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 토종콩의 활용(실습편-2) - 두부두루치기(제주식), 콩국, 콩죽 with 양용진 선생님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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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으로 만드는 콩요리로 제주 밥상을 마저 차려보자.

두부두루치기(제주식)

두부두루치기는 육지에서도 흔히 해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배운 것은 제주의 마른 두부를 이용한 두부 두리치기이다.
마른 두부란 제주의 습한 날씨에 쉬 상할 수 있는 두부를 물기를 더 빼서 삼일씩하는 잔치(결혼식)에서 계속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게 한 제주 사람들의 지혜에서 나온 두부이다.
마른 두부는 훨씬 더 농축되었기 때문에 맛이 좀더 고소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제주에서도 이 마른 두부를 장만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물기를 빼는 시간이 다른 두부보다 두배는 걸리기 때문에 생산성에서 맞지 않아, 잘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재래시장에 가면 손두부라고 나오는 두부를 보면 옛날 마른 두부처럼 탱탱하고 단단한 식감의 두부가 있다고 한다.

재료 : 두부부침 6조각, 콩나물 무침 200g, 고사리나물 100g, 돼지고기 150g, 청장 2큰술, 후추 약간, 참기름 1큰술, 물 약간

일.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먼저 부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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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제주식 마른두부의 식감을 재현하기 위해서 좀 오래 부쳐서 물기를 많이 빼준다.

이. 돼지고기는 먼저 익혀준다.

삼. 콩나물은 잘 다듬어 물에 데쳐놓는다.

사. 냄비에 콩나물 데친 것, 고사리 나물(말리지 않고 한번 삶아놓은 것), 익힌 돼지고기를 넣고 양념으로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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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두부부침을 넣고, 물을 부어 조리면서 한 두번 뒤섞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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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간은 청장(제주도 맑은 간장)으로 하고 후추를 약간 넣어준 후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어준다.
전에도 말했듯이 제주도는 고춧가루나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육지에서 보는 빨간 두루치기의 모습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두부두루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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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

오랜 시간 불 옆을 지키며 끓여야 했던 콩국을 끓여보자.

재료 : 날콩가루 2컵, 배추와 부 150g, 물 6컵, 소금 1큰술

일. 날콩가루에 분량의 미지근한 물 2컵 정도를 넣어서 개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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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를 어느 정도 농도로 개는지를 보여주시고 계시는 선생님.
수저로 들었을 때 흘러내리지 않는 아주 되직한 농도로 개어놓는다.

이. 냄비에 물 4컵을 넣고 물이 미지근해지면 개어 놓은 날콩가루를 살살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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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날콩가루를 넣고 나면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이게 끓기 시작하면 갑자기 확 끓어 넘칠 수 있다.
만약 콩국이 확 끓어 넘치면 콩국은 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추를 손으로 뜯어놓고 무를 채를 썰어서 놓고는 끓어 오르기 직전까지 기다리며 대기한다.

삼. 국이 끓기 시작하면 배추와 채썬 무를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곳에 하나씩 넣어 더 끓지 않게 진정시키는 것이다.
절대로 한꺼번에 넣는 게 아니고 하나씩 하나씩 넣어 콩국이 계속 끓는 상태를 유지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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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들여다 보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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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처럼 끓어오르는 곳이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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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배추와 무를 하나씩 넣어 진정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절대로 콩국을 저어서는 안된다.
콩국을 저으면 콩 비린내가 나면서 콩국이 맛이 없어진다.

아주 오랜 시간 이렇게 하여 뭉근하게 오래~ 끓인다.

여기서 잠깐 제주의 부엌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제주의 부엌에는 부뚜막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시골에서 보는 것처럼 가마솥을 걸어놓은 부뚜막을 만들어 놓고 음식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겨울을 빼고는 그렇게 춥지 않기 때문에 부엌에서 불을 떼며 음식을 하면 방이 너무 더워지기 때문이다.
단지 겨울에 추울 때 난방용 아궁이는 따로 있어서 추울 때만 불을 지핀다고 한다.

이렇게 더운 제주에서 불 옆을 지키며 천천히 콩국을 끓이는 건 정말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처럼 느껴졌을 법하다.
이렇게 며느리에게 힘든 콩국을 끓이라고 시키고 시어머니는 뒤에서

모큰 끓이라.(뭉근히 오래 끓여라.)

라며 잔소리만 했다나 뭐라나.ㅋㅋ

사. 오래 끓여 콩국이 진국이 되면(?) 소금으로 간을 하고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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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제주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콩국이다.

콩죽

재료 : 쌀 1컵, 콩가루 1컵, 물 7컵, 부추, 소금, 무 50g

일. 쌀은 물에 2시간 불린다.
죽을 끓이기 위한 쌀 관리법을 배웠다.
우선 쌀과 물은 1 : 6이 기본이고 불리는 시간은 2시간 이상이어야 맛있는 죽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쌀을 덜 불렸을 경우에는 쌀을 으깨서 넣어야 부드러운 죽이 된다.
또한 불리거나 으깨면서 생긴 흰 쌀물을 넣고 죽을 끓여야 걸죽한 농도가 잘 생겨 죽이 죽다워진다고 한다.

이. 콩가루는 물에 묽게 갠다.

삼. 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콩 갠 것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사. 불리고 으깬 쌀을 넣어서 살살 저으면서 중불에서 오래 끓인다.

오. 쌀이 거의 익으면 무를 넣고 무가 익으면 부추를 넣고 소금 간한다.
부추 대신 꿩마농(달래)이나 패마농(쪽파)를 넣어도 맛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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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끓여 쌀이 완전히 풀어진 콩죽이다.
이것도 먹음직스러운 모양은 아니지만 가난했던 제주 사람들이 밥의 양을 늘려서 먹을 때 자주 해먹었던 음식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어제부터 차린 제주도 콩요리 한상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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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함께 제주음식 스토리텔링 수업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제주도 토박이들도 여럿 있다.
이분들은 이날 차린 콩요리 한상을 보고 감회가 새로운 것 같았다.
옛날 부엌은 아니지만 콩국을 끓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오래 걸리는 음식이니 가스렌지 앞에 다리가 아프도록 오래 서서 끓여야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콩죽 한그릇과 콩국 한그릇에 추억이 되살아 나는지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시며 아주 잘 드셨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육지껏의 입맛에는 그저 슴슴한 죽에 국일 뿐이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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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치기에 밥넣고 비벼먹어도 맛나겠어요.ㅎㅎ

밥과 먹어도 좋고요, 술안주로도 괜찮겠더라구요.
단지 매콤하게 했다면 소주 안주였겠지만, 슴슴한 제주식이라 막걸리 안주라는 점~~^^

소개해주시는제주의 음식을 보면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음식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귀했다고 하셨는데 그 영향이 큰거겠지요
제주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때
2프로정도 부족한 그런맛을 많이 느끼거든요^^
육지껏의 자극적인 입맛인가봐요~

맞아요.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맛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질 못하잖아요.ㅋ
제주 음식도 자주 먹으면 익숙은 해지는데, 뭔가 빈 거 같지요.ㅋㅋ

콩국 한번 먹어보고싶네요.
따뜻한 밥에 콩국 그리고 김치 하나면 있으면 너무 행복할것 같아요.
우루루 넘치지 않게하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재료들을 넣는것은 다른 요리할때도 써먹을 수 있겠는걸요 ^-^
덕분에 지혜를 배우고 갑니다.

하나씩 하나씩 재료를 넣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답니다.^^

보통 두루치기는 맵게 하는게 제주음식은 간장간을 하네요~
콩국도 왠지 뭔가 더 해야할 것 같은데, 그거서 끝이라니~ 정말 신기해요~~ 제주음식 점점 궁금해 집니다 ^^

고춧가루가 귀한 제주에서는 고춧가루를 고명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정말 이해가 안됐는데, 음식을 배울수록 실감이 나더라구요^^

지금 @gghite 님 방에서 산티아고 읽는 중인데.. 댓글 멘션 와서 깜놀했네요 ^^

우아
이제 식당하셔도 될거 같네요^^

하지만 육지 사람들이 먹으면 대부분 맛이 없다고 한다는 것이 함정이네요.ㅜㅜ

그래도 영양식일거 같아요~^^

@gghite 님도 스팀헌트 도전해 보세요~
요새 엄청 잼있습니다.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거군요 제주 콩국은...
두부 두루치기는 아주 건강식으로 보입니다.
꿩마농 패마농 ... 정말 재미있는 발음이에요...
계속 gghite 님 올려주신 제주 음식 보면 당뇨같은 거 있으신 분들
계속 해서 이렇게 드시면 체중조절은 물론 영양도 다 잡을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제주어에는 귀엽고 예쁜 말이 참 많더라구요.
식재료의 이름도 마찬가지에요.^^
네, 제주 음식은 기본이 비타민이 많은 건강식이었답니다.~

제주도에서 먹은 음식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걸 보면 향토 음식은 먹질 않았나 봅니다. 두부두루치기는 담백하니 좋을것 같아요. 요즘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싶더라구요.

제주 향토 음식을 관광객이 접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더라구요.
우선 맛이 없어서(ㅋ) 음식점에서도 선호하는 메뉴는 아닐 거에요.
관광객에게 선보이는 제주음식은 거의 제주 식재료를 썼다는 정도??ㅋ

저는 다른 것보다도 콩죽이 아주 먹고싶어지네요. 콩죽~~~

네, 아주 부드럽고 고소한 콩죽이랍니다.^^

두루치기가 완전(?)다르네요?
고사리맞져.? 고사리까지 들어가서.. 비빔밥용인줄 알았아요~

네, 고사리에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제주도산 고사리랍니다.
그러고 보니 비주얼이 비빔밥 같기도..ㅋㅋ

와~ 콩국은 기다림의 연속일거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두부 두루치기는 영양만점일거 같네요. 밥이랑만 먹어도 딱 좋겠어요. 마른두부라는게 따로 있는줄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수양하는 느낌이랄까요?ㅋㅋ
네, 저도 직접은 보지 못했습니다.
제주에 사는 동안 한번은 만나보고 싶은 두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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