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think] 접하지 않은 것을 리뷰하기

in #kr6 years ago (edited)


읽지않은 책에 대한 독후감을 적는 것과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는 것은 어째 이상하지 않은가? 리뷰가 아무리 어떤 것에 대한 감상이나 생각을 남기는 것일 뿐, 실제로 접해보았거나 찬찬히 관찰하는 것에 관한 어떠한 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말이다. 사실 우리는 리뷰에 관해서, 책 소개나 영화 소개만으로도 이를 바탕으로 간단히 책과 영화에 대한 상념을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줄거리 요약이나 단편적 지식의 전달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하지만,
리뷰에 대한 깊이와 신뢰의 문제로 들어서면 이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리뷰는 경험의 산물이기보다는 요약과 스펙, 홍보를 통해 드러난 내용만을 취합하여 적는 것이기 때문에, 리뷰를 접하는 누구나 생각해볼만한(=떠올릴만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잘 정제된 홍보 사진과 디자인에 따라 리뷰가 작성되는 것은 결국 "보기 좋을" 뿐이지 정말로 먹기 좋은 리뷰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러한 리뷰의 질을 담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접한 사람의 경험과 시야에 따라 리뷰의 깊이와 질이 결정되곤 하는데, 경험과 시야가 거세된 리뷰란 결국 홍보/소개글에 불과한 것이다.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작성된 리뷰라면 사실 '리뷰'라는 이름을 붙이기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냥 홍보나 소개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어떤 것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리뷰를 할 때에는, 대상을 접하거나 사용함으로서 결국 독자 혹은 사용자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펙트럼에 따라 리뷰가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주 낮은 확률로 "발견"할 수 있는 신선한 사용법이라던가, 이렇게 사용하면 절대 안된다는 주의 사항 - 위험성 같은 것도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예를 들어 현재 스팀잇에서 회자되고 있는 어떤 서비스에서는 (내가 알기로) 거의 유사한 제품에 대해 다른 리뷰가 등장할 가능성은 애초에 차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용해보았는지에 대한 아무런 보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리뷰를 읽기가 꺼려진다. 물론 소개를 표방한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냥 공식 제품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될 일이며, 굳이 코멘트를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경험하지 않은 자의 코멘트가 얼마나 가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사실, 접하지 않은 것을 리뷰하는 일들은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에서도 그리고 관계에서도 종종 이러한 리뷰들이 끼어들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바란다. 직접 경험이면 직접 경험인 것이고, 간접 경험이면 간접 경험인 것이며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는 상대방이 화자의 경험과 식견에 대해 착각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간접경험이나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직접 경험처럼 포장되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기만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하기와 쓰기가 삶과 경험으로부터 괴리되어 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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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리뷰라면 차라리 네이버처럼 자유롭게 쓰게 하고 글의 퀄러티로 보팅을 준다면 나을텐데, ㅅㅌㅎㅌ는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좀 희한한 컨셉인 것 같습니다.

[kr-gazua]형이 홍길동이야? 왜 스팀헌트를 스팀헌트라고 말을 못해ㅋㅋㅋ

읍읍읍....!! 읍읍..!

ㅋㅋㅋ 왠지 개발자들이 보고 있을것 같아서 ㅋㅋ

보고있으면 뭐 어때서? 사람마다 반응은 다를수밖에 없고 그런걸 다 고려해야지 개발자라면ㅎㅎ

ㅇㅇ 근데 이미 내 블로그에서 스팀헌트 깠음 ㅎㅎㅎ

방금 그거 보고 왔는데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steemhunt 는 리뷰보다는 소개 서비스에 가깝다고 봅니다. 애초에 그걸 의도했는지도 모르지요. 물론 제 경우에는 새롭고 진귀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MIT Technology Review 같은 것을 봅니다. 이미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저에게는 쓸데없는 정보를 잘 버리고 핵심만 큐레이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차라리 신제품이 아니더라도 써본 제품을 자세히 리뷰하는 글에 보팅을 주는 시스템이면 좋겠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요새는 참가자가 줄어드는 모습이군요. 과연 오래 갈지;

저도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서비스를 볼 때, 서비스가 지닌 방향성이나 철학을 유심히보는 편인데, 이용자(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잘 보이지는 않네요.

동감하고 갑니다. 저도 이 보상금액 때문에 영어로 포스팅 해야 하나 고민도 했습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다른 분들 포스팅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실제 써본 후기가 아니더군요.

실제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 후기가 어떤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을지 저로서는 사실 확신이 없습니다. 오픈 마켓 광고판 느낌이랄까요. 물론 스팀잇 자체가 오픈마켓의 방향으로 흘러갈 여지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저는 경험한 것을 쓰기도 벅차고 어렵네요..
나름의 주관으로 열심히 포스팅을 하려고
하는데 매일 한다는 것이 참 어렵더라구요
좋은 글 마음에 담아갑니다^^

삶을 이루는 큰 축 중 하나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일기를 적는 다는 것은 결국 삶의 경험에 관한 리뷰가 아닐까 해요. 경험은 매번 극적이지는 않다보니 꾸준한 나아감이 생각보다 어려울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파충전해서 풀보팅하고 싶은 속 시원한 글이네요. ㅎ

어차피 우주의 먼지라서 그냥 할말만 하는 편입니다ㅋ (...) 사실 저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는 솔직한 표현을 선호하기도 하고요ㅎ (얼핏보면 뭔가 임무 회피 발언인 것 같다는 게 함정입니다만...)

리뷰를 하기전에 욕심부터 우선 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무언가 느끼는 것이 없다면 계속 접하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네요.

개인의 태도와 그걸 허용할 수 있는 (=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불이익이나 검증 방법이 딱히 없는) 분위기가 빚어낸 결과를 가끔 목도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각자 기대하는 것이 다르고 욕심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좋은 글입니다.
글쓰기가 자기 삶을 가꾸는 게 먼저 인데
보상만을 바라고
경험하지도 않는 걸 한 것처럼 하는 건
결국에는 자기 삶을 망치리라 봅니다.

동감합니다. 게다가 어쩌면 그 경험의 기회를 오히려 잃어버리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경험한 것 처럼 스스로를 속이게 되기도 한다는 생각입니다.

드라마 후기 쓰고 있는데 리뷰에 관한 이야기하셔서 깜짝...
흐음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저도 잘 쓰고 있나하는 생각이 드네요.ㅎ
제품 리뷰는 거의 안 보는 편이라.. 그 서비스도 거의 안가고...
그냥 광고랑 다른 게 없는 거 같아서.ㅎㅎ
오늘은 제가 관심이 많이 없어서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글 자체에 걍 감탄하니다. 정말 글 잘 쓰세요..ㅎㅎ

사실 광고와 리뷰는 종이 한장 차이일 수도 있는데, 그 종이 한장이 결국 리뷰의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ㅎ 경험과 감상에 근거한 모든 리뷰는 폭과 깊이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경험과 감상이 없는 리뷰와는 언제나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

제가 쓰는 북스팀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그저 그런 리뷰라면 사실 여기저기 많이 있는건데, 저 또한 그런 그저그런 리뷰 하나를 더하는 수준은 아니었나 싶어 순간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정말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글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숙제로 남게 되네요^^

삶의 경험과 시야를 오롯이 반영한 리뷰라면, 아마 최소한 단 한사람에게라도 그저 그런 리뷰는 아니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워하실 필요는 전혀 없지 않을까 합니다ㅎ 제가 언제나 경계하는 것은, 리뷰가 정말로 소개나 홍보 이외에 아무것도 나아가지 않는 - 심지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으나 무언가 제시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그러한 소개/홍보 투성이로 채워지는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리뷰라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자기 만족이 가장 어려운 법이긴 하지만요.

감사합니다^^ 조금은 용기가 생기네요ㅎㅎㅎ 오리지널 콘텐츠이건, 아니면 가벼운 리뷰이건 글을 쓴다는게 참 어렵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내보여야 겠지요.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도록 많이 갈고 닦아야겠습니다^^ 기분좋은 한 주 보내셔요~!!

경험과 시야가 거세된 리뷰란 결국 홍보/소개글에 불과한 것이다.

직접 경험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리뷰는 읽어보면 느껴지더라구요. 직접 경험해본 사람의 리뷰는 그 글의 길이가 짧더라도 글 속에서 새로운 정보 또는 깊이가 느껴지는 반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의 리뷰는 글이 아무리 길어도 글에서 한없이 가벼움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단순히 상품/서비스 리뷰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정 삶을 경험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경험한 것처럼 꾸며서 쓰는 글에서도 가벼움을 느낍니다. 온갖 곳에서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정보를 나열했음에도 글에서 그만의 목소리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엔 특히 그러하죠.

그렇습니다. 사실은 리뷰 대상에 대해서 우리가 완전히 경험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리뷰 자체에서 느껴지는 내공 같은게 있다고 할까요. 간접 경험의 경우에, 간접 경험이라고 적시하는 솔직한 리뷰를 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포장이 거창하지만 정작 알맹이가 없는 경우라면, (아는 사람의 경우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기만이 아닐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까요.

결국 리뷰는 각자 삶의 색깔과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하나의 사실이나 대상을 보더라도, 그 하나의 사실과 대상이 결국 사람(들)이 관여하면서 생기는 깊고 넓은 세계와 그 일부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

(아는 사람의 경우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기만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네요. 알맹이가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에겐 기만이 될 수 있겠군요. 좋은 게 좋은거다고 눈 감고 넘어가려했던 안일한 마음에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리뷰의 홍수인 스팀잇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네요. 물론 저도 리뷰를 하긴 하지만.. 사용해본 적 없거나, 진짜 감상한 적 없는 영화 등을 리뷰한 적은 없습니다. 그건 정말 소개죠. 이런 게 있다더라, 그런데 나도 사실은 잘 몰라 같은.. 그런 점을 밝힌다면 모를까, 마치 경험한 것처럼 꾸며 쓴다면 그건 거짓말이 되는 거구요. 요즘 피드가 씁쓸합니다.

사실 소개 글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개'라는 것이 잘 드러날 때에 한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리뷰가 결국 어떻게 삶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냐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에 근거하지 않은 많은 리뷰들은 아마도 사장되리라 봅니다. 그런데, 스팀잇의 휘발적인(?) 특성과 만나서 더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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