른다. 술이 얼음을 만나니 자연스럽게 그 성질이 순해진다. 특유의 풍미는 그대로다. 화끈하지가 않다. 역시 스트레이트 쪽이 내 입에 맞는다.

술맛을 본다고 강술을 마셨더니 속이 쓰리다. 안주가 필요하다. 늦은 시간이어서 탕수육은 배달이 안 된다. 치킨을 시킨다. 아주 좋다. 금문고량주가 치킨의 느끼함을 태워버린다.

금문고량주는 대만의 섬 금문도에서 만든다고 한다. 금문도는 땅이 기름져 고량주의 원료 수수의 품질이 좋고, 지하수의 수질 또한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명주를 빚는 데 부족함 없는 천혜의 환경이라 할 만하다.

금문고량주는 대만 시장 점유율이 80%대의 ‘대만 국민 고량주’다. 고량주 종주국 중국에 수출도 한다. 한국에서는 600㎖ 한 병에 약 7만원인데 대만에서는 훨씬 싸다. 어지간히 마셔도 숙취가 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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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불맛!!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그 뜨거움을 느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ㅠㅠ 요즘은 맥주 아니면 와인...
아! 오늘 벌써 목요일이군요. 벌써 한주가 다 갔네요 ㅎㅎㅎ

안녕하세요. 목요일의 술천사 칼입니다 ㅋ
맥주, 와인도 좋지만 도수 높은 증류주의 짜릿함 또한 좋지요. 계신 곳에서 증류주는 안 드시는 모양입니다. 저는 거기서 못 살겠네요 ㅋㅋ

술천사를 술전사로 잘못 읽었어요 ㅋㅋㅋ 증류수는 비싸서 못 먹습니다 ㅠㅠ

술천사 다소 무리수이긴 했네요... 반성합니다. 술전사에 가까운 것 같네요. 증류주 좋지만 비싼 너란 녀석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흫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출근해서 스트레스 받은 월요일이라서 마시고, 주말에는 당연히 마시고, 하여간 술 마실 건덕지를 만드는 모습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굳이 목요일이 아닌 술을 마실 당시에 사도 되는 것을 왠지 희화화하시는 것 같아서 크게 웃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딱 걸려버렸습니다 ㅋㅋ
월요일에 모주망태가 되면 술 깰 즈음 수요일이 되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제일 애정하는 술입니다.. ^^

반갑네요 금문고량주~♡

앗 좋아하시는 술이라니 또 뿌듯합니다. 맛이 좋더라고요. 저는 지인께 선물 받았는데, 국내 판매가가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습니다. 대만 갈 때 사거나, 인편에 부탁해 마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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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피드에 이렇게 나왔는데 아무래도 술 작작 먹으라는 경고 같습니다. ㅋㅋ

경고는 또 무시하는 맛 아니겠습니까. 금문고량주 가즈아. 구하기 어려우면 연태라도 가즈앗!

ㅋㅋㅋ 저도 첫 줄에서 빵 터지면서도 고개를 끄덕끄덕 했어요 ㅋㅋㅋㅋㅋ
요즘 즐겨보는 짤툰에서 ... 금요일은 불금, 토요일은 불토래서 술 마셔야 된댔더니... 엄마가 그러다간 니 인생이 불탈꺼라던 ㅋㅋ 부분이 생각나네요 ^-^ 금문고량주... 이름만큼이나 병 디자인도 포스가 대단합니다... 58도 라니 ㅎㄷㄷ..

하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년 365일 에브리데이 캬. 하면 50세를 채우지 못하겠죠... 좋은 술 오래오래 마실 수 있게 몸 잘 관리하며 마시겠습니다.
58도는 막상 마시면 생각처럼 어마어마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잘 만들어서 그런 듯 합니다.

크.. 탕수육 대신 치킨이라니! 입 안 가득 닭다리를 뜯어넣고 화한 술을 한 잔 탁 털어넣었을 때의 기분이 상상됩니다. 으으으...!! 소심하게 파향 가득한 닭꼬치 한 입에, 입 안 가득 향이 퍼지도록 마시는 것도 좋겠네요. 마법의 액체 같으니라고!

지금 술먹고 귀가하는 중인데 왜때문에 마아냐님 댓글에 또 술이 동하는 걸까요. 닭꼬치에 고량주라니 참신하고도 맛있을 거 같은 거. 오메.

다음 기회가 있습니다.. ㅋㅋㅋ 오늘 더 드시면 내일 운동에 지장이 올 수 있으니 얼른 돌아오십시오 ㅋㅋㅋ

주여 아멘

하지만 결국 집에 가서 위스키를 마시고 보드카를 마시고 말았던 것...

오 주여... 잘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ㅋㅋㅋ :)

...... 칼님, 당신은 도대체......

알코올 프라블럼이 있다든지 그런 것은 아닙니다아...

ㅋ먹고싶습니다ㅋㅋ
대문 팔뚝은 포기해야겠죠ㅋ

아닙니다! 둘 다 가질 수 있을 겁니다! ㅋㅋ 저는 못 가졌지만

칼님 덕분에 목요일임을 또 한 번 깨닫네요ㅎㅎ 저는 맥주밖에 못 마시지만 이렇게라도 대리 만족을... 근데 이거 먹다 죽을 것 같은데요?ㅎㅎㅎㅎ

ㅋㅋㅋ 이렇게 멀쩡한 걸요. 저는 오 괜찮네 하고 아내한테 맛보라고 줬는데, 아내는 마시고 오만상을 찌푸렸습니다. 흠... 맛있는 술인데...

금문고량 제 메모에 적어놔 봅니다 으음 56도짜리는 좀 헤비하지만 몇잔정도라면... 근데 존칼님 분명 보드카 다 비운 지 얼마 안되지 않았나요??

동시다발적으로 마시고 있으니까요 ㅋㅋ 특히 술이 3분의 1병 아래로 남으면, 그때부터 마시는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왠지 미련이 남아서요. 질척 ㅋㅋ

Post yang sangat bagus dan berkual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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