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작

in #kr6 years ago (edited)

여름 기억의 노래다. 나는 이 노래를 2016년과 2017년 여름, 다람살라에서 맞은 두 달여의 몬순 기간 내내 밤낮으로 들었다. 울면서 듣기도 하고, 웃으면서 듣기도 했다. 잘은 몰라도 지난 2년간 이 노래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재생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 조휴일이보다 내가 더 많이 들었을지도.

한국에서 맞는 여름은 4년 만이다. 지난 십 년 동안 일곱 번의 여름을 한국을 떠나 저기 어딘가에서 보냈다. (여름마다 '한국 여름 싫어 싫어'하며 도망 다닌 건 아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보내는 여름에 대해 나름 기대가 크다. 조카랑 많이 놀고 싶다. 특히 같이 수영장에 가고 싶다. 돌고래처럼 헤엄치고 싶다.

여름이 오는 길목에 서서 스팀시티에 대한 고민을 하며, 미니스트릿 벌일 준비를 했다. 어떤 일은 아주 쉬웠고, 어떤 일은 매우 어려웠다. 어려운 일을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그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네 이놈 맛 좀 봐라'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장마가 시작되더니 폭풍우와 함께 미니스트릿이 열렸다. 날씨 때문에 마지막까지 사소한 하나하나의 결정이 힘겨웠던 터라, 결국엔 비가 올까 봐 맘 졸이느니 그냥 시원하게 내려버려라 했던 것 같다.

다 끝나고 이제는 무더위다. 진짜 여름이 온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여름 기억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바뀐 계절을 이제야 실감한다.

조휴일이가 나른한 목소리로 you are my everything이라고 한다. 좀 유치하지만 나는 you 에 스팀시티를 넣어보았다. 너무나도 오그라든다.

원래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 고마운 사람들, 미안한 사람들 생각이 먼저 났고,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쓰고 싶었다.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했어요, 변명도 하고 싶었고, 다음엔 더 잘해볼게요, 다짐도 하고 싶었다. 그간 못한 이야기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러자고 후기를 쓰기로 한 건데, 이만큼 쓰다 보니 그냥,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리에 함께한 누군가의 마음속에 아주 작은 크기의 의미라도 싹처럼 돋아났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나는 사실 그렇게 스스로를 토닥이고 싶다. 그 의미를 찾는 일은 그 자리에 함께한 각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나는? 스팀시티의 시작과 함께 돋아난 싹이 미니스트릿 하면서 줄기를 좀 올렸다. 다음은 뭘까? 잎도 나고, 꽃도 틔울 수 있을까?

여름방학이다. 스팀시티가 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내 여름이고, 내 꿈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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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님의 구구절절 후기를 내심 기대했었는데.. 역시 대인배의 면모를 또한번 확인하고 갑니다 !!

구구절절은 나중에 얼굴 보고 해요. :-) 제천 이야기도 하고요...?

너무 애 쓰셨어요. 가지는 못했지만 분명 풍성하게 끝났으리라 믿습니다. 많은 분들이 요즘 뜸하시지만 이런 좋은 자리가 있어서 또 기운을 얻게 되네요.

유니콘님, 감사해요! 미니스트릿 인 파주, 한 번 갈까요? :-) 그간 밀린 글들도 읽고, 글도 쓰고 해야하는데 아직도 정신 없이 바쁘기만 하네요. 밀린 일들이 산더미... 어마어마...

라라선생님.. 새벽 4시에 포스팅을하셨네요.. ㅜ ㅠ

어이쿠, 마이선생님! 왜 자꾸 저에게 선생님이라고... 저는 원래 이 바닥 소문난 올빼미입니다. 밤에 피는 장미라고...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한 일이 많네욥! 마음껏 여름을 줄기셔욥!🙏

어... 봄봄님... 여름을 '줄기'셔욥! 이거 의도하신 부분? 제가 줄기 올렸다고 해서...?

당장의 꿈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여름인가요! 스팀 썸머 시티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할게요 :)

써니님! 오래간만이에요! :-) 얼마 전에 써니님 블로그에 새해맞이 파티 포스팅 보고 댓글에 위대한 개츠비 사운드 트랙 링크 걸어 놓고 주절거리던 것을 아직도 마무리를 못... 저 진짜 개구리 혹은 돌고래처럼 놀려고요! 여름이다!

저도 2년만에 여름을! 그리고 생일을한국에서 맞이하게됐네요

테리님도 취직까지 하셨으니 당분간은... 여행 쉬시는 것...? 저도 진짜 몇 년 만에 한국에서 맞는 생일이에요. 여름에 태어난 사람입니다! :-)

당분간 여행안할려했는데. 여행앞에 긴 이라는 글자 하나 넣으려구요. 여름에 회사에서 3-5일 휴가준다네요 ㅋㅋ

음악이 매우 췰ㅡ하군요ㅋㅋ
수고 많으셨어요.약간의 방전상태
비슷한 것이 오셨을지도 모르겠군요.
주말에 잘 충전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제가 정말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이랑 겨울인데
두렵습니다 흑흑..

여름은 더워서, 겨울은 추워서 싫단 말입니까! 캘리포니아 클럽 썬쏏! 근데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더우려고 지금 날씨가 이런 걸까요?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다니고 있는 중...

라라님의 여름에, 라라님의 꿈이 줄기를 올렸으니,
다음 라라님의 봄에는 분명 꽃봉우리를 맺으실 수 있을거예요. ^^

안녕하세요, 리미토님! 시를 쓰시는군요! 아름다운 댓글 감사해요. :-) 조만간 조용한 밤에 리미토님 시 읽으러 블로그 놀러 가겠습니다! :-)

노래도 夢夢하고 먹먹하니 은근히 중독성이 있네요. 이런 사운드 저도 좋아하지요. 노래하나에 필이 꽃피면 계속 듣곤하지요. 비슷한 느낌의 어떤 노래였는데 이젠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길게 메아리치고 사우나에서 입김 확 불어넣는 촉촉하다 못해 무져들지요. 잔잔하다 못해 은근하게 읖조리지요.

you are my everything

매 순간이 이와 같다면 감정의 탐닉 아니면 깨어있는 몰입이겠지요. 선택은 자기 몫이겠지요. 그래서 매순간 순간 충실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놀라곤 하는 경험을 하게되겠지요. 어렵지만 그렇게 굴러가야지요. 고생많이 하신거 같네요. 마음만으로 쓰담토닥드려요. 조휴일이란 가수 찾아들어봐야겠네요. 가을노래도 기대됩니다.

ps. 기타소리 메아리가 비슷한 제 여름노래도 덧붙여요. 조카와 물놀이도가고 수목원도 놀러가보삼

네, 마음을 다하고 시간을 들이면 될 거예요.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 걸음씩 가면 됩니다. :-) 크... 풀벌레 소리 들으니까 시골 여름밤 평상 위에서 수박 반으로 딱 갈라서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고 싶어져요. 오늘도 노래 잘 들었어요!

희망차고 보람찬 여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곰돌이님! 오늘 비가 오지만 참 좋네요! :-) 곰돌님도 싱그러운 여름 보내세요! 문득 저 곰돌이가 손에 쥔 것이 무엇인지 확대해보았는데... 물고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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